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명태균 문자 원문 공개 “대통령님과 사모님의 충복이 되겠습니다”

특별취재팀/주진우 편집위원, 김은지·전혜원·문상현 기자 2025. 3. 3.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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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은 검찰이 명태균씨를 상대로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 6건을 입수했다. 윤석열의 공천 개입 의혹과 관련된 증거를 다량 확보해놓고도 검찰은 수사를 빠르게 진전시키지 않았다.
지난해 11월14일 명태균씨가 창원지법에서 열린 구속영장 실질심사에 출석했다. ⓒ시사IN 조남진

〈시사IN〉은 2024년 11월8일부터 11월26일까지 창원지방검찰청 전담수사팀이 명태균씨를 상대로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를 입수했다.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는 총 6건으로, A4 용지 244쪽 분량이다. 그동안 명태균씨와 관련해 제기된 각종 의혹 전반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과정과 이에 대한 명씨 주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명태균씨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자신이 받는 혐의·의혹들과 관련한 사실관계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혔다. 검사의 질문에 구체적인 날짜를 제시하며 당시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고, 묻지도 않은 이야기를 먼저 꺼내면서 부연했다. 정치인들에게 ‘컨설팅’을 해줬다는 취지의 문답이 이어질 때는 마치 무용담처럼 진술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명씨는 “사실만 말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피의자 신문조서 전체를 종합하면, 명태균씨가 유독 ‘모호한’ 답변을 하는 지점이 확인된다. 2022년 6월1일 치러진 경남 창원의창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국민의힘 후보자 공천을 앞두고 벌어진 일들에 관해서다.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이 공천을 받아 당선된 이 선거는 윤석열·김건희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이다.

최근 명태균씨는 윤석열 부부와 여권 정치인들을 향해 강도 높은 폭로를 이어가고 있지만, 피의자 신문조서가 작성된 지난해 11월 검찰 조사 당시에는 공천 개입 의혹이 명태균씨의 가장 ‘약한 고리’였던 것으로 보인다. 명씨는 그 의혹과 관련한 질문들에만 ‘모르겠다’라거나,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변하며 방어적 태도를 보였다.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명씨에게 검사가 압수수색 또는 관련자 조사 등을 통해 확보한 증거를 제시하면 그제야 명씨가 답변을 하는 장면이 반복됐다. 이 과정에서 명씨의 기존 주장과 다른 사실이 확인되기도 한다. 명씨의 모호한 진술은 2022년 3~5월 벌어진 일들에 대한 질문에 집중되어 있다. 검찰이 공천 개입 의혹과 관련해 주목하고 있던 시점이다.

‘미니 총선’에서 명태균씨가 한 일

2022년 3월10일, 윤석열이 제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직후에도 정치권은 분주했다. 대선을 치르고 84일 만에(6월1일) 시도지사를 뽑는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를 치르는 일정이 기다리고 있어서다. 특히 당시 현역 의원들이 시도지사 선거에 잇따라 출마를 선언하면서,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는 ‘미니 총선’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명태균씨 피의자 신문조서를 종합하면, 검찰은 명씨가 김영선 전 의원의 창원의창 공천을 위해 적극 움직이기 시작한 시점을 2022년 3월 말로 지목했다. 이 지역구 현역이었던 박완수 당시 국민의힘 의원이 같은 해 3월29일 경남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하면서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확정된 때다.

검찰은 박완수 당시 의원의 경남도지사 출마부터 명태균씨의 개입이 있었는지를 확인했다.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위한 사전 작업이 아니었는지 의심한 것이다. 2021년부터 국민의힘에서는 경남도지사 출마 의사를 직간접으로 밝혀온 인사들이 많아 경쟁이 치열했는데, 이 과정에서 명씨가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에게 소개해주는 등 모종의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이에 대해 명씨는 검찰 조사에서 “박완수 경남도지사 출마는 본인이 판단할 문제고, 관여하지 않았다”라고 진술했다.

박완수 당시 의원이 경남도지사 출마 선언을 하고 한 달 뒤, 김영선 전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어(2022년 4월24일) 공석이 된 창원의창 지역구 출마를 공식화했다. 검찰은 명씨 조사에서 박완수 당시 의원과 김영선 전 의원 출마를 연결해 질문을 이어갔다. 김 전 의원 공천 개입 의혹과 관련한 본격 질문이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명씨가 김영선 전 의원 출마 선언 전부터 공천과 관련해 윤석열·김건희 부부와 여권 관계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연락을 한 흔적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검찰: 피의자는 김영선 선거와 관련해 도움을 주지 않았는가요.

명태균: 제가 아는 사람이 출마하니까 ‘김영선이 일을 잘할 것 같다’라고 함성득에게도 연락하고, 이준석에게도 연락하고, 윤석열 대통령에게도 연락하고, 김건희 여사에게도 연락했습니다. (2024년 11월9일 창원지방검찰청 명태균 피의자 신문조서 제2회)

피의자 신문조서에 제시된 명태균씨 메시지 전송 기록을 보면, 명씨는 2022년 4월28일 오후 1시1분 함성득 경기대 교수에게 “김건희 여사에게 보낸 메시지”라며 장문의 문자를 발송했다. ‘창원시 의창구에 출마한 김영선 의원을 살려주세요’ ‘대통령님과 사모님의 충복이 되겠습니다’라는 내용이다(〈그림 1〉 참조). 문자에서 명씨는 노골적으로 “윤상현 의원에게 전화해 김영선 전 의원에게 전략공천을 주라고 해달라”고 말한다.

함 교수는 윤석열과 아크로비스타 이웃이다. 2022년 당시 국민의힘 재보궐 선거 공관위원장이었던 윤상현 의원과도 친분이 깊다. 검찰은 명태균씨가 김건희 여사에게 쓴 글을 ‘복사-붙여넣기’로 함 교수에게 보낸 것으로 의심했다. 명태균씨는 실제로 김건희씨에게 문자를 보냈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검찰은 명태균씨가 함성득 교수에게 이 문자를 보낸 이유로 이준석 의원을 주목했다. 검찰이 명씨 조사 과정에서 제시한 증거자료들을 보면, 2022년 4월 당시 국민의힘 당대표였던 이준석 의원은 명태균씨와 여러 차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 4월2일 오후 10시17분 명씨가 이준석 의원에게 “고맙습니다. 은혜 꼭 갚겠습니다”라고 메시지를 보내자, 이 의원은 “상대 후보 잡는 수치만 나온다면야”라고 답했다. 아래는 검찰이 이 문자 기록을 제시한 뒤 명씨와 나눈 문답이다.

검찰: 피의자는 이준석으로부터 ‘여론조사에서 상대 후보를 앞서는 결과를 확보한다면 김영선을 공천해주겠다’라는 말을 들은 게 아닌가요.

명태균: 위 메시지를 보고 생각해보니 이준석은 ‘경선 상대 후보를 이기는 수치가 나오면 김영선을 공천해주겠다’고 말한 것 같습니다.

이틀 뒤인 2022년 4월4일 오후 5시8분, 명태균씨는 이준석 의원에게 파일을 하나 보낸다. ‘PNR(명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했다고 의심받는 미래한국연구소 거래 회사) 여론조사’라며 김영선 전 의원 지지율이 경쟁 후보를 앞선다는 내용의 공표조사 결과를 보낸 것이었다. 이후 명태균씨는 4월7일과 4월24일에도 김 전 의원이 유리한 결과가 나온 여론조사들을 전달했다. 명씨는 4월23일 “김영선 의원에게도 다시 꽃이 피도록 도와주세요. 감사합니다”라고 문자를 보냈고, 다음 날인 4월24일에는 ‘220422-의장-여심위-2.pdf’라는 제목의 파일을 하나 보냈다. 이준석 의원은 “윤상현 의원한테도 함 교수 통해서 토스해주세요”라고 답했다(〈그림 2〉 참조). 검찰은 명태균씨가 곧바로 함성득 교수에게 여론조사 결과를 보낸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명태균씨와 이준석 의원이 연락을 주고받은 시점에 주목했다. 국민의힘은 2022년 4월28일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후보자 선정을 위해 공천관리위원회를 출범했다. 공관위원장은 윤상현 의원이 맡았다. 윤 의원이 위원장에 지명된 건 같은 해 4월25일 국민의힘 최고위원회 비공개 회의에서였다. 명태균씨는 이보다 하루 앞선 4월24일, 이준석 의원의 말을 듣고 함 교수를 통해 윤상현 의원에게 김영선 전 의원의 지지율이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내려 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즈음 명태균씨와 이준석 의원의 문자 대화에서는 명씨가 대통령 당선자의 부인 김건희씨와 깊이 교류하고 있고, 김씨가 여권에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는 정황도 확인된다. 검찰이 명씨에게 “이준석이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에 회부되는 것과 관련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조언을 하는 등 밀접한 관계를 유지한 것이 맞느냐”는 질문에서 시작된 장면이었다. 명태균씨가 “윤리위원회 이야기는 어떻게 알고 있는 것인지···”라고 말끝을 흐리자, 검찰은 4월21일 오후~23일 오후 사이 명씨가 이준석 대표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역을 제시했다(〈그림 3〉 참조).

2022년 4월 국민의힘은 당시 당대표였던 이준석 의원을 성접대 의혹으로 윤리위원회에 회부한 바 있다. 명씨는 문자메시지에서 이준석 의원과 이 사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윤석열에 대해 “정치적 기반이나 정무감각이 없어서 윤핵관이 얘기하면 그대로 믿는다. 당선인(윤석열)을 컨트롤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사모님(김건희)밖에 없다”라고 평가하고, 이준석 의원에게 김건희씨의 연락처를 전송했다.

2022년 5월10일 김영선 전 의원은 경남 창원의창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 후보로 경쟁(경선) 없이 공천됐다. 명태균씨의 청탁에 따른 결과라는 의혹에 대해 연루된 관계자들은 모두 부인해왔다. 이준석 의원은 “당시 공천과 관련해 어떠한 권한도 없었고, 명태균씨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 들어온 어떠한 자료나 부탁도 공관위에 전달하지 않았다”라는 입장을 꾸준히 밝혔다. 함성득 교수는 명태균씨가 단순히 김영선 전 의원의 말을 전하는 것으로만 생각했다고 주장해왔다. 당시 국민의힘 공관위 소속이었던 위원 일부는 검찰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김영선 전 의원은 공관위원들의 표결에 따라 공천이 결정됐다”라고 진술했다. 명태균씨도 검찰에 “공관위에서 참고자료로 써달라는 취지로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의혹은 가라앉지 않았다. 문제의 핵심인,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이 확정되기 전날 이뤄진 명태균씨와 윤석열·김건희 부부 사이의 전화통화 때문이다. 검찰은 2022년 5월9일 이루어진 명태균-윤석열, 명태균-김건희 전화 통화 내역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명태균씨는 관련한 모든 질문에 “잘 기억이 안난다” “모르겠다”라고 답했다. 명씨가 이처럼 답변을 회피한 건 피의자 신문조서 6건 기록 가운데 이 부분이 유일하다.

피의자 신문조서에 따르면, 5월9일 오전 이루어진 명태균-윤석열 부부의 통화는 5월8일에서 9일로 넘어가는 자정, 이준석 의원이 명태균씨에게 보낸 문자메시지가 발단이 되었다. 이 의원이 명씨에게 “당선인 쪽에서 창원의창 경선 실시하라고 왔다는 거 같은데요”라고 전하면서부터다. 명태균씨는 “아니다”라며 윤석열·김건희 부부를 거론했다. “윤한홍이 윤상현 의원에게 장난 친 거다” “당선인은 그런 말한 적 없다” “사모님이 두 번이나 윤상현 의원에게 전화드렸다” “김영선 의원이 공천받는다고 제게 연락이 왔다”라며 1분 사이 다급히 여러 개의 답을 보냈다.

그리고 5월9일 오전 10시12분, 명태균씨는 다시 이준석 의원에게 문자를 보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윤석열 대통령께서 저한테 전화오셨습니다. 윤한홍, 권성동 의원에게 그런 말 들은 적 없다고 하시면서 윤상현 의원에게 전화해서 김영선으로 전략공천 주라고 전화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그림 4〉 참조)

명태균씨의 말은 사실이었다. 이준석 의원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기 11분 전인 5월9일 오전 10시1분, 실제 명씨는 윤석열과 2분32초 동안 전화통화를 했다.

명태균 수사 2라운드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검찰은 조사 당시 명태균씨에게 윤석열·김건희 부부와 전화통화한 경위와 내용에 대해 추궁했다. 당시 명씨 휴대전화를 전부 확보하지 못했던 검찰은 명씨에게 윤석열·김건희씨와 통화한 녹음 파일을 가지고 있느냐고 물었다. 명씨는 “잠금 패턴을 풀지 못해 검찰에 제출하지 않은 전화기로 통화했으며, 녹음 파일이 거기에 저장되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라고 답했다. 검찰이 다른 전화기에 녹음 파일을 옮겼는지 묻자, 명씨는 “다른 곳으로 옮긴 사실이 없다”라고 답했다.

거짓말이었다. 검찰은 곧바로 명태균씨의 진술을 뒤집을 증거를 제시했다. 명씨가 윤석열과 통화한 직후 녹음 파일을 카카오톡 ‘내게 쓰기’ 기능으로 올려둔 흔적이었다. 증거를 본 명씨는 “잘 기억이 안 난다”라고만 말했다.

김건희씨와 전화통화 내용은 무엇이었느냐는 질문에 명씨는 이렇게 답했다. “기억이 안 납니다. 대통령 취임식 무렵이었을 것이니, 대통령 취임식을 축하한다는 내용이었을 것 같습니다.” 윤석열과 전화 통화에 대해서는 “‘당에서 알아서 하라’고 그랬겠지요”라고 답했다. 5월9일 오전 10시12분 이준석 의원에게 메시지로 설명한 전화통화 내용에 대해서는 “과장해서 말한 것이었다”라고 둘러댔다. 모두 사실과 다른 진술이다.

명태균씨는 2024년 11월15일 구속됐고 12월3일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명씨에게 2022년 김영선 전 의원을 국민의힘 후보로 추천하는 과정에서, 김 전 의원의 회계 책임자였던 강혜경씨를 통해 2022년 8월부터 2023년 11월까지 수차례 8070만원을 주고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적용했다. 검찰은 창원지검에 명태균 관련 사건 전담수사팀을 구성하고 수사했지만, 당시 수사 본류는 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였다. 검찰은 그 범위 안에서만 수사해 명씨를 재판에 넘겼다. 명태균씨 피의자 신문조서의 상당 부분도 이 혐의와 관련한 문답으로 채워져 있다.

검찰은 명태균씨 기소 이후 공천 개입 의혹과 여론조사 조작 의혹 등 언론 보도를 통해 제기된 각종 의혹을 모두 수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수사에 집중된 명태균씨 피의자 신문조서 속에서도 확인되는, 2022년 김영선 전 의원 공천 과정 전반에 대한 의심스러운 정황과 증거들에도 윤석열 부부와 관련된 수사는 진전되지 않았다. 명씨 기소 이후 뒤늦게 ‘황금폰’을 확보해 포렌식 작업에 착수했지만 늑장 수사라는 지적이 계속해서 나왔다.

검찰은 2월17일 사건을 창원지검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옮겼다. 중앙지검은 2월27일 명씨를 다시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를 둘러싼 의혹 수사 ‘2라운드’다. 앞서 공천 개입 의혹에서 방어적으로 답변했던 명씨는 최근 태도를 바꿔 윤석열·김건희 부부와 여권 정치인들을 향해 강도 높은 폭로를 이어가고 있다. 기소 이후 검찰에 제출한 이른바 ‘황금폰’ 포렌식 내용을 쥐고 추가 폭로도 예고했다. 명씨의 수사 협조, 진술 변화 여부 등이 ‘내란범’ 이전 윤석열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포인트다.

특별취재팀/주진우 편집위원, 김은지·전혜원·문상현 기자 moo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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