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SOLO', 과연 누구를 위한 '연프'인가? [예능 뜯어보기]
아이즈 ize 정수진(칼럼니스트)

'나는 SOLO(나는 솔로)' 24기의 최종 선택이 끝났다. '나는 솔로'는 초창기부터 결혼 커플이 탄생했을 만큼 숱한 '짝짓기 프로그램' 중 내 짝을 찾기 위한 진정성에 진심이라며 목소리를 높였지만 어느 순간부터 시청자들에게 '인간사회 교보재'로 자리매김한 양상이다. 그리고 이번 파란의 24기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나는 솔로'가 태풍급 화제성과 시청률을 보인 것은 아무래도 '돌싱특집'의 영향이 크다. 특히 여러 명장면과 어록들이 탄생한 10기와 16기 돌싱특집은 매운맛을 넘어 '마라맛'으로 도파민 잔치를 벌여 시청자들을 얼얼하게 만든 바 있다. 그런데 이번 기수는 '산전수전 공중전' 겪은 돌싱특집도 아닌데 초반부터 도파민이 펑펑펑 터져 나오며 전 국민을 TV 앞으로 앉게 했다.
이번 24기의 특징을 꼽으라면 MC 데프콘이 처음 명명했던 것처럼 남성 출연자들의 '너드미'가 뿜뿜했다는 것. 그리고 여성 출연자에 '5 대1 데이트'라는 역사를 쓴 '폭주하는 플러팅 장인' 옥순을 매치하면서 남성 출연자들이 옥순에게 홀려 헤어나오지 못하는 장면이 계속 연출됐다. 남성 출연자 여럿이 경쟁하는 구도이다 보니 조바심을 이기지 못하거나 서투른 이들은 돌발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고, 그러다 앞선 기수 빌런들을 능가한다는 '어안이 벙벙 영수' '오열 영수'가 탄생한 것이다.
그런데 매 기수마다 빌런을 만들고, 그들의 모습을 집중 조명하는 이런 행태가 언제부턴가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뒤흔들고 있다. 이번 24기도 보고 나면 '내가 '연프'를 본 게 맞나?' 싶은 의구심이 강렬하게 든다. 물론 예능 프로그램이다 보니 시청률과 화제성, 재미를 놓칠 수 없다지만, 연애 프로그램에서 빌런의 활약만 재미지다면 그게 과연 연애 프로그램일까. 일명 '남규홍 픽'이라 불리는 빌런들의 활약으로 분명 도파민은 넘치는데, 어느 순간 연애는 실종되고 피로도만 남는 느낌이다.

이번 기수는 옥순이라는 한 명의 여성 출연자에게 대다수 남성 출연자가 목을 매면서 상대적으로 다른 여성 출연자들이 소홀하게 취급되는 것이 명확하게 보였다. 어느 기수이고 개인 활약에 따라, 러브라인에 따라, 그리고 편집에 따라 '병풍'이 되는 출연자들이 있게 마련이지만, 이번 기수는 그 '병풍'이 우수수 쏟아진 것. 그래서 오히려 '미방분'에서 서로 알아가는 남녀의 모습에서 나오는 소소한 재미라든가 많이 비쳐지지 않은 출연자들의 매력 같은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물론 5박 6일간 24시간 카메라를 돌리는 만큼 대부분이 편집되겠지만, '연프'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장면들이 어느 정도는 담보되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본편에는 전혀 다뤄지지 않았지만 '미방분'에서 제법 달달한 조합을 보여준 '영철-현숙'처럼. 실제로 이들의 '미방분' 조회수는 폭발적이었고, 시청자들 또한 편안하게 보면서도 설렘이 느껴진다며 호평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 자극성 재미도 좋지만 연애의 재미도 놓치지 않는 편집 균형 감각이 필요해 보인다.
연애의 실종 외에도 빌런으로 명명되는 이들을 비롯해 출연자들에 대한 보호가 전무하다는 점도 '나는 솔로'를 보며 우려되는 부분. 매 방영 때마다 출연자들이 각자의 SNS에 사과문을 올리는 일이 '디폴트'가 되어 버렸다. 이번 24기 역시 마찬가지. 물론 방송에서 보인 각자의 행동에 지나친 면이 있고 그걸 인지하기에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도를 넘는 악플에 대한 방어적 모습이기도 하다. 일상생활에서 농담으로 넘어갈 수 있을 발언이나 표정 등을 하나하나 과도하게 따지고 죽자고 덤벼드는 이들이 넘쳐난다.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기에 충분한 루머들도 유튜브 채널에 넘쳐난다.
이에 대한 제작진의 반응은? 파란의 16기 방영 이후 남규홍 PD의 한 인터뷰 발언을 떠올리면 조금 어안이 벙벙해진다. "담대하게 견디시라는 말밖에 할 수 없어 안타깝다"란다. 2월 26일, 24기 최종 선택이 끝나고 곧이어 유튜브 채널에서 이어진 '라방'에서 일부 출연자의 표정이 유독 굳어 있고, 대다수 출연자들이 악플에 대해 자신들의 행동거지와 발언 하나하나를 해명만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도 담대하게 견디라는 말밖에 할 수 없을까? 일부 출연자들이 지적했듯, '나는 솔로' 이전에 남규홍 PD가 연출했던 연애 프로그램 '짝'이 어떻게 끝났는지를 돌이켜보면 출연자의 담대함 외에 다른 조치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안타깝게도 '나는 솔로' 제작진들은 이 프로그램이 위험수위 임계치에 다다른 것을 느끼지 못하는 성 싶다. 24기 랜덤 데이트의 방식을 ''나는 솔로'를 빛낸 수많은 명대사가 적힌 티셔츠를 고르는 것'으로 정한 모습만 봐도 그렇다. 명대사로 "손선풍기 안 가져왔어?" "경각심을 가지세요" "테이프 깔까?" 등 파란의 장면들에서 나왔던 대사들을 굳이 선정하며 우스갯소리로 치환하는 장면에서 특히 위험수위를 느꼈다. "경각심을 가지세요"의 주인공이었던 16기 영숙이 "한 아이의 엄마를 사지로 몰며 죽일 듯 수익을 창출했다"며 남규홍 PD를 저격했던 것을 생각하면(16기 영숙을 '쉴드'치려는 건 아니지만), 제작진이야말로 이상한 방향으로 담대해진 게 아닌가 싶다.
물론 제작진의 조언대로 담대한 출연자들도 있을 것이다. '나는 솔로'의 세계관을 확장시킨 스핀오프 '지지고 볶는 여행'이 신규 예능으로 방영을 앞두고 있기 때문. "손선풍기 안 가져왔어?"의 주인공을 비롯해 '나는 솔로' 화제의 인물들이 출연하는데, 예고편부터 이미 도파민 집들이 중이다. 그러나 모두가 쏟아지는 악플에 담대하고, 그를 관심으로 여기며 즐길 순 없다.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다고 해서 그들의 인생을 탈탈 털어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길 권리가 시청자들에게 주어진 것도 아니다. 연애를 하러 나왔는데 결말에선 해명만 하는 모습이라니, 이건 너무 서글프잖나. '나는 솔로'가 계속 솔로를 확산시키면서 프로그램을 이어갈 심산이 아니라면, 아무쪼록 경각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나는 솔로'를 보면서 누군가를 점점 더 미치게 만드는 데 일조하는 듯한 우리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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