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농구란, 인생의 버저비터”…끝이다 싶던 삶을 뒤집다


스무 살 대학생 때였다. 경찰이 되고 싶어서 관련 학과로 진학했다. 그날은 그저 보통의 하루였다. 학교 앞 버스 정류장에 그냥 앉아 있었다. 그런데, 순식간에 음주운전 차가 덮쳤다. 눈앞에 잘린 다리를 보고 기절했다. 이후 수술만 10차례 했다. 하지만 다리를 살릴 수는 없었다. 재활 병원에서 텔레비전을 보는데 프로농구가 나왔다. 주변에서 “장애인도 농구를 할 수 있다”는 말을 들려줬다. 복학 뒤 운동을 하고 싶어서 대전휠체어농구팀에서 생활체육으로 휠체어농구를 시작했다. 밝은 성격의 양동길(코웨이 블루휠스)은 “휠체어농구는 생동감을 느낄 수 있는 게 매력”이라고 했다.
코웨이 소속의 1972년생 베테랑 김호용은 올해로 30년째 휠체어농구를 하고 있다. 그는 3살 때 소아마비를 앓아서 한쪽 다리가 불편하다. “손이 크다는 이유로” 수원 무궁화전자에서 휠체어농구를 처음 하게 됐다. 이후 대구, 대전, 제주, 서울 등을 옮겨다니며 농구공을 잡았다. 2022년 코웨이가 서울시청 팀을 인수했을 때 창단 멤버였다. 한국 휠체어농구 역사와 함께한 김호용은 “처음 시작했을 때는 휠체어에 보조 바퀴가 없어서 조금만 과격하게 움직이면 휠체어가 넘어갔다. 지금은 보조 바퀴가 있어서 잘 넘어지지도 않고 스피드도 더 생겼다”고 했다.
곽준성은 코웨이 주장이다. 24살 때 교통사고를 당해 후천적 장애인이 됐다. 휠체어럭비를 하다가 2016년부터 휠체어농구를 시작했다. 휠체어럭비와 비교하면 휠체어농구는 “휠체어 무게도 다르고, 볼도 다르고, 디테일한 차이가 있다”고 한다. 곽준성은 “(장애인이 되고) 땀 흘릴 수 있는 게 없었는데, 스포츠를 시작하면서 새로운 사람도 만나고 땀도 흘리게 됐다”고 했다.

양동길, 김호용, 곽준성 등이 함께 뛰는 코웨이는 작년 11월 열렸던 2024 한국휠체어농구연맹(WKBL) 챔피언전에서 2승1패로 통산 5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정규리그 3위로 포스트시즌에 올라 플레이오프에서 2위 춘천 타이거즈에 1패 뒤 2승을 거두면서 역전에 성공했고, 챔프전에서도 정규리그 1위 제주 삼다수를 만나 1패 뒤 2연승을 거뒀다. 1차전 패배 뒤 상대 맞춤형으로 전략을 수정한 것이 주효했다. 그만큼 치열하게 상대를 연구했다는 뜻이다.
코웨이는 챔프전 뿐만 아니라 전국장애인체전 등 작년 열린 5개 대회에서 우승했다. 김영무 코웨이 감독은 “코웨이의 강점은 조직력이다. 한두 명의 힘으로 경기를 끌고 가는 게 아니다”라면서 “개인기가 아주 뛰어난 선수는 없지만 모두 제 역할을 잘 수행해낸다”고 했다. 2024시즌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양동길은 “우리가 선수층이 두껍다. 신인급 선수의 기량이 올라올 때까지 기다려주는데, 주전급이 아니라 누가 코트에 나오더라도 경기에 충분히 녹아들 수 있다”고 했다. 김호용은 “창단 3년이 되니까 선수들 호흡이 잘 맞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챔프 3차전 때 양 팀 최다인 21점(6도움주기 4튄공잡기)을 올리면서 팀 승리의 밑돌을 놨다.
현재 휠체어농구리그 상위 리그에는 6개 팀이 참가하는데, 코웨이를 비롯해 춘천 타이거즈, 제주 삼다수는 운동만 전문으로 하는 실업팀이고, 무궁화전자, 대구광역시청, 고양홀트 등 나머지 3개 팀은 일과 운동을 병행한다. 춘천 타이거즈와 제주 삼다수는 전력 향상을 위해 외국인 선수를 영입한 반면 국내 최초 휠체어농구 민간 실업팀인 코웨이는 국내 선수 12명으로만 팀이 꾸려져 있다.
지난 1월부터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전용 훈련장에 모여 열심히 땀 흘리고 있는 코웨이 선수들이 말하는 휠체어농구의 매력은 박진감이다. 실제 휠체어농구를 현장에서 지켜보면 휠체어 바퀴가 내는 쇳소리와 농구공이 마룻바닥을 튕길 때 내는 마찰음이 경쾌함을 준다.
교통사고로 후천적 장애인이 된 김영무 감독은 “평범하게 살다가 다치고 운동을 하게 됐는데, 또 다른 세상을 만나 신나고 다이내믹하게 운동하고 있다”고 했다. 휠체어농구 대회가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도 전했다. 최근 팀 회식 뒤 길거리에서 막내 선수를 스카우트했다는 김 감독은 “휠체어농구의 경우 휠체어를 다루면서 농구공까지 튕겨야 해서 경기에 나서기까지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양동길은 휠체어농구를 “피땀눈물”이라고 표현했다. 힘든 운동이지만 성취감이 커서 “안 다치고 오래 하고 싶다.” 김호용은 휠체어농구를 “평생의 연인”이라고 했다. 30년 동안 애증이 쌓였지만 헤어지기는 진짜 싫다. 곽준성은 휠체어농구가 ‘함께 가는 길’이라는 의미의 “코웨이”이기도, “버저비터”라고도 했다. 한·중·일 친선전 때 버저비터를 던진 적이 있는데 휠체어농구가 버저비터처럼 삶이라는 코트 위에서 “진짜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슛이 됐기 때문”이다.
2025시즌 목표는 분명하다. 올해도 작년과 같은 성적을 거두면서 “이기는 과정에서 퀄리티 높은, 재밌는 농구를 하고 싶은”(양동길) 욕심이 있다. “별 탈 없이 사이좋게 잘 지내고 다치는 사람 없이 시즌을 잘 치르면 우승은 따라올 것”(곽준성)이라고도 믿는다. 그리고, 2024 파리패럴림픽은 본선 출전권이 줄어들어 나가지 못했으나 2028 엘에이(LA)패럴럼픽에 다 함께 출전하고 싶다.
파란 하늘처럼 청량한 꿈을 품고 ‘블루휠스’의 바퀴가 힘차게 돌아가고 있다.
남양주/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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