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다음은 우리?…트럼프에 ‘팽’당할까 떠는 동아시아 동맹국들
대만서도 트럼프 ‘현실주의’에 대한 우려 커져

설전 끝에 파행을 맞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정상회담과 관련해 일본·대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오랜 적대국인 러시아와 밀착하면서 유럽 동맹국과는 충돌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봤을 때, 동맹 내지 우호 관계인 아시아 국가와의 관계 역시 안심할 수 없다는 진단이 나온다.
일본 일간 아사히신문은 2일 사설에서 “이번 트럼프 정권의 대응은 가치관을 공유하는 동맹국으로서 미국의 신뢰성에 큰 의문을 던졌다”고 평가했다. 산케이신문도 이날 사설에서 “영토와 주권을 지키려고 싸우는 동맹국을 우롱하는 듯한 트럼프 대통령을 보며 동맹국들은 위기감을 키웠을 것”이라고 했다.
아사히는 일본 내에서 진보 성향으로, 산케이는 보수 내지 극우 성향으로 분류되는 언론이다. 진영과 관계없이 미국과 우크라이나 정상회담에 대해선 같은 평가를 내놓은 것이다.
국제관계 전공인 히가시노 아츠코 쓰쿠바대 교수는 “일본과 유럽에 강한 교훈을 남긴 회담이었다”며 “그동안 미국과 가치를 공유하는 파트너였던 유럽과 일본도 유사시 미국 없이도 버틸 수 있도록 상당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아사히에 말했다.
국제관계 전문가인 빌 에모트 이코노미스트 전 편집장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배신은 동아시아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면서 “상식적으론 있기 어려운 발상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그랜드 바겐’(큰 거래)이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 대가로 (다른 아시아) 동맹국을 깎아내리는 일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가장 먼저 타겟이 될 곳은 미국의 군사적 지원을 받고 있는 대만이다. 필리핀, 한국, 일본도 미국 의존의 취약성을 안고 있다”고 짚었다.
일본이 태도를 분명히 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아사히는 전날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상당히 감정적인 대화였다. 외교는 감정싸움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트럼프-젤렌스키 회담을 평가한 것을 거론하며 “양측 모두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발언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사히는 “일본은 미국에 대한 우려와 우크라이나를 향한 연대를 보다 분명히 표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군사적 압박에 시달리는 대만에서는 ‘오늘의 우크라이나가 내일의 대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천원자 대만카이난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현실주의’ 입장은 동맹국에 대한 미국의 약속이 절대적이 아님을 분명히 보여준다”며 대만이 자주국방 및 유럽·일본 등과의 전략적 협력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연합보는 전했다.
익명의 한 전문가는 미국과 우크라이나 회담을 지켜본 중국이 향후 근시일 내 대만해협 주변에서 군사훈련을 하는 등 방식으로 트럼프 정부의 대만에 대한 입장 ‘간보기’에 나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일본·대만 등 아시아 국가와 우크라이나는 지정학적 상황, 미국과의 경제적 긴밀도 등에서 차이가 나 향후 전개가 다를 것이란 전망도 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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