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하지 않아도 진심

신준봉 2025. 3. 1.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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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의 바깥
이제야 지음
에포케스튜디오

시를 쓰는 마음도, 그러니까 시인이 시를 쓰기 위해 주변을 관찰하는 마음에도, 그렇게 만들어진 시를 읽는 독자의 마음에도 얼마간은 백지상태가 필요할 것이다. 시는 많은 경우 은밀한 내면의 고백이기 때문이다. 이제야 시인의 이번 시집을 읽는 일에는 특히나 선입견이나 편견을 가급적 몰아낸 백지상태의 마음가짐이 필요해 보인다. 제목에 드러난 것처럼 지극히 주관적인 심리 상태라 할, 진심이라는 문제를 건드리고 있어서다.

시인은 진심 회의론자라기보다는 불가지론자에 가깝다. 시집 뒷부분에 실린 친절한 산문과 김포그니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사랑이 그런 것처럼 진심도 영원과는 거리가 멀다. 영원한 진심은 있을 수 없다. 당분간의 진심이 존재할 뿐이다. 더구나 시인에게 시는 속마음을 “감출 수 있을 때까지 덧대어 가며 쓰게 되는” 어떤 것이다. 그러니 겸허한 마음으로, 현상학에서 말하는 에포케, 즉 판단중지(마침 출판사 이름이 에포케다!)의 마음으로 시집에 접근하자. 시인은 독자를 끌어오기 위해 적지 않게 고민하는 사람이다.

시인의 여린 진심을 곳곳에서 마주칠 수 있지만 맨 마지막에 실린 ‘평면의 세계’가 특히 아름답다. 소품이라 해야겠지만 눈 내리는 날의 정경이 또렷하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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