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수익률 망칠라" 여전히 떠는 개미들…공매도 오해와 진실
[편집자주] 이달 말 공매도가 전면 재개된다. 공매도가 전면 금지되면서 떠났던 해외 기관투자자들이 돌아와 차갑게 식은 국장에 불쏘시개가 될지 관심이다. 한편으로 국내 증시가 공매도 세력의 놀이판이 될 수 있다는 개인투자자들이 우려는 여전하다. 새로 도입한 전세계 첫 민간협력 전산시스템이 불법 공매도로부터 개미들을 보호할 수 있을까. 공매도 재개가 우리 자본시장에 미칠 영향을 살펴본다.

"개미들은 미장, 코인으로 빠져나갔는데 공매도까지 허용하면 국장에 남아있을 이유가 있나요?"
금융당국이 오는 31일 공매도를 전격 허용하기로 결정한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여전하다. 온라인 주식투자방에선 '외국인과 기관에 놀아나는 시장 된다', '시뮬레이션 결과 내놓고 시행하라' 는 등의 성토글이 넘쳐난다.
금융당국은 공매도가 글로벌 투자자의 위험 분산(헤지) 방식의 중요요소로 삼고 있는만큼 반드시 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개인투자자들이 우려하는 무차입 공매도는 2000년부터 국내 자본시장에서 금지된 거래방식이다. 주식을 실제로 빌리지 않고 매도해 차익을 거둘 수 있어 자본시장교란행위로 간주된다. 하지만 전산화가 되지 않아 해외 기관투자자의 먹잇감으로 이용돼왔다.
개인투자자들은 합법적인 차입 공매도를 허용하면 이를 틈타 불법 공매도 세력이 시장을 혼탁하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한다. 정부가 신뢰하는 NSDS도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같은 불만은 지난달 말 '증시 인프라 개선 관련 열린 토론회'에서 터져나왔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NSDS는 거래의사를 밝히지 않은 법인이나 소규모 법인을 걸러내지 못한다"며 "미등록 개인 투자자가 직접주문전용선(DMA) 계좌로 불법 공매도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또 "공매도 전산화에 대차거래는 빠졌다"며 "지금처럼 수기로 작성하면 불법 공매도 근절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업계에서도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 장철근 KB증권 상무는 "비거주 외국인의 잔고관리 시스템에 대한 실사를 나갈 수 없다보니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그쪽에서 화면을 찍어 보내는 방식일텐데 의도적으로 조작하면 증권사는 완벽히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2021년 불법 공매도 형사처벌이 신설된 후 첫번째 기소로 관심을 모은 HSBC(홍콩상하이은행) 홍콩법인 사건이 최근 1심에서 무죄로 판결난 것도 불신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법원은 HSBC의 무차입 공매도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트레이더 등 피고인에 대한 소환조사가 이뤄지지 않는 등 검찰이 증거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을 내렸다.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를 운영 중인 이상목 컨두잇 대표는 "불법 공매도를 통해 1000억원을 벌고 300억원을 벌금으로 내는데 불법을 자행하지 않겠나"라며 "적발됐을 때 강력한 처벌이 이뤄져야 불법 공매도 유인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우려와 기대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온다. 시장에선 공매도가 주가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개인 투자자의 우려와 가격 발견 기능이 작동되고 선진국 표준 제도에 발맞춰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될 수 있다는 기대의 목소리가 교차한다.
국내 증시에서 2023년 11월6일 금지된 공매도는 오는 31일부터 재개될 예정이다. 금지 기간 금융당국은 중앙점검시스템(NSDS)을 한국거래소에 구축하게 하는 등 공매도 전산화를 추진했고, 개인과 기관의 공매도 거래 조건을 통일하는 등 제도를 개선해왔다.
금융투자업계와 학계에서는 공매도 재개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공매도는 주식 시장이 과열됐을 때 적정한 주가를 찾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며 "그동안 공매도를 이용한 주가조작 사건 등 부작용이 있기도 했지만 이제는 시스템을 마련해 불법 공매도를 막을 수 있게 조치를 취해놨기 때문에 재개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공매도 재개로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선진국 지수 편입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점도 거론된다.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은 원화의 역외 시장이 없는 점, 공매도를 금지한 점 두 가지 때문에 MSCI 선진국 지수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며 "공매도 허용은 글로벌 스탠다드를 지향하는 것으로, 올바른 방향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공매도를 재개하더라도 증시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머니투데이가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금투업계에 종사하는 투자전문가 17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2월5일부터 15일까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공매도 재개가 일시적 충격을 줄 수는 있지만, 이후에는 오히려 증시가 반등·상승할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달 공매도 재개 이후 국내 증시 흐름에 대한 질문에 '일시적 하락 후 반등'(42%)할 것으로 내다봤다. '영향 없음(혹은 모름)' 항목을 택한 사람은 38%에 달했다. 상승을 전망하는 시각도 15%를 차지했다.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 전문가는 2%대에 불과했다.
공매도 재개가 국내 저평가주의 매력도를 높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재개는 주식시장의 가격 형성 효율성을 제고해 저평가된 주식의 매력도를 부각할 수 있다"며 "동시에 외국인 투자자 입장의 개별 종목 롱숏(매수·매도) 플레이를 가능하게 하므로 한국 주식시장 거래량 확대도 기대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불법 공매도가 반복되지 않도록 감시 시스템에 대한 개선과 관리가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많이 공매도를 금지했기 때문에 또다시 금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며 "금융당국에서 불법 공매도를 막는 역할을 잘 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지영호 기자 tellme@mt.co.kr 박수현 기자 literature102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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