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층 60%, “국민의힘은 내란 동조 세력” [시사IN·한국리서치 공동조사]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월17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이번 12·3 비상계엄이 “분명히 잘못됐다. 과도한 조치였다”라고 말했다. 동시에 비상계엄 당일 자신이 국회 현장에 있었더라도 “(계엄 해제) 표결에는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도 말했다. 여당으로서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유를 더 파악해보려고 노력했을 거라는 취지인데, 잘못된 비상계엄을 되돌리는 방법은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표결밖에 없다는 점에서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권영세 비대위원장의 위 발언만큼 현 국민의힘의 상황을 투명하게 보여주는 장면도 흔치 않다. 계엄은 잘못이라면서도 묘하게 이런저런 평가가 가능한 것처럼 얼버무리는 당내 주요 인사들의 발언이 반복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왜 그럴까?
‘〈시사IN〉·한국리서치 2025 유권자 인식 여론조사’는 비상계엄과 윤석열 탄핵에 대한 입장으로 여론 지형도를 나눴다. 이에 따르면 전체 여론은 ‘계엄 비판·탄핵 찬성’이 62%, ‘계엄 옹호·탄핵 반대’가 17%, ‘계엄 비판·탄핵 반대’가 9%다. 보수층에서는 ‘계엄 옹호·탄핵 반대’가 40%로 가장 많지만 ‘계엄 비판·탄핵 찬성’도 31%나 된다. ‘계엄 비판·탄핵 반대’는 16%다(〈그림 1〉 참조).

그런데 ‘현재 국민의힘을 지지한다’고 답한 이들 사이에서는 ‘계엄 옹호·탄핵 반대’ 그룹이 54%로 절반을 넘는다. 그다음 ‘계엄 비판·탄핵 반대’가 19%로 뒤를 잇는다. ‘계엄 비판·탄핵 찬성’은 14%로 쪼그라든다. 지지층 과반이 비상계엄이 정당했다고 하는 판에, 국민의힘은 ‘낮에는 윤석열 탄핵에 반대하고 밤에는 조기 대선을 준비하는’ 지경에 처했다. 연일 헌법재판소를 흔드는 행보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러고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30% 안팎 나온다.
중도층 60% “국민의힘은 내란 동조 세력”
정치는 다수파를 만들어가는 싸움이므로, 비상계엄에 대한 입장을 모호하게 유지하는 게 국민의힘으로서도 합리적 선택이 아닐까? 여러 갈래의 지지층을 다 데리고 갈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국민의힘 입장에서 보았을 때 걸리는 대목이 있다. 중도층이다. 이번 조사에서 자신의 이념 성향이 ‘중도’라 답한 이들은 38%로, 이념별로 보았을 때 가장 큰 유권자 그룹이다(보수 33%, 진보 27%). 그런데 국민의힘에 대한 중도층의 평가가 심상치 않다.
‘국민의힘은 강성 지지층의 영향력이 크다’는 문장을 제시했다(〈그림 2〉 참조). 중도층의 67%가 ‘그렇다’고 답했다. ‘국민의힘은 당내 다양한 의견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문장에는 중도층의 70%가 동의했다. 중도층의 67%는 ‘국민의힘은 헌법을 지키려는 의지가 약하다’고 답했다. 같은 문장을 더불어민주당에 대해 제시했을 때 중도층이 순서대로 각각 58%-47%-38%만 ‘그렇다’고 답한 것과 비교하면, 중도층은 국민의힘을 훨씬 더 위험한 정당으로 느끼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심지어 ‘국민의힘은 내란 동조 세력이다’라는 강한 문장에도 중도층의 60%가 동의했다(‘그렇지 않다’ 25%, 모르겠다 15%). ‘더불어민주당은 반(反)국가 세력이다’라는 문장에 중도층의 57%가 ‘그렇지 않다’고 답한 것과 대비된다(‘그렇다’ 27%, ‘모르겠다’ 16%). 다수 중도층 눈에 지금 국민의힘은 헌정 체제를 위협하는 세력이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윤석열 탄핵이 인용되어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면 국민의힘에겐 곤란한 문제가 생긴다. 국민의힘 강성 지지층과, 선거 승리에 중요하다고 간주되는 중도층 사이의 간극이다.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정하는 경선에서 이 간극이 시험대에 들 가능성이 높다. 지난 대선 때 국민의힘은 당원 투표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를 5대 5 비율로 반영해 대통령 후보를 정했는데, 둘의 선택이 다를 수 있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누가 국민의힘 지지층과 중도층의 마음을 얻고 있을까? 우리는 응답자들이 주요 정치인에 대해 느끼는 감정 온도를 측정했다. 0도는 매우 차갑고 부정적인 감정, 100도는 매우 뜨겁고 긍정적인 감정이다. 주요 정치인 모두가 부정적인 구간에 머무르는 가운데, 전체 응답자의 평균 감정 온도로 따지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7도로 가장 높다. 윤석열 대통령·이준석 개혁신당 의원·홍준표 대구시장이 26도로 가장 낮다. 여권의 지지율 상위 4위권 대선주자들만 보면, 오세훈 서울시장(31도)-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29도)-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28도)-홍준표 대구시장(26도) 순이다(〈그림 3〉 참조). 중도층 응답자의 선호도도 이와 비슷하다. 다만 중도층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감정 온도가 같다(공동 1위).
그런데 국민의힘 지지층으로 가면 감정 온도 순위가 달라진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55도)-오세훈 서울시장(52도)-홍준표 대구시장(48도)-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40도) 순이다. 보수층 내부에서는 ‘계엄 옹호·탄핵 반대 보수’ 응답자군의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에 대한 감정 온도가 68도로 가장 높다. 민주적 규범을 어길 의사가 가장 높은 것으로 확인된 이 집단은 김문수 다음으로 오세훈 서울시장(53도)과 홍준표 대구시장(51도)을 비교적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한동훈에 대한 감정 온도가 가장 낮다(33도). 심지어 ‘계엄 옹호·탄핵 반대 보수’ 그룹의 열 명 중 네 명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이념 성향이 ‘진보적’이라고 답하기도 했다(강성 보수층일수록 ‘진보’를 부정적 의미로 쓴다는 점을 기억하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에 대해 비교적 감정 온도가 높은 집단은, 보수층 내부에서는 ‘계엄 비판·탄핵 반대 보수’다. 이 집단에서도 오세훈 서울시장에 대한 감정 온도가 53도로 가장 높고 한동훈 전 대표가 48도로 뒤를 잇는다. 다음으로 홍준표 대구시장(46도)-김문수 장관(37도) 순이다. 계엄에 비판적이고 탄핵을 찬성하는 보수층은 국민의힘 대권주자들 전반으로부터 돌아선 듯하다. 네 명 모두에 대한 감정 온도가 20~30도에 머물러서 중도층과 더 비슷하다. 우리의 조사 결과, ‘계엄 비판·탄핵 찬성 보수’의 37%는 놀랍게도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한다. 국민의힘을 지지한다는 비율(23%)만큼이나 지지 정당이 없거나 모르겠다는 비율(23%)도 높다. 이들은 보수이면서도 가장 국민의힘에 마음을 못 붙이고 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이들 중 얼마나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할지 모르지만, 보수층 내부의 전선은 ‘계엄 비판·탄핵 반대 보수’와 ‘계엄 옹호·탄핵 반대 보수’ 사이에 그어질 듯하다.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단호하게 반대하는 인물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된다면, 그 후보를 지지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계엄 비판·탄핵 반대 보수’는 62%가 ‘그렇다’고 답했다. 반대로 ‘계엄 옹호·탄핵 반대 보수’는 67%가 그렇지 않다고 했다.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동조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문항에 ‘계엄 옹호·탄핵 반대 보수’의 87%가 ‘공감하지 않는다’고 했다. ‘계엄 비판·탄핵 반대 보수’ 사이에서는 ‘공감한다’ 45% 대 ‘공감하지 않는다’ 49%로 팽팽했다.

이렇게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윤석열 탄핵 반대’라는 깃발로 한데 묶어낼 수 있을까? 성공하더라도 그게 대선 레이스 내내 지속 가능할까? 혹은 계엄 옹호 집단을 껴안는 데 성공한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게, 대한민국에 좋은 일일까? 이런 질문을 가장 첨예하게 받을 대선주자가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다. 그는 비상계엄 직후인 12월6일에는 “탄핵만이 능사가 아니다”라고 했다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기 이틀 전인 12월12일 뒤늦게 탄핵 찬성 입장을 밝혀, 여당 대표로서 윤석열 탄핵 가결을 이끈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함께 ‘탄핵 찬성파’로 묶인다. 하지만 현재 ‘계엄 비판·탄핵 반대 보수’는 물론 ‘계엄 옹호·탄핵 반대 보수’에게서도 비교적 높은 감정 온도(53도)를 받으며 전략적 모호성을 누리고 있다.
예컨대 오세훈 시장은 윤석열 측 변호인으로 활동하는 배보윤 변호사가 서울시 인권위원장도 맡고 있는 데 대해 박유진 서울시의원이 2월19일 문제를 제기하자,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님이 굉장히 특정 정치 성향인 것은 아느냐”라고 받아쳤다. 말로는 계엄을 비판하고 탄핵에 찬성한다면서도 은근슬쩍 계엄 옹호 세력의 헌재 공격에 동참하는 모양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복귀하는 것이 가장 좋다”라고 탄핵 반대를 공개적으로 말할 뿐 아니라 비상계엄이 “불법인지 아닌지는 따져봐야 한다”라고 사실상 옹호하는 김문수 장관, 역시 “부적절한 비상계엄이었지만 대통령의 헌법상 비상대권에 속하기 때문에 불법이라고 볼 수 없고 그걸로 탄핵하는 건 부당하다”라고 대놓고 말하는 홍준표 대구시장과는 다른 행보이다. 윤석열이 비상계엄 선포의 이유로 든 부정선거론에 대해서도 오세훈 서울시장은 김문수 장관, 홍준표 대구시장과 동일하게 ‘사전투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명확히 선을 긋지 않고 있다.
정치학자 카스 무데는 보수주의나 자유주의와 같은 ‘주류’ 우익이 아닌, 자유민주주의에 적대적인 반체제 성향의 우익을 ‘극우’라고 부른다(〈혐오와 차별은 어떻게 정치가 되는가〉). 한국의 거대 양당 중 한 곳에서 위헌·위법적 비상계엄에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선거 결과를 신뢰하지 않는 세력에 편승하는 정치인이 대선후보가 될지도 모른다. 점차 가시화되는 조기 대선에서 국민의힘 경선에 특히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 이렇게 조사했다
* 조사 일시 : 2025년 2월3~5일
* 조사 기관 : ㈜한국리서치
* 모집단 :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 표집틀 : 한국리서치 마스터샘플(2025년 1월 기준 전국 96만6505명)
* 표집 방법 : 지역별·성별·연령별 기준 비례할당 추출
* 표본 크기 : 2000명
* 표본오차 : 무작위 추출을 전제할 경우, 95% 신뢰수준에서 최대 허용 표본오차는 ±2.2%포인트
* 조사 방법 : 웹조사(휴대전화 문자와 이메일을 통해 URL 발송)
* 가중치 부여 방식 : 지역별·성별·연령별 가중치 부여(셀가중, 2024년 12월 행정안전부 발표 주민등록 인구 기준)
* 응답률 : 25.2%(총 9812명에게 발송, 7941명 접촉, 2000명 최종 응답)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전혜원 기자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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