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사한 연기일지를 쓰고 있는 이이담...“불안하지 않은 배우 되고파”

"가늘고 길게, 오래오래 하고 싶어요."
배우 이이담은 이같은 연기 소신을 당차게 말한다. 이는 반만 맞고, 반은 틀렸다. 그는 2021년 데뷔 후 지난 4년 간 쉼없이 활동하며 차곡차곡 단계를 밟아왔다. 작품 속 비중 뿐만 아니라 존재감도 점차 키우고 있다. ‘길게’ 갈 수 있는 든든한 밑짐을 채운 셈이다.
하지만 ‘가늘게’ 가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는 매 작품마다 인상깊은 연기로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밟고 있다. 이미 차기작까지 결정됐고 러브콜도 끊이지 않는다. 비결을 찾자면, 결국은 ‘연기’다. 또래 배우 중 둘째가라면 서러울 탄탄한 연기력으로 그에게 주어진 몫, 그 이상을 해내고 있다.
이이담은 최근 종방된 티빙·tvN ‘원경’에서 본방 나인에서 후궁으로 신분이 순식간에 상승하게 되는 채령 역을 맡았다. 그는 이 비약적인 신분 상승 만큼 극단을 오가는 연기를 소화했다. 초반에는 원경(차주영)을 극진히 모시며 신임을 받았으나, 태종(이현욱 분)에게 승은을 입은 후에는 자신의 권력을 강화·유지하기 위해 각종 음모를 꾸민다. 당연히 이 드라마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의 원성도 높았다. 질타의 목소리가 높다는 것은 이이담이 채령 역을 잘 소화했다는 칭찬과 다름없다.
최근 문화일보와 만난 이이담은 "채령이 얄밉고, 미워 보인다는 연락을 많이 받았다. 이 또한 칭찬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채령은 실존 인물이지만 많은 상상을 덧댔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적 사실보다는 대본에 집중해서 연기했다"고 말했다.
‘원경’을 보고 있노라면 ‘채령의 진짜 얼굴은 무엇일까?’라는 의문을 품게 된다. 자신의 삶을 위해 언제든 다른 가면을 쓸 수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선과 악의 경계를 넘나들며 그 모호함을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서 이이담도 "채령을 연기하며 힘들었다"고 토로한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그 긴장의 끈을 강하게 부여잡았다.
이이담은 "채령은 누굴 만나도 계속 연기를 하며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진심을 떠나, 살기 위해 음모를 꾸미는 것"이라며 "채령은 실제 얼굴을 보여준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러면서 ‘채령이 외로운 사람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촬영장 분위기는 정말 좋았지만, 그런 채령을 연기한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었다"고 토로했다.

이이담이 여성 서사 드라마에서 두각을 보이는 점도 이채롭다. 선배 배우 수애(공작도시), 박보영(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차주영(원경)과 대립하고 반목하는 장면에서 이이담은 더 돋보였다. 결코 물러섬도 없었다. 이렇듯 꽤 근사하게 필모그래피를 채워가고 있는데 이이담은 "의도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여성 서사 드라마는)확실히 끌림이 있다"면서도 "저는 아직 작품을 선택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 우연히 그런 작품에 많이 캐스팅됐다. 남녀 간의 사랑보다 더 짙은 우정이나 동경일 수도 있다. 그런 다양한 감정선을 연기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이이담은 ‘원경’을 잘 떠나보낸 후 또 다시 신발끈을 고쳐매고 있다. 넷플릭스 ‘이 사랑 통역 되나요?’가 그의 차기작이다. 이번에는 당차고 인간미 넘치는 PD 역을 맡았다. 기존에 보여줬던 인물들과는 또 다른 결이다. 그의 연기 스펙트럼이 더 굵어지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엄청난 운이 따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입을 연 그는 "이 운이 언제까지 갈지 궁금하다. 이 운이 끝나기 전에 자리를 잡아야 한다. 혹여 선택받지 못할 것이란 두려움이 있는데, 쉬고 있을 때도 불안하지 않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장기적인 계획을 묻는 질문에도 이이담은 거침없이 답했다. 인생을, 경험을 잘 쌓아서 제 나이에 맞는 연기를 보여주는 것이 그의 연기 철학이다.
"교복을 입어 보고 싶고, 20대 때의 발랄하고 긍정적 이미지를 보여주는 캐릭터도 맡고 싶어요. 지금껏 열심히 해온 것처럼 30대의 필모그래피를 잘 만들면 더 나은 40대가 기다리지 않을까요? 나중에는 제 나이에 맞는 엄마 역할을 하는 순간도 기쁘게 맞고 싶어요. 가늘지 않고 굵게 간다면 감사한 일이지만 욕심내진 않아요. 지금처럼 건강한 마음으로 열정적으로 임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요."
안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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