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일 칼럼] 목포 앞바다 中 `순이號` 논란
목포 앞바다에 떠있는 '순이(?)'가 최근 사회적 이슈로 부상했다. 탄핵 정국에 세계를 뒤흔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까지 국내·외 정세가 요동치는 와중에 왠 '순이' 타령인가 싶다.
사실 '순이'의 국적은 한국이 아니다. 중국 국적의 대형 크레인 선박 '순이(ShunYi) 1600호'가 그 주인공이다. 이 배는 2조3000억원 규모의 국내 최대 민간 해상풍력 사업인 '낙월해상풍력 프로젝트'에 투입되기 위해 입항한 것으로 전해졌다.
'순이'의 사연은 좀 복잡하다. 정부는 2023년 경쟁입찰 등을 거쳐 한 중소기업에 해당 사업을 허가해줬다. 그런데 이 업체에 지분 투자를 한 곳은 태국 기업이고, 풍력터빈은 중국이 지분을 보유한 독일 회사가, 해저케이블 외부망은 중국 업체가 공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와중에 '순이'까지 대한민국 서해안에 들어왔다. 이 선박은 정식 절차 없이 영광군 해상풍력 사업에 투입됐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선박임에도 불구하고 단순한 '장비'로 신고해 국내 규제를 피하려 한 정황도 포착되고 있다.
목포해양수산청에 따르면 이 사업의 해상공사를 담당하고 있는 토성토건은 이 선박에 대한 사전허가(불개항장 기항허가)를 신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사실상 프로젝트 투입이 어렵게 됐음에도 선박은 계속 목포 앞바다에 떠 있다. 심지어 이 선박을 국내 업체가 외국 자본으로 인수하려 한다는 소문도 나오고 있다. 관련 내용이 모두 사실이면 포장만 국내기업이고, 속을 보면 다 외국 자본과 장비가 투입되는 셈이다.여기에 이 선박은 환경오염 의혹까지 받고 있다. 입항을 할 수 없다 보니 배에서 발생하는 온갖 폐기물들이 바다로 흘러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정부의 대응은 한없이 소극적이다. 해양수산부는 외교적 마찰을 우려해 원칙 대응을 기피하고 있으며,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를 해운·조선업의 개별 이슈로만 바라보고 있다. 외교부 역시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사실상 방관하고 있다. 최근 몇몇 국가에서는 특정 선박들이 민간용으로 위장해 해상에서 정보를 수집하거나 군사적 목적을 띠고 활동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단호한 조치를 취하는 것과는 확연히 대조된다.
더 걱정이 되는 것은 앞 마당도 못 지키는 우리 정부가 미국의 관세 폭탄을 피하기 위해 한국을 우회 수출의 전초기지로 삼으려는 중국의 공세를 막을 수 있겠느냐는 점이다.
미국 연방 관보 등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지난 1월 27일 중국산 원재료를 활용해 한국에서 조립·제작된 부산케이블앤엔지니어링의 알루미늄 연선 케이블(AWC)에 중국 AWC와 동일한 수준의 관세를 부과키로 결정했다. 미국은 중국산 원재료가 한국 기업을 통해 미국으로 우회 수출됐다고 판단했다. 미 상무부는 부산케이블앤엔지니어링이란 중국 자본 100% 회사가 중국산 알루미늄 등을 사용한 것으로 보고 조사에 들어갔다.
앞으로 이런 방식의 중국 기업의 우회 수출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국의 자급률 상승과 수요 부진으로 고전하고 있는 국내 일부 석유화학 업체들은 중국에 사업장을 매각하거나 합작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공급망을 통한 우회 수출 뿐 아니라 국내 우량 중간재 제조 업체들에 대한 중국의 지분 투자까지 고려하면, 자칫 한국이 '중국의 우회수출 전진기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우리 정부는 국내 시장에서 발생하는 해외 기업의 우회수출, 예를 들어 중국산을 한국산인 것처럼 포장하는 소위 '택갈이'를 막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외교적 마찰 가능성에 지레 겁 먹고 안방시장도 막지 못하는 현 상황을 보면 정부가 과연 해외 자본의 무차별 공세를 막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정치권은 '밥그릇 싸움', 정부는 '복지부동' 눈치만 보는 사이, 우리 산업은 오염돼가고 있다.
박정일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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