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연습경기 졌을 뿐인데…이례적 캠프 총평, 감독은 왜 "한화팬들께 송구스럽다" 했나
[OSEN=이상학 기자] “캠프 마지막 두 경기에서 팬들께 다소 송구스러운 결과를 보여드렸지만…”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김경문 감독은 지난 3일 일본 오키나와에서 스프링캠프 일정을 마무리한 뒤 총평을 통해 팬들에게 송구한 마음을 내비쳤다. 감독들의 캠프 총평은 대체로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부분을 말하기 마련인데 김 감독은 굳이 안 좋았던 것도 빼먹지 않고 언급했다. 지난 1~2일 열린 캠프 연습경기 결과 때문이었다.
지난 1일 일본 사회인 야구팀 오키나와 전력과 연습경기에서 3-9로 패하며 달갑지 않은 화제가 됐다. 일본에서 사회인 야구는 우리나라 취미 동호회 개념이 아니다. 기업에서 돈을 받고 야구를 전문적으로 하는 엘리트 출신 선수들로 구성됐다. 프로 진출을 꿈꾸는 선수들도 많고, 일본 독립리그보다 수준도 높기 때문에 일본 사회인야구팀에 진 것이 말도 안 되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은 이날 패배를 가볍게 여기지 않았다. 이튿날 2일 SSG 랜더스와의 연습경기를 앞두고 김 감독은 “칭찬할 게 없는 경기 내용이었다. 우리가 프로로서 조금 창피한 경기다. 공격이나 수비 모두 아쉬움이 있었다”며 “우리가 프로팀이지만 사회인야구팀에 배워야 했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캠프 연습경기인 만큼 결과는 의미가 없지만 내용이 좋지 않았다. 수비에서 실책 3개가 쏟아졌고, 타선도 안타 9개 포함 11번이나 출루했지만 3득점에 그쳤다. 김 감독은 선수단 미팅을 통해 타자들에게 조금 더 과감한 타격도 주문했다.
그러나 2일 SSG와 연습경기에서도 한화는 0-10으로 힘 한 번 못 쓰고 졌다. 컨디션 점검 차원에서 6회 구원등판한 류현진도 2⅓이닝 9피안타 7실점으로 무너졌다. 6회 2사에서 2루 땅볼로 이닝이 끝나야 할 상황에서 황영묵의 포구 실책이 나온 뒤 3점을 내줬다. 좋지 않은 실점 패턴이 반복했고, 타선도 산발 3안타에 머물렀다.
지난달 27일 SSG전 0-7 패배에 이어 또 한 번 완봉패로 타선이 계속 막힌 것도 아쉬웠다. 한화는 캠프 마지막 3경기를 모두 졌는데 3득점 26실점으로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경기력이었다. 아무리 연습경기라고 해도 새 시즌 기대감으로 가득찬 팬들로선 실망감을 가질 만한 내용이었다.
이에 김경문 감독도 “캠프 마지막 두 경기에서 팬들께 다소 송구스러운 결과를 보여드렸지만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더 단단한 준비를 하는 계기로 삼겠다”며 “한국에 돌아가 훈련과 시범경기를 통해 완벽한 상태로 개막을 맞을 수 있도록 최선의 준비를 다할 것이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올해 성적을 내야 한다는 책임감이 무척 크다. 지난해 6월 시즌 중 위기에 빠진 한화를 맡아 반등을 이끌며 5강 싸움을 펼쳤지만 막판에 힘이 떨어지며 8위로 마무리했다. 감독으로서 온전하게 풀시즌을 치른 것도 아니지만 김 감독은 “한화팬분들께 가을야구 약속을 못 지켜 죄송하다”며 사과를 거듭했다.
캠프 기간에도 김 감독은 “우리 팬분들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 (비시즌에) 서울에서 길을 걷다가 ‘한화 파이팅입니다’라는 인사를 몇 번이나 받았는지 모르겠다”며 “이제 팬들에게 우리가 보답해야 할 시즌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최근 6년 연속 가을야구에 실패한 한화팬들의 갈증은 어느 때보다 크다. 암흑기가 시작된 2008년부터 최근 17년간 가을야구 한 번에 꼴찌만 무려 8번으로 고통과 기다림의 시간이 너무나도 길어졌다. 새 야구장 대전 한화생명볼파크 개장을 맞아 오랜 한을 풀어낼 시기가 왔다. FA 시장에서 선발투수 엄상백과 유격수 심우준을 영입하고, 새 외국인 선수로 일본 노히터 투수 코디 폰세와 뉴욕 양키스 최고 유망주 출신 외야수 에스테반 플로리얼을 데려오며 투타에서 전력 보강도 이뤘으니 기대감이 안 높을 수 없다.
비록 캠프 마지막은 아쉬웠지만 한화는 캠프 9경기에서 4승4패1무로 5할 승률을 거뒀고, 젊은 투수들의 성장으로 마운드 뎁스가 훨씬 더 좋아졌다. 야수진은 어느 정도 틀이 잡혔지만 주전이 정해지지 않은 외야 두 자리는 시범경기 마지막까지 경쟁 구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캠프 막판 아쉬운 결과를 계기로 삼아 8일부터 시작되는 시범경기에서 분발하는 모습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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