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사 시절 생텍쥐페리는 말했다, 인간의 집은 ‘대지의 별’이라고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는 역사상 가장 많은 수의 언어(2024년 기준 600개 언어 및 지역어)로 번역된 소설이라는 대기록을 가진, 그야말로 범지구적 작품이다. 생전에 그는 ‘야간 비행’으로 페미나상을, ‘인간의 대지’로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대상을 받은 유명 작가였다. 그럼에도 1926년 툴루즈의 우편 수송기 조종사로 시작해, 1944년 2차 세계대전 중 프랑스군 정찰기를 몰고 나갔다 실종될 때까지 18년간, 그의 직업이자 존재 방식은 언제나 비행사였다.
이런 그를 비평가들은 ‘행동주의 작가’로 분류한다. 그리고 사회 변혁을 이끄는 도전적 활동을 묘사한다는 점에서 행동주의는 종종 ‘소(小)영웅주의’로 치부된다. 그렇지만 이는 이론가들이 붙이는 안이한 꼬리표일 뿐. 생텍쥐페리는 글감을 얻기 위해, 남다른 위업을 이루기 위해, 하나뿐인 제 목숨을 거는 모험가였던 적이 없다.
물론 초창기 비행 항로 개척사(史)는 무모함 그 자체였다. 오늘날과 비교하면 맨몸이나 다름없는 비행기를 몰다가 3000m 상공에서 구름에 갇히면 조종사는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머리를 밖으로 내밀고 오로지 ‘감’으로만 방향을 잡아야 했다. 언제든 사하라 사막으로 곤두박질치거나 안데스 산맥과 충돌해 공중 분해될 수 있었다. 매 비행에서 살아 돌아오는 것이 기적이었던 시절에, 그는 어째서 거듭 조종간을 잡았던 것일까. ‘인간의 대지’를 보면, 그것은 용기도 치기도 아니었다.
여느 때처럼 우편기를 몰고 아르헨티나의 밤하늘을 날던 그는 점점이 반짝이는 지상의 불빛들을 보며 생각한다. ‘인간의 집은 대지의 별이다.’ 모로코의 사막 한가운데 불시착해, 지구가 생긴 이래 아무도 밟은 적 없는 새하얀 사암 절벽 위에 누워 그는 중력을 느끼며 생각한다. ‘나는 바람에 실려 온 씨앗 한 톨 같은 생명의 증거’고, ‘비행사와 정원사는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비행은 그에게 우리 삶을 괴롭히는 숱한 근심거리의 하잘것없음을 깨닫게 하고, 사소한 것들의 감미로움을 일깨운다. 거기에는 인간의 마음을 울리는 먹먹한 아름다움이 있다. 그래서 ‘인간의 대지’는 매우 특수하고 고독한 체험의 기록임에도 ‘어린 왕자’에 못지않은 보편적 호소력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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