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야구장 입주, 선수만 좋은 게 아니네 [경기장의 안과 밖]

최민규 2025. 3. 1.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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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가 새 홈구장인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 입주한다. 롯데와 LG·두산 구단도 기존 홈구장 개보수가 예정돼 있다. 새 야구장 개장은 프로야구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을까.
한화 이글스의 새 홈구장 ‘대전한화생명볼파크’가 3월 개장을 목표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연합뉴스TV 갈무리

프로야구 KBO리그 한화 이글스가 올 시즌부터 새 홈구장인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 입주한다.

2만7석 규모의 신 구장이다. 종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보다 8007석 많다. 이 구장이 문을 열면 KBO리그 10개 구단은 모두 프로화 이후 건설됐거나, 대폭 개축된 홈구장을 보유하는 셈이다.

한국 야구장의 역사는 1925년 서울운동장 야구장(옛 동대문운동장) 개장으로 시작한다. 1906년 최초의 야구 경기가 열린 ‘훈련원 마동산’ 인근에 지어졌다. 1958년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 유치에 맞춰 2만5000석 규모 객석을 갖춘 스타디움으로 대규모 개축됐다. 1963년 제5회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 우승 뒤에는 야간 조명시설이 설치됐다.

1982년 3월27일 프로야구 원년 개막경기도 이 구장에서 열렸다. 당시 기록지에 따르면, 입장 관중은 2만3998명. 최다 관중 경기는 한국시리즈 5차전으로 2만8987명이었다. 이해 7월 세계야구선수권대회를 앞두고 문을 연 잠실야구장에서도 프로야구 일부 경기가 열렸다. 잠실구장은 이후 오랫동안 ‘프로야구의 메카’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부산(1969년 개장), 대구(1948년), 대전(1964년), 인천(1934년), 광주(1965년) 등 지방 구장은 프로야구 출범 시점에 이미 낙후된 시설이었다. 야간 조명시설도 없어서 원년 시즌 중에 당시 내무부 지원 아래 급히 공사를 했다. 관객 수용 규모는 1만 석 남짓에 불과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원년 이후 오랫동안 포스트시즌 시리즈 후반 경기를 ‘중립지역’인 서울에서 치르도록 정했는데, 이는 지방 구장의 열악한 객석 규모 때문이었다.

KBO는 2002년 ‘3만 석 이상 규모 구장을 보유한 팀’이 시리즈에 올라올 경우 중립 경기를 없앴다. 하지만 당시 이 규정을 충족한 구장은 부산 사직구장(1986년)과 인천 문학구장(2002년) 둘뿐이었다. 낙후된 구장은 KBO리그 구단들이 경영활동으로 수익을 낼 가능성을 차단했다. 예전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1993년 프로야구 전용 구장 건립을 약속했다. 하지만 실현되지 못했다. 전용 구장은 비업무용 부동산으로 분류돼 세금 부담이 컸다. 민간기업이 야구장 시설을 짓고 소유할 법적 근거도 마련돼 있지 않았다. LG그룹이 1990년대 뚝섬에 계획했던 돔구장 계획이 좌초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1910년대에 이미 강철과 콘크리트로 지어진 3만 석대 구장을 보유한 점과 비교된다. 일본 프로야구도 1936년 출범 당시 야구장 평균 수용 인원이 3만명 이상이었다.

KBO리그에 ‘야구장 르네상스’는 2010년대 비로소 열린다. 지방 야구장이 현대화됐다. 2014년 광주, 2016년 대구, 2019년 창원에 2만 석 규모 프로야구 전용 구장이 문을 열었다. 객석 규모는 사직구장과 문학구장 개장 당시에 못 미쳤지만 ‘질’을 중시했다. 2015년 제10구단으로 창단한 KT 위즈는 과거 현대 유니콘스의 홈구장인 수원구장에 둥지를 틀었다. 대폭 개보수로 수용 규모는 1만4000석에서 최대 2만2067석까지 늘어났다. 현재는 1만8700석이다. 2016년엔 서울에 최초의 돔구장인 고척스카이돔(1만6000석)이 개장했다.

‘야구장 르네상스’의 효과

새 야구장 개장으로 관객 증가 현상이 뚜렷이 나타났다. KIA는 무등경기장에서 보낸 마지막 시즌인 2013년 평균 관객 7352명을 유치했다. 새 구장 첫 시즌엔 1만366명으로 41%나 증가했다. 새 구장 첫 시즌 평균 관객 증가율은 삼성 62%, NC 60%, 키움 53%로 급격한 상승세를 보였다. 2016년 삼성 구단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해 홈관중 입장 수입은 2015년 68억원에서 이듬해 90억원으로 늘었다. 여기에 ‘신축 구장 수입’ 항목이 새로 생겨서 47억원 매출이 발생했다.

NC는 2018년 매출 절대액을 지배기업인 엔씨소프트에 의존했다. 이해 엔씨소프트에서 발생한 매출액은 197억원이다. 창원NC파크가 개장한 2019년엔 194억원으로 소폭 줄었다. 하지만 전체 매출은 446억원으로 전년(402억원)보다 11% 증가했다. 입장권 판매 수입이 전년 대비 30억원가량 늘어난 게 컸다.

KBO리그 구단은 모기업 의존도가 높은 게 특징이다. 모기업 규모는 타이완은 물론 일본 프로야구보다 평균적으로 더 크다. 이런 특징은 프로야구에 자본이 흘러들어 성장을 이루게 한 동력으로 꼽힌다. 하지만 자체 경영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이 미약해 자생력이 떨어진다는 구조적 문제도 심화시켰다.

프로야구단의 자생력은 회계상 ‘자체매출 비율’이라는 지표로 확인할 수 있다. 자체매출은 구단 전체 매출에서 모기업 계열사를 가리키는 특수관계자로부터 발생한 매출을 제외한 금액이다. 이를 다시 구단 총매출로 나눈 값이 자체매출 비율이다.

금융감독원 자료를 기준으로 할 때 1998년 삼성 구단의 자체매출 비율이 처음으로 확인된다.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명문 중 하나로 꼽히는 삼성은 이해 33.1%에 그쳤다. 그리고 다음 네 시즌은 모두 20%대였다. 수도 서울은 프로야구의 ‘빅 마켓’이다. 하지만 서울 연고 인기 구단 LG의 2000~2003년 자체매출 비율은 21.0~28.8%대로 대구 연고 삼성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연고지 환경이 훨씬 열악한 SK는 첫 시즌인 2000년 고작 3.5%에 그쳤다. 문학구장이 개장한 2001년에 다소 나아졌지만, 그래도 5.9%에 불과했다.

프로야구 전 구단의 자체매출 비율은 2009년부터 확인된다. 이해 수치는 44.1%였다. ‘특수관계자’가 존재하지 않는 히어로즈 구단이 평균치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우승 이후 프로야구 붐이 불었다. 2009~2013년 평균치는 50.4%다. 그리고 새 구장 건설 붐이 시작된 2014~2023년 평균치는 54.7%로 상승했다. 소폭 상승인 것은 2020~2021년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를 겪었기 때문이다. 팬데믹 앞 두 시즌엔 모두 60%를 넘겼다. 하지만 팬데믹이 종식된 2022년에는 58.3%로 올라왔고, 2023년엔 62.9%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2024년에는 역대 최고 기록 경신이 유력하다.

새 야구장의 효과는 단순히 관중석이 늘어났다는 점에 국한되지 않는다. 구단은 팬들에게 더 좋은 관람 경험을 제공해줄 수 있고 여기에서 더 비싼 티켓과 식음료, 상품 등을 판매할 가능성이 생긴다. 구장 광고에서도 유리하다. 2009년부터 2023년까지 구단 자체매출은 3.51배 증가했다. 반면 특수관계자 매출은 1.52배 증가에 그쳤다. 한국 프로야구의 오래 묵은 숙제였던 ‘자생력’이 개선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에는 새로 생겨난 야구장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야구장 르네상스’는 아직 진행 중이다. SSG가 2028년 2만1000석 규모 돔구장인 청라돔구장에 입주할 예정이다. 2031년엔 부산 사직야구장이 재건축돼 개장한다. LG와 두산의 홈인 잠실구장은 2032년 3월, 3만5000석 규모 돔구장으로 변신해 문을 연다.

최민규 (한국야구학회 이사)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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