'배성재의 텐' 중징계 예고? "억지스럽고 무례… 부적절 언어 심각"

박재령 기자 2025. 3. 4.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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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위, 지상파 3사 라디오 관계자에 '의견진술' 의결
방송언어특위위원 "'야한 꿈 꾸세요'가 어떻게 통용되나"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 지난달 13일자 SBS라디오 '배성재의 텐' 갈무리.

밤 시간대 방송되는 라디오 프로그램의 방송언어 사용이 부적절하다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지상파 3사(KBS·MBC·SBS)에 모두 '관계자 의견진술'을 의결했다. 특히 '배성재의 텐'을 진행하는 배성재 전 아나운서의 실명을 언급하며 “심각하다”, “자신의 특징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방심위는 4일 전체회의를 열고 KBS라디오 '볼륨을 높여요', '몬스타엑스 IM의 키스더라디오', MBC라디오 '윤태진의 FM데이트', '김이나의 별이 빛나는 밤에', SBS라디오 '웬디의 영스트리트', '배성재의 텐', '딘딘의 Music High' 등 총 7개 라디오 프로그램에 대해 '관계자 의견진술'을 의결했다.

'의견진술'이 의결되면 차후 회의에서 제작진이 출석해 질의응답을 거친 후 제재 수위가 결정된다. 통상적으로 중징계에 해당하는 법정제재를 의결하기 전 의견진술 절차를 거친다. 법정제재는 방송통신위원회 재승인·재허가 심사에 감점 사유가 된다.

방심위는 지난 1월 공개된 '청소년 청취자 대상 라디오 프로그램의 방송언어 사용 실태 조사'를 바탕으로 심의를 진행했다. 해당 조사 보고서는 방심위 산하 '방송언어특별위원회'(방송언어특위)에서 작성한 것인데 9인의 방송언어특위 위원 중 전미영 EBS 시청자위원회 부위원장이 전체회의에 출석해 심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미영 위원은 “방송에서 사용을 자제해야 할 이야기들을 오히려 더 강조하듯 재미 요소로 부각하고 있는 데 심각하다”며 “아이돌 출신 진행자라면 그것도 안 되겠지만 이해를 하겠는데 아나운서 출신까지도 굉장히 심각하게 부적절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미영 위원은 “오피니언 리더들이나 지성인들이 본인의 지성이나 교양이 이미 검증됐다고 생각을 해서 그걸 무기 삼아 이런 강연이나 TV 프로그램에서 거친 표현들을 서슴없이 사용하는 일을 별로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그런 부분을 과시하며 자기가 이런 면에도 굉장히 재치가 있는 것처럼 부각하고 그걸로 인기를 끌려고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연합뉴스

전미영 위원은 “여기에 더해 제작진들까지도 품격 있는 언어가 굉장히 '고루하고 지루하고 대중적이지 않다', 이런 편견에 사로잡혀 이런 풍조를 더 조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라디오라는 매체는 집중도가 높고 진행자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 거기에서 얘기하니 (청소년들이) 당연히 우리가 써도 되는 언어들이구나 이렇게 생각할 수가 있다. 진행자의 자질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날 심의 대상에 오른 부적절 언어 예시는 다음과 같다. “언니랑 맥주를 깠습니다”, “이렇게 좀 진솔한 토크를 하면”, “찐친 선미가 찾아왔습니다”(볼륨을 높여요), “슬픈 무드를 담은 앨범으로 보면 될까요”, “그 정글이 타잔 그 정글인가요, 아니면 포지션 정글?”(키스더라디오), “요즘 런닝이 엄청 유행입니다”, “일 바이 일인가요”(FM데이트), “아유 영감탱이”, “취향이고 나발이고”, “계속 샤라웃은 했는데”, “인생에 짬이 차야 가능한 일”, “심장이 벌컹벌컹하고요”(별이 빛나는 밤에) “이머전시, 뭐 그런 일들이 있나”, “제가 아까 링톤이라고 했잖아요”(웬디의 영스트리트), “배텐러들을 두들겨 패는 남자”, “고학력 헛소리 잘 들었습니다”, “야한 꿈 꾸세요”, “모태 모수저”, “좀 빡칠 것 같긴 해요”(배성재의 텐) 등이다.

전미영 위원은 “배성재 아나운서 같은 경우 아나운서 출신이고 나름 배테랑인데 '두들겨 패는' 이런 식의 표현을 서슴없이 쓴다. 그걸 방송에서 이끌어갈 때 즐겁게, 자신의 특징이라고 생각이 굳어진 것 같다”며 “'야한 꿈 꾸세요'라는 표현은 청소년들에게 정말 부적절한 내용인데 어떻게 통용이 되고 있는지 모르겠다. '고학력 헛소리'는 듣고 깜짝 놀랐다. 이런 억지스러운, 무례한 표현들을 서슴없이 쓰고 있다. 굉장히 심각하다”고 말했다.

심의위원들도 전 위원의 의견에 동의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김정수 위원은 “라디오를 많이 듣는 그런 기회는 없어서 직접 들은 건 아니”라면서도 “글로 보니까 신박하다. 청취율 등 여러 화제성을 감안해서 묵인 내지 방조가 일어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제작진에 대한 강력한 제재가 아니면 해결이 되기 어려운 사례가 아닌가 판단이 된다”고 말했다.

류희림 위원장은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언어 사용 실태를 조사해 지상파 3사 관계자들을 불러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며 “이번에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대해 3사 관계자들을 불러 진행자의 언어 사용 실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개선 방안은 어떤 게 있는지 의견을 들어보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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