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옥의 말과 글] [395] 불안의 평등

백영옥 소설가 2025. 3. 1.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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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점 차이로 시험에 떨어진다면 어떨까. 억울할 것이다. 갖은 노력에도 장기 수험생이 되면 억울함은 불안으로 변한다. 그렇다면 1점 차로 합격한 학생은 행복하기만 할까. 한 의과대학 상담 소장이었던 지인에게 나는 의대생들의 불안과 우울에 따른 다양한 고통에 대해 들었다. 스탠퍼드대학의 상담실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오는데 이 보이지 않는 발버둥을 학자들은 ‘오리 신드롬’이라 표현한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지도 모른단 불안이 이 세대에 내면화된 것이다.

앤 피터슨의 책 ‘요즘 애들’에는 끝없는 불안에 시달리는 MZ세대를 보여주며 “번아웃은 이제 우리 시대의 상태”라고 정의한다. 열심히 일해야 하지만 워라밸을 고수하고, 아이의 마음을 잘 읽어주지만 헬리콥터 부모가 돼선 안 되며, 소셜 미디어로 자기 브랜딩을 하지만 진정성 있는 삶을 사는 등 이 세대가 서로 모순된 일을 동시에 하도록 압박받는다는 것이다. 학자들은 불안의 주요 원인으로 초연결된 디지털 환경을 꼽는다. 하지만 능력주의에서 원인을 찾는 이들도 많다.

대니얼 마코비츠의 책 ‘엘리트 세습’에는 거의 모든 동료가 자기 자리에서 우는 상황을 목격했다고 사내 문화를 폭로하는 아마존 직원이 등장한다. 태어나면서부터 특권을 쉽게 유지했던 옛날의 귀족 자녀들과 달리, 요즘 엘리트 자녀들은 매 단계가 승리 아니면 탈락인 경쟁을 한다. 그는 작은 성과에도 보상의 격차가 너무 크기 때문에 경쟁이 신경증을 유발해 그 누구도 자신의 지위를 편히 누릴 수 없게 됐다고 말한다. 한 방에 훅 간다는 말이 더는 농담이 아닌 것이다. 상승할수록 하락의 불안감에 불면이 이어진다.

불공평보다 불공정에 더 분노하는 심리에 깔린 게 능력주의다. 승자도 패자도 모두가 불안한 세상이니 ‘불안의 평등’이 이뤄진 걸까. 그러나 불안은 미래 시제에 어울리는 말이다. 불행한 과거라는 말은 있지만 불안한 과거라는 말은 쓰지 않는다. ‘이미’ 불행했으니 ‘벌써’ 불안할 필요는 없다. 불안이 제2의 천성이 될 때, 영혼은 부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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