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유승민'은 됐고, '허정무-신문선'은 안됐나[단상들]

김성수 기자 2025. 3. 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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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대한축구협회장 선거가 끝났다. 정몽규 회장이 '85.7%'의 압도적 득표율로 4선에 성공하며 회장 자리를 지켰다.

유승민 신임 대한체육회장이 3선에 도전한 이기흥을 꺾고 새로운 체육회 수장이 되며 축구계에도 변화의 물결이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하지만 결정적 차이가 두 선거의 결과를 정반대로 만들었다.

왼쪽부터 신문선, 유승민 신임 대한체육회장, 허정무. ⓒ연합뉴스, 스포츠코리아

지난 1월 열린 대한체육회장 선거와 이번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의 성격은 매우 닮아있었다. 선거 전까지 회장직을 역임했던 이기흥, 정몽규는 수많은 논란과 과오로 인해 국민적 반감을 샀기 때문이다. 이들은 또한 지난해 하반기 열린 국회 현안 질의, 국정감사 등에서 여러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고, 연임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부정적 목소리를 줄기차게 들었다.

3선의 정몽규, 2선의 이기흥에게 균열이 보이자 '잠룡'들이 들고 일어났다.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를 앞두고 이기흥에 반하는 세력이 많아져 무려 6명의 후보가 난립했다.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서도 4선에 도전하는 정몽규 회장이 허정무-신문선이라는 최초의 경쟁자를 마주했다. 다만 두 선거 모두 도전자 각자의 이해관계 차이로 단일화에 실패하며 '어차피 회장은 정몽규-이기흥'이라는 예측이 대세를 이뤘다.

그러나 1월14일 열린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선거인단 2244명 중 약 절반인 1209명이 투표했는데, 유승민이 417표를 받으면서 2위 이기흥의 379표를 38표 차로 이기고 당선된 것. 반면 지난달 26일 열린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서는 선거인단 192명 중 183명이 투표해 무효표 하나가 있었고, 정몽규 156표-신문선 11표-허정무 15표로 정몽규 현 회장이 유효투표총수의 과반득표에 성공해 당선을 확정했다. 그것도 '85.7%'의 득표율로 나머지 두 후보를 압도했다. 비슷하게 흘러가는 듯했던 두 선거가 전혀 다른 결과로 끝난 것.

압도적 득표와 함께 4선에 성공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연합뉴스

결국 지키는 쪽이 등에 지고 있는 배경의 차이, 도전자가 내놓은 문제 해결법에 대한 신뢰의 정도가 두 선거의 정반대 결과를 낳았다고 볼 수 있다. 이기흥, 정몽규 둘 다 정부의 미움을 사 연임에 성공해도 저항을 받을 것이라는 리스크가 있었지만 정몽규에게는 '현대家 회장'이라는 든든한 지위가 존재했다.

현실적으로 '재벌 회장'인 정몽규 회장이 가진 '돈'을 허정무-신문선 후보가 어떻게 마련할지가 이번 축구협회장 선거의 최대 의문이자 쟁점이었다. '현대家 회장'인 것만으로도 현대계열사의 스폰서 동원을 비롯해 위급할 경우 사재 출연을 할 수 있는 등 재벌 회장 신분은 협회장에게 최고 강점이다. 또한 투표권을 쥐고 있는 축구인들 입장에서 금전적으로 대단히 매력적인 대체자가 나타나지 않는 이상 국가대표팀과 K리그는 물론 축구계 전체를 돈으로 꽉 잡고 있는 현대가를 외면하기는 사실상 힘들었다. 여기에 허정무-신문선 후보 모두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을 말하기보다는 '발로 뛰겠다', '기업들에게 도움을 받겠다' 등의 상투적인 말에서 더 깊이 들어가지 못했다.

허정무-신문선 후보가 정부와의 문제와 관련해서 정몽규보다는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어도, 두드러지는 '친정부' 인사가 아니라는 점 역시 애매했다. 또한 신문선은 2014년 성남FC 대표이사를 지낸 후 축구 1선 현장을 오랜 기간 떠나 있었고, 허정무 역시 지난 2023년 대전 하나시티즌 이사장직에서 물러난 뒤 야인으로 지냈다는 점도 현장 감각의 측면에서 마이너스였다. 결국 의문에 시원한 답을 내놓지 못한 허정무-신문선은 정몽규 회장에 큰 표 차이를 보이며 낙선했다. 두 후보가 표를 합쳐도 26 대 156으로 상대가 되질 않았다.

유승민 신임 대한체육회장. ⓒ연합뉴스

반면 유승민 신임 대한체육회장은 선거 출마 직전까지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대한탁구협회장으로서 활발히 활동하며 체육계에서 좋은 평을 받았다. 그는 특히 정부와 좋은 관계를 형성해 온 것으로 유명하다. 실제로 이기흥 전 회장 재임 당시 대한체육회 관련 예산이 1000억원이나 삭감됐는데, 유승민 회장은 당선 직후 문화체육관광부 유인촌 장관, 장미란 차관을 만나 지원을 약속받았을 정도다. 지키는 쪽을 보면 이기흥 전 회장이 정몽규 축협회장에 비해 재력에서 한참 밀렸고, 도전자 쪽에서는 유승민 회장이 허정무-신문선에 비해 훨씬 준비된 후보였던 것이다.

4선에 성공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지난해 12월 출마 기자회견에서 "이번에 당선이 된다면 다음 회장 후보를 양성하는 데 매진할 것이다. 5연임까지 할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결국 '현대家 사람' 또는 '현대家가 점찍은 축구인'이 정 회장의 뒤를 이을 차기 회장 유력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고 보기 힘들었던 축구협회장 후보들은 바위에 계란 깨지듯 허무하게 물러났다. 결국 정부와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정도의 힘, 축구협회 운영에 있어 재벌가를 상대로 유의미하게 맞설 수 있는 확실한 재원의 확보가 4년 후 '차기 대항마'의 필수조건으로 보인다.

신문선(왼쪽),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스포츠코리아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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