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칫상에 올라가는 저승캔디…근데 그거 뭐지? [그거사전]
[그거사전 - 60] 회갑상·제사상 위에 알록달록 캔디 ‘그거’
![옥춘당의 불량식품적인 색감. 하지만 태생은 궁중 잔칫상에도 올랐던 귀한 몸이다. [사진 출처=위키피디아, MaeveCosgrave]](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3/02/mk/20250302065706404wzzo.png)
화려한 색상의 비결은 색소다. 다양한 색소를 섞어 치댄 긴 반죽들을 겹쳐서 툭툭 끊어낸 뒤 동그랗게 굴린 사탕을 맷돌 모양으로 눌러서 만든다. 특유의 무늬가 제대로 나오도록 반죽끼리 합치고 납작하게 누르는 과정은 사람의 손을 거친다.
![옥춘당은 아니고 옥춘사탕을 만드는 과정. 바탕이 되는 흰 사탕 반죽에 다양한 색상의 반죽을 덧붙여 늘리면서 끊어낸다. 옥춘당의 무늬를 만드는 과정도 이와 유사하다. [사진출처=SBS 생활의 달인]](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3/02/mk/20250302065709301frkd.png)
한국의 전통 과자를 뭉뚱그려 한과(韓菓)라고 하는데, 옥춘 역시 한과 중 하나다. 대표적인 한과로는 멥쌀로 만든 찰떡을 기름에 튀기고 고물을 묻힌 유과(油菓), 밀가루와 꿀·기름 등을 반죽해 튀긴 뒤 조청을 배어들게 해 만드는 약과(藥果), 튀밥이나 견과류를 엿물에 버무려 굳힌 엿강정, 송홧가루나 콩가루 등을 꿀로 반죽해 무늬가 있는 틀에 찍어낸 다식(茶食) 등이 있다.
지금에야 옥춘당은 전통시장이나 동네 슈퍼 구석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저렴한(그리고 200년쯤 유행이 지난) 간식이지만, 원래는 궁중 잔칫상에 등장했던 귀한 몸이었다. 정조의 일성록(日省錄·일기 형식의 국정 기록물)에서는 정조 19년(1795년) 6월 18일 자궁(慈宮), 즉 혜경궁 홍씨의 진찬(크지 않은 규모의 궁중 잔치)에 옥춘당을 6치 높이로 쌓았다는 내용이 실려 있다. 잔치의 규모가 크지 않다고 했지만, 상에 올라간 음식이 무려 82종이다(조금 놀라움). 그리고 이 모든 음식을 모조리 기록했다(매우 놀라움).
“진찬소(進饌所)를 연부(蓮府)에 설치하였다. (중략) 진찬상(進饌床)은 82품(品)이고…(중략) 오색강정(五色强精) 9치 높이 한 그릇, 삼색매화강정(三色梅花强精) 9치 높이 한 그릇, 삼색요화(三色蓼花) 1자 높이 한 그릇, 인삼당(人蔘糖)ㆍ옥춘당(玉春糖)·어과자(御菓子) 6치 높이 한 그릇, 팔보당(八寶糖) 6치 높이 한 그릇, 사당(砂糖) 7치 높이 한 그릇…(후략)” (정조 19년 6월 18일 일성록 중 일부 발췌. 출처=한국고전번역원)
![컬러풀한 약과처럼 보일 수 있지만, 팔보당이다. 출처가 좀 시선 강탈인데 신경 쓰지 말자. [사진 출처=사이버안동소주박물관]](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3/02/mk/20250302065712258dvhv.png)
옥춘당, 팔보당을 비롯해 약과, 대추, 사과 등 음식을 높게 쌓아 올린 잔칫상 ‘그거’는 고임상(고임床)이라고 한다. 고배상(高排床)이라고도 한다. 음식 종류별로 쌓아 올리는데, 축(祝), 복(福) 같은 한자를 넣기도 하고 나선이나 대칭으로 색을 넣기도 하는 등 화려하게 꾸민 것이 특징이다. 미적인 감각과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음식 예술이라 하겠다. 지금은 식재료 준비부터 제작까지 들어가는 수고와 비용 부담으로 인해 모형으로 대체하는 경우도 많다.
![궁중 잔치 때 차리는 고배상의 위엄. 위 사진은 1892년 고종 재위 30주년 축하 잔칫상 차림 ‘진어대탁찬안’을 궁중음식연구원이 재현한 것이다. 총 25그릇의 음식이 오른 상으로 떡과 과자, 과일은 30~36㎝까지 높게 쌓아 올린 것을 볼 수 있다. [사진 출처=종로구청 ‘궁중잔치를 열다’ 블로그]](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3/02/mk/20250302065715950nfsg.png)
아무리 왕실이지만 음식 낭비가 좀 심한 게 아닐까 - 싶지만 괜한 걱정이다. 고임상의 또 다른 이름은 망상(望床)이다. 바랄 망(望)자를 쓰는 이유는 이 상은 먹는 상이 아니라 바라만 보는 상이기 때문이다. 잔치가 끝나면 고배상의 음식들을 그대로 포장해 잔치에 참석한 종친과 신하들에게 나눠줬다. 호화로운 ‘그들만의 잔치’에 끝나지 않고 베풀고 나누는 ‘모두의 잔치’가 된 것이다. 또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궁중 음식과 조리법이 양반가, 그리고 더 나아가 서민층까지 전파되는 효과도 있었다.
![영화 ‘신세계’에도 고임상이 등장한다. 골드문 그룹 前회장이자 폭력조직 재범파 두목이었던 석동출(배우 이경영)의 빈소에 차려진 음식 중에 고임상이 보인다. [사진 출처=궁중음식문화재단·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3/02/mk/20250302065719340gunj.png)
- 다음 편 예고 : 훈제연어에 곁들여 먹는 완두콩 같은 ‘그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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