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에서 외설스런 일 벌어지더니···물로 흥한 이 나라가 만든 세계[사색(史色)]
[사색-90] 고대 로마는 ‘길의 제국’이었다. 강력한 군대가 지나간 길에는 도로가 깔렸다. 서쪽 스페인부터 동쪽 메소포타미아까지. 지역에서 나는 진귀한 물건, 재능있는 사람, 새로운 생각이 모두 로마로 향한다는 의미였다.
로마의 길은 단지 땅에만 있지 않았다. ‘물의 길’은 로마를 지탱하는 또 다른 경쟁력이었다. 시민의 목을 축이는 것이 통치의 기본임을 알아서였다. 식수의 힘으로 고대 로마 인구는 100만까지 도달했다. 당시 기준 세계 최대의 도시였다.
당대 역사가 할리카르나소스의 디우니시우스는 말했다. “우리 로마의 위대함은 포장도로, 수로, 하수도에 있다.”
![영국 바스의 고대 로마 목욕탕. [사진출처=Diego Delso]](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3/01/mk/20250301095406243adgx.jpg)
‘물’을 통제한다는 건 오늘날의 반도체 기술만큼이나 최첨단 공학의 기술이었다. 국가의 가장 중요한 정책 중 하나인 이유였다. 로마 제정은 고위급 관리 ‘큐레이터 아쿠아리움’을 임명하기도 했다. 물 공급이 끊긴다는 건 도시의 생명줄을 끊는 것과 같아서였다. 첫 ‘큐레이터 아쿠아리움’은 아우구스트스 황제의 심복인 아그리파였다(미술학도들이 그리는 석고상의 주인공이다).
![장군 아그리파의 또 다른 정체성은 로마의 물 담당관리관이었다. [사진출처=Marie-Lan Nguyen]](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3/01/mk/20250301095410364dmuh.jpg)
![로마의 수로. [사진출처=Marie-Lan Nguyen]](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3/01/mk/20250301095413443prxu.jpg)
476년 서로마제국이 멸망했지만, 수원에서 흐르는 물줄기는 결코 끊기지 않았다. 분수대가 파괴되고 수로엔 잡초만 무성했어도, 문명의 물길은 오랜 기간을 지나 다시 새 길에 닿았다. 고대 로마를 숭배하고 이를 부활시키려는 노력들, ‘르네상스’의 시대였다.
‘부활’이라는 뜻의 르네상스처럼 분수 역시 다시 물줄기를 뿜었다. 교황 니콜라스 5세는 고대 로마의 수로를 복원했다. 수로의 끝에 웅장한 분수대를 지었다. 현재 트레비 분수가 있는 곳이었다.

19세기 유럽을 공포에 빠뜨린 나폴레옹은 분수로 자신의 권력을 표현한 인물이었다. 팔미에 분수는 그의 이집트 원정을 기리는 건축물이었다. 스핑크스를 조각해 나폴레옹의 힘이 북아프리카 이집트까지 닿았다는 걸 과시하고자 했다.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앞 위치한 한국은행 분수대. [사진출처=서울 중구청]](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3/01/mk/20250301095423402sgup.jpg)
한국은행 분수대는 그 빛을 잃어버리고 있다. 외딴섬처럼 고립 되어 있어서다. 사람들이 삼삼오오 앉아 있던 자리에는, 오직 비둘기들만이 분수대의 쓸쓸함을 달래주고 있었다. 상권의 변화 때문인지, 역사에 대한 무관심 때문인지, 나는 그 이유를 알지 못한다.

한국은행 분수대가 시민에게 사랑받을 더 나은 공간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 이유였다. 분수대를 비둘기에 넘기기엔 너무나 아깝지 않은가. 역사적으로나 미학적으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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