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현장 휘날리는 ‘소형 태극기-성조기’, 대부분 값싼 중국산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난달 22일 서울 광화문 일원의 한 집회 현장.
판매상들은 "중국산은 태극기-성조기 세트가 4000원"이라며 "약하고 잘 부러져도 가장 잘 팔린다"고 말했다.
한 태극기 판매자는 "예전엔 중국산을 안 팔았는데 값싸서 찾는 분들이 많으니 들여놓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 업체들 "수요 60∼70% 줄어, 일부 집단 상징처럼 변해" 태극기를 생산, 판매하는 국내 업체들은 "최근 중국산 범람으로 주문이 급감한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무궁화 봉오리 깃봉-괘 규격 어겨… 국내업체 “주문량 70%가량 줄어”
시민들 “국가독립 상징 퇴색 씁쓸”
이 중 가장 많이 팔리는 소형은 ‘중국산’이다. 태극기를 묶어 담은 포장 비닐에는 ‘made in China’(중국산)가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일부 판매상은 손님에게 “중국산은 깃대가 약하다. 조금 비싸도 국산을 사겠느냐”고 권했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중국산을 샀다. 판매상들은 “중국산은 태극기-성조기 세트가 4000원”이라며 “약하고 잘 부러져도 가장 잘 팔린다”고 말했다.
● 대부분 값싼 중국산… ‘made in China’ 뚜렷
3·1절을 앞두고 취재팀이 최근 집회 시위 현장에서 팔리는 태극기를 점검해 본 결과 대부분 중국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산은 깃대가 쉽게 부러지고 원단도 조악하다. 일부는 태극기 괘 너비(태극 지름의 3분의 1) 등 국기 규격까지 어겼지만 값이 싸다는 이유만으로 가장 많이 판매됐다. 한 태극기 판매자는 “예전엔 중국산을 안 팔았는데 값싸서 찾는 분들이 많으니 들여놓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 업체들 “수요 60∼70% 줄어, 일부 집단 상징처럼 변해”
태극기를 생산, 판매하는 국내 업체들은 “최근 중국산 범람으로 주문이 급감한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이날 서울 서초구의 태극기 제작업체 동산기획에서 만난 이면식 대표(62)는 3·1절 대목을 앞두고 태극기를 포장 중이었다. 그는 “과거 1만 장을 가뿐히 넘기던 태극기 주문량이 요즘은 3000∼4000장에 그친다”며 60∼70%가량 줄었다고 토로했다. 이 대표는 “중국산은 대량생산으로 단가를 낮춘다. 가격도 국산의 3분의 1 수준”이라고 했다. 일부 집회 주최 측에선 “태극기를 무료로 제공해 달라”는 요청도 들어온다고 한다.
시민들은 우리나라 독립의 상징인 태극기 상당수가 중국산이라는 사실에 씁쓸해했다. 대학원생 권모 씨(25)는 “국기는 국가 공동체에 큰 정신적 영향을 주는 요소인데, 유통되는 태극기 다수가 중국산이라는 것은 국기의 상징성을 퇴색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회사원 강모 씨(30)는 “태극기를 들고나오는 시위대 중 상당수는 중국 혐오, 중국 비판 발언을 많이 하는데 정작 그들이 손에 든 태극기가 중국산”이라고 지적했다.
태극기가 마치 일부 보수단체의 상징처럼 바뀌면서 전체적인 수요가 줄었다는 분석도 있다. 이래원 대한민국국기홍보중앙회장은 “최근 한 시민은 태극기를 구입하면서 ‘부끄럽다. 밖에서 안 보이게 포장해 달라’고 말했다”며 “이것이 태극기에 대한 현재 국민의 인식”이라고 말했다. 국가의 상징물이 마치 일부 정치이념 집단의 상징처럼 왜곡되면서 사람들이 구입 및 사용을 꺼린다는 지적이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美 ‘관세 전쟁’ 카운트다운… 亞증시 ‘검은 금요일’ 쇼크
- [사설]트집 잡기에 50일 헛돈 국정협의회… 골든 타임 다 지나갈 판
- 재판부 바뀔때 재판지연 막는다… 尹-이재명 모두 영향
- ‘3·1절’ 아스팔트 나서는 여야, 탄핵 찬반 지지층 결집 총력전
- [횡설수설/김승련]피해국인데 패전국 취급… 젤렌스키의 슬픈 투항
- 전북 대반전… 서울 꺾고 2036 올림픽 유치 후보 도시로
- 與 “취약계층에 25만~50만원 선불카드”… 이재명 ‘전 국민 25만원’ 추경안에 맞불
- [오늘과 내일/우경임]尹의 가장 큰 거짓말
- 트럼프, 대러 경제제재 1년 연장…종전협상 카드로 쓰나
- 1인당 커피 年 416컵 소비… 카페가 치킨집-편의점보다 많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