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수의 파워인터뷰 | 뉴욕 최고의 목수 마크 엘리슨] "1등 해야 성공한다는 말 믿지 말라… 인생은 연습, 노력, 인내심이 전부"

‘완벽에 관하여’라는 책을 읽었다. 훌륭한 것을 만들어내는 뉴욕 목수의 이야기라는 부제에 걸맞게 일과 글쓰기의 핵심을 꿰뚫는 흥미로운 통찰이 많아, 서가에 두고 생각날 때마다 펼쳐봤다. 프롤로그부터 온갖 파란만장한 사건이 인생에 속출한다. 그의 부모는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대학 기숙사 서랍 아래 칸에 뉘고 키웠다. 늦은 나이에 네 아이를 키우며 의대를 수석 졸업한 어머니는 탐탁지 않게 여겼지만, 마크 엘리슨은 고교 중퇴 후 수천 개의 문과 벽을 만들며 도면의 구멍을 경험으로 메우는 목공의 달인이 됐다.
신념, 재능, 연습, 수학과 언어, 부조리, 역량, 관용 등으로 구성된 챕터를 넘기며, 나는 40년간 흙먼지 속에서 수련한 장인의 눈으로 뉴욕 초호화 아파트의 공사 현장을 누비는 스릴을 체험했다.
그의 화려한 작업 스토리와 굴곡 많은 인생 이야기는 ‘뉴요커’에 소개돼 “유쾌한 현인이 들려주는 세상 최고의 이야기”라는 찬사를 받았다.
40년간 산전수전 겪은 집수리의 장인답게, 갈피마다 꾸준하게 일 잘하는 법과 어른다운 통찰이 널려 있다. 놀라우리만치 박식하고, 허심탄회한 뉴욕의 현자 ‘완벽에 관하여’ 의 마크 엘리슨을 인터뷰했다.

업계는 당신을 올림픽 수준의 미학자라고 부른다.
“내 소개를 할 때 간단하게 목수나 건축업자라고 한다. 그 두 가지만이 당당하게 내세울 수 있는 직함이다. 스무 살에 위스콘신주에서 간단한 시험으로 고졸에 준하는 학력을 인정받았을 뿐, 학사 학위도 없고, 정규 학교교육도 마치지 못했다. 여러 번 힘들고 지루한 순간이 있었는데, 그걸 이기지 못했다. 다행히 1980년대 뉴욕은 활기가 넘쳤고, 열정적인 젊은 남자가 경험 많은 건축업자와 함께 일할 기회를 얻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때 만난 건축업자에게 많이 배웠다.”
일찍 목수에 대한 소질을 발견한 건가.
“아버지의 지하 작업실에서 처음으로 목공 도구를 만져봤다. 아버지는 도구 사용법을 몇 번 가르쳐 준 후, 버려지는 나무조각으로 원하는 것을 만들어 보라고 했다. 후에 친구 아버지가 집을 리모델링하는 걸 도왔는데, 그 일이 맘에 들었다. 하루의 작업을 끝내고 그날 해놓은 걸 돌아보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더라. 내가 저 벽을, 덱을, 계단을 만들었지, 하는 뿌듯함. 온종일 일한 후에 그날 내가 한 일을 볼 수 있다는 점, 고된 일을 마치고 난 후에 오는 기분 좋은 피곤함이 정말 좋았다.”
집을 지으며 보낸 40년의 세월은 어떤 시간이었나.
“매일 새로운 자재, 도구, 기술을 접한 시간이었다. 뒤처지지 않으려고 건축 서적과 잡지를 열심히 읽었다. 작업에 필요한 대부분 기술을 익히는 데 10년, 사업을 확장해 유리, 금속, 석재, 플라스틱 같은 여러 자재를 다루는 데 또 10년이 걸렸다. 그리고 작업장 전체를 감독하게 됐다. 다른 사람과 긴밀하게 협조하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훌륭한 목수는 어떤 목수인가.
“돈만 생각하는 사람은 안 된다. 목공은 육체노동의 강도가 매우 높다. 목공 일을 좋아한다면 폭염에도 발판에 올라 몸을 구부리고 고생하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목수는 매년 여름 그렇게 일한다. 내가 아는 훌륭한 목수는 다 그렇다. 그들은 자신의 손과 눈을 믿는다. 그렇게 훈련받았기에 좋은 목수가 된 것이다. 머리를 써서 새로운 것을 배우고 작업 계획을 세우고, 정밀하게 계산하고, 합당한 처리 과정을 선택하고 결과물을 분석한다.”
어쨌든 당신은 완벽해 보인다. 늘 완벽을 추구하나.
“센트럴파크 서쪽의 최고급 아파트에서 거대한 유리창을 깬 적이 있다. 그걸 설치하기 위해 크레인을 가져와야 했고, 2만달러(약 2800만원)의 손해를 봤다. 실수 하나가 엄청난 비용을 초래하는 게 이 비즈니스다. 완벽이란 없다(There’s no perfect). 무엇이든 완성하려면 반드시 타협해야 한다. 내 고객에게는 내가 완벽한 작품을 만드는 것보다 일을 끝내는 게 더 중요하다.”
‘이 만하면 괜찮다’라고 할 기준이나 척도가 있나.
“일의 척도는 눈과 손이다. 집이나 공예품을 대할 때 사람은 눈으로 보거나 손으로 만져보기 때문이다. 눈과 손이 모두 만족하면 그 작업은 성공한 것이다.”
당신의 괴팍한 성정이 이익을 거둬야 하는 사업에 도움이 됐나.
“결과적으로는 그랬다. 뉴욕에서 건축 일을 하는 동안 도면의 질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여러 원인 중 하나는 캐드(CAD) 의존이 지나치게 높아졌기 때문이었다. 음악도 컴퓨터로 마음대로 편집할 수 있게 된 뒤 결과물이 비슷해진 것처럼, 도면 제작도 그런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뉴욕의 현대건축도 같은틀로 만든 쿠키처럼 비슷해졌다. 나는 최근 15년간 신중한 의사 결정을 거쳐 나온 도면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개성이라고는 찾을 수 없다. 처음에는 분노가 치솟았지만, 이어 수익성 높은 사업 모델을 만들었다. 남처럼 줄 서서 차례를 기다린 게 아니라 고객과 직접 소통하기 시작했다.”
당신의 방법은 건축가가 좋아하지 않을 텐데.
“단 몇 분 동안 건축가의 도면에서 설계상 오류를 수십 개 이상 찾아낸다. 그러면 고객은 나에게 건축가보다 의사 결정 과정에서 더 높은 권한을 줄 수밖에 없다. 건축가에게 맡긴 일을 수정하기 위해 목수에게 돈을 또 지불하는 상황이 터무니없지만, 비싼 돈을 들여 수천 가지 문제가 있는 집을 짓는 것보다는 이렇게 하는 편이 낫다는 걸 고객은 금방 알아챈다. 나 같은 사람이 건축을 시작하기 전 도면 오류를 찾아내지 않으면 고객은 그 집에 사는 내내 수천 가지 오류를 참아야 할 테니까. 이례적인 과정이지만, 고객은 공사 효율을 높일 수 있고, 나는 돈을 벌 수 있다. 나와 함께 일해 온 건축가도 이제는 내가 도면 오류를 찾아내면 고마워한다. 그들이 설계한 주택이 유명한 잡지에 등장하면 찬사는 모두 건축가의 몫이기 때문이다.”
펜트하우스 ‘달팽이 수로 사건’에 대해 얘기 하자면.
“그 이야기는 책에서 직접 읽어보는 편이 나을 거다. 많은 사람이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고 했다.”
‘달팽이 수로 사건’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젊은 건축가가 고객의 비위를 맞추려 황당한 도면을 만들었다. 덱에 잔디를 심고, 시냇물이 흐르게 한 뒤, 조약돌을 깔았는데, 잔디는햇빛에 말라 죽고, 돌에는 녹조만 끼었다. 건축가는 작업자를 시켜 돌을 소독하고, 수영장 업체를 불러 약품과 수소이온(pH)농도를 맞추는 장치를 설치했다. 그래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여러 전문가가 모여 논의한 끝에 달팽이를 들이기로 했다. 달팽이가 녹조를 먹어 치워주길 기대한 것이다. 그러나 작업자를 맞이한 건 달팽이 사체 썩는 냄새였다. 달팽이 사체를 모두 치웠지만, 불행히도 죽은 달팽이 담은 포대 10개가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도중 터지면서 재앙은 일파만파가 된다. 주민은 대피하고, 경찰차와 소방차가 출동했다. 이 모든 게 세상에 하나뿐인 디자인을 원한 맨해튼 부자와 우유부단한 건축가에게서 비롯된 해프닝이다.

함께 일했던 뉴욕의 부자는 어떤 사람들인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돈이 많다. 어떤 고객의 연봉은 내가 평생 번 돈의 100배나 됐다. 내가 맡은 공사는 거의 다 집주인의 명성이나 부를 과시하는 데 쓰였다. 그들은 세상에 없는 집을 원한다. 집을 예술적으로 아름답게 꾸미는 것이 아니라 주인이 얼마나 부자인지 보여주는 일종의 광고 수단인 것이다. 이런 목적으로 진행하는 공사는 시간이나 자재 낭비가 심하다.”
그런 부자를 보며 뭘 배웠나.
“돈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못한다. 발로 뛰는 우리 같은 사람은 함께 어울려 일하는 것에서 즐거움을 얻는다. 힘든 일이 생기면 서로 힘을 합쳐 극복한다. 정중하고 합리적인 사람도 있었지만, (고객) 대부분은 거만하게 불만을 드러낸다. 그들보다 대체로 우리가 훨씬 더 행복한 것 같다.”
변수가 많이 발생하는 일인데, 어떤 사람과 해 나가는 게 좋은가.
“수백만달러 규모의 공사는 여러 문제가 뒤따른다. 얼마 전에는 정원사가 지붕 배수구를 막아, 고객이 그 집으로 이사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온 집을 물바다로 만들었다. 모든 공사는 예상치 못했거나 독특한 문제와 어려움이 있다. 미국에서 집수리는 두 번째로 큰 이혼 사유라고 한다. 그러니 문제가 생겨도 잘 지낼 수 있는 사람과 손잡고 일하는 게 가장 좋다. ‘3년간 이 사람과 여행을 떠난다’고 했을 때, 괜찮겠다는 판단이 들면, 그 공사는 큰 문제 없이 마무리된다.”
요즘은 무엇에 도전하고 있나.
“목수지만, 음악을 만든다. 책을 내기 전까지 100곡 정도를 작곡했다. 첫 책과 첫 번째 음반 ‘Miles of Dirt(끝없는 흙길)’를 제작했다. 사진작가 릴라 바스의 사진집과 함께다. 나무와 황동으로 수작업한 다섯 개의 특별 에디션이다. 나는 이 프로젝트에 12년 이상 공을 들였고, 그래서 결과물이 완벽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듣든지, 듣지 않든지 내가 하는 일 중에서 가장 만족감이 크다. 글쓰기도 꾸준히 하고 있다. 마무리 단계에 있는 원고의 가제는 ‘방화범, 중퇴자, 시인을 위한 행복’이다.”
예상치 못한 문제에 맞닥뜨렸을 때 어떻게 해결하는가.
“내가 만드는 특이한 조립품은 대부분 시제품으로, 이렇게 부품을 직접 만들어 쓰는 사람은 없다. 이런 시제품 하나를 시장에 선보이려면 수년 아니, 수십 년이 걸릴 것이다. 일일이 만들어 쓰다 보니, 계산 결과를 세 번씩 재확인하고, 장인에게 조언을 받은 후에도 일이 잘못될 때가 있다.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두세 가지 방법을 시도한다. 동료에게 좋은 아이디어를 내보라고 부탁할 때도 있고, 어떨 때는 다 버리고 처음부터 새로 시작한다. 처음부터 철저히 분석해서 이 공사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면, 결국에는 그 일을 해낼 방법을 찾게 된다. 그게 요점이다.”
당신은 잘난 체하지 않고 몸으로 세계를 돌파한 시대의 현인이다. 마지막으로 어떻게 즐겁게 일하며 생을 밀도 있게 보낼 수 있을 지 알려달라.
“간단히 성공적인 커리어를 만드는 방법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받는 것이다. 명문대에서 학위를 받고 좋은 회사에 취직하는 거다. 업무 환경은 견딜 만하면서 연봉이 높은 회사 말이다. 열심히 일하면서 자기 계발을 하다가 나중에 은퇴하면 장기 투자에 묶어둔 약간의 자금에서 나오는 돈으로 살지 않을까.
그러나 어떤 사람은 이렇게 생을 보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은 고집스럽게 자기 마음이 이끄는 대로 따라간다. 자신의 관심사를 추구하다 보면 어려움도 겪겠지만 하루하루가 의미 깊은 시간이 될 거다. 그리고 자신에게 끊임없이 투자한다. 새로운 도구를 사거나 작업장을 마련하거나 새로운 것을 만들어보고 사색에 잠기는 것이다. 이런 활동은 다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이 두 번째 방법을 선택한 사람은 부모의말이나 좋은 의도로 충고하는 친구, 재무 설계사의 말을 듣지 않는다. 1등이 돼야 성공한다는 말도 믿지 않는다. 그런데 알고 보면 이 방법이 더 안전한 길이다. 나는 두 번째 방법으로 인생을 살았다. 물론 모든 사람이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살다 보면 수많은 실패와 어려움을 겪게 된다. 하지만 그에 뒤따르는 보상이 정말 크다는 것도 꼭 기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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