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유 동맹 흔드는 트럼프, 우린 어떤 대비 하고 있나

조선일보 2025. 3. 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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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백악관 오벌오피스(대통령 집무실)에서 설전을 벌이고 있다. /AP 연합뉴스

지난달 28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공개 설전을 벌이는 모습이 세계에 큰 충격을 줬다. 유럽연합(EU) 측은 “자유세계에 새로운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것이 분명해졌다”고 했다. 미국을 더 이상 자유 진영의 리더로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이다. 반면 러시아 외무부는 “젤렌스키를 때리지 않고 잘 참았다”며 트럼프 편을 들었다. 자유민주주의 동맹국과는 멀어지고, 러시아·북한 같은 독재국가와 가까워지고 있는 미국을 상징하는 장면이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침략국’인 러시아의 책임은 전혀 묻지 않고, 침공을 당한 ‘피해국’ 우크라이나에만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 이날 회담에서 트럼프는 “러시아와 휴전하려면 우크라이나가 타협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점령당한 영토 일부를 포기하는 선에서 종전 합의를 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미국은 지난달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채 러시아와 종전 협상을 시작했다. 젤렌스키는 휴전 또는 종전의 대가로 나토 가입이나 핵무기 재보유, 미국의 안전 보장 중 하나라도 받아내려 하지만 미국은 이를 모두 거절했다. 트럼프 구상대로라면 우크라이나는 영토 일부를 러시아에 떼어 주고 희토류 개발권은 미국에 내주면서도 미래의 안전은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게 된다.

백악관 회담에서 젤렌스키는 “(미국의) 안보 보장 없이 휴전은 없을 것”이라며 “푸틴은 이전에 그런 합의를 25번이나 깼다”고 했다. 국가 간 합의를 수없이 파기했던 러시아와 트럼프 방식대로 합의를 해봤자 진정한 평화는 오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런데 트럼프가 푸틴 못지않게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이 북한 김정은이다. 트럼프가 북한의 핵무기는 그대로 놓아둔 채 ‘종전선언’처럼 한국의 안보만 위태롭게 만들 수 있는 합의를 강요하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다. 이런 침략 행위가 국제 사회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통용되면, 한국처럼 강대국에 둘러싸인 국가에는 심각한 위협이 된다. 그런데 이를 규탄하고 저지해야 할 미국이 오히려 러시아 편을 드는 세상이 됐다.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하는 대한민국의 안보 구조를 완전히 새롭게 설계해야 할 일이다. 우리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수단이 무엇인지를 절박하게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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