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에게서 ‘대통령’ 호칭 삭제한 이유 [편집국장의 편지]

변진경 편집국장 2025. 3. 3.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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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밝은 독자께선 알아채셨을지 모르겠지만, 〈시사IN〉 기자들은 언젠가부터 기사를 쓸 때 '윤석열' 뒤에 '대통령'을 붙이지 않고 있다.

그 주 마감한 〈시사IN〉 제901호부터 지금까지 '대통령' 호칭 삭제 원칙을 지켜오고 있다.

〈시사IN〉은 만약 윤석열이 대통령직에 복귀한다 해도 지금처럼 계속 그에게 '대통령' 호칭을 붙이지 않겠다.

윤석열이 아직 대통령인 현실을 받아는 들이되 그를 존칭하지 않겠다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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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시사IN〉 제작을 진두지휘하는 편집국장이 독자들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우리 시대를 정직하게 기록하려는 편집국장의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2024년 12월7일 응원봉을 든 시민들이 국회 앞에서 열린 '윤석열 탄핵 촉구'집회에 참여했다. ⓒ시사IN 이명익

눈 밝은 독자께선 알아채셨을지 모르겠지만, 〈시사IN〉 기자들은 언젠가부터 기사를 쓸 때 ‘윤석열’ 뒤에 ‘대통령’을 붙이지 않고 있다. 외부 필자의 기고문이나 맥락상 꼭 필요할 때만 ‘대통령’ 직함을 살린다. 윤석열이 12·3 비상계엄 이후 두 번째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지난해 12월12일 오후 편집국 내 논의를 통해 결정한 편집 규칙이다. 윤석열 탄핵소추안 두 번째 국회 표결을 앞둔 주였다. 그 주 마감한 〈시사IN〉 제901호부터 지금까지 ‘대통령’ 호칭 삭제 원칙을 지켜오고 있다.

따져보면 우리가 우리나라 대통령에게 붙이는 ‘대통령’은 단순 호칭을 넘어, 그 존재와 권위에 대한 인정과 존경의 의미가 담긴 존칭에 가깝다. 자국의 대통령을 대하는 일정량 이상의 경외와 애정도 스며든 단어다. 옛날엔 ‘각하’를 그렇게 썼고 지금은 ‘대통령’ 정도로 족하다는 게 사회 통념이 되었다. 트럼프, 바이든, 푸틴, 마크롱 같은 다른 나라 대통령들 이름 뒤에 굳이 따박따박 ‘대통령’을 붙이지 않더라도 그를 하대하고 명예훼손하는 게 아니듯, 우리나라 대통령을 이름 석 자로만 부르는 일도 딱히 멸칭은 아니다. 하물며 내란을 일으켜 국민의 안전과 일상을 위협한 자에게 ‘대통령’ 호칭을 성실히 붙일 이유는 더더욱 없다.

윤석열 탄핵 결정의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며칠 전 윤석열 탄핵 이후 〈시사IN〉의 보도 일정과 편집 방향 등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누군가 문득 물었다. “만약··· 기각되면요?” 법리적으로나 상식적으로나 그 확률은 0에 수렴한다고 생각하지만, 기자 일을 배울 때 ‘절대’ ‘결코’ ‘무조건’ 같은 부사는 쓰지도 믿지도 말라고 배웠다. 그래서 마땅히 ‘플랜 B’를 세워야 하지만 도저히 그림이 그려지지도, 그리고 싶지도 않아 괴로운 가운데, 그래도 하나의 계획은 세웠다. 〈시사IN〉은 만약 윤석열이 대통령직에 복귀한다 해도 지금처럼 계속 그에게 ‘대통령’ 호칭을 붙이지 않겠다.

극우 세력처럼 헌법재판소 결정에 승복하지 않고 물리적인 공격도 감행하겠다든가 하는 개념과는 전혀 다른 차원이다. 그저 사실로서 대통령직임을 인정하는 것과 그를 대통령으로 칭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는 뜻이다. 윤석열이 아직 대통령인 현실을 받아는 들이되 그를 존칭하지 않겠다는 것뿐이다. 그리고 하던 대로 써야 할 기사들을 쓸 것이다. 그런 일을 하다가 윤석열 관점으로 범법자나 범법 매체로 규정된다면 가문의 영광으로 받아들이겠다.

억지로 부정회로를 돌려, 설령 진짜 탄핵이 기각된다 해도, 괜찮다. 윤석열을 다시 탄핵시킬 요건과 증거는 ‘내란 혐의’ 외에도 차고 넘치니까. 〈시사IN〉 이번 호에 그 증거들이 가득 담겨 있다.
 

 

변진경 편집국장 alm242@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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