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해원의 말글 탐험] [242] ‘그렇다’와 ‘그러다’를 구별하자
재즈 피아노라던가. 음악 카페에서나 들을 법한 소리가 좁은 병원 대기실을 울린다. 땅따당 땅땅땅~. 높고 빠르게 연신 귀를 때린다. 어디가 아픈지 잠시 잊으라는 듯. 설마 이런 식으로 환자를 도와주려는 뜻은 아니겠지. 몸이 불편해 찾아간 병원에서 생각지 못한 괴로움을 겪자니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다른 말로, 좀 그렇다 할까.
그렇다, 형용사 ‘그러하다’의 준말로 은근히 복잡하다. 여기서는 ‘만족스럽지 않다’는 뜻인데. 주로 앞에서 한 말을 받아 ‘상태, 모양, 성질 따위가 그와 같음’을 나타내는 ‘그렇다’를 ‘그러다’와 혼동하는 일이 흔하다. ‘수사를 당장 중단하고 경찰이나 특검에 넘기는 게 바람직하다. 그렇지 않다면 존폐 갈림길을 맞을 것.’ 이 ‘그렇지’가 ‘바람직하다’를 받았으면 옳은 표기겠으나 ‘바람직하지 않다면 존폐 위기’라는 말이 되니 어불성설. 당연히 ‘경찰이나 특검에 넘기지’라는 뜻으로서, 동사 ‘그리하지’를 줄인 ‘그러지’를 써야 옳다. 물론 ‘않다면’도 ‘않는다면’으로 써야겠고.
뒤에 오는 말과 같음을 나타낼 때라고 다를 바 없다. ‘겨울이라 그런지 두툼한 스웨터가 눈에 아른거린다.’ 이때 ‘그런지’는 ‘그러한지’의 준말로 형용사. 하지만 동사 ‘아른거린다’를 가리킴이 자명하므로 역시 동사인 ‘그러다’의 현재형 ‘그러는지’로 써야 한다. 오래된 대중가요 가사 ‘왜 그런지 가슴이 두근거려요’도 그래서 ‘왜 그러는지’가 어법에 맞는다.
그럼 이럴 때는? ‘큰 병 앓는 그는 뜻밖에 몸집이 튼실했다. 병자라고 그러지 않는다는 법 없건만….’ 척 봐도 ‘튼실하다’를 받은 말이 ‘그러지’인데 ‘튼실하다’는 형용사 아닌가. 하면 동사 ‘그러지’가 아니라 형용사 ‘그렇지’여야 하고 ‘않는다는’도 보조형용사 ‘않다는’이 바르다.
병원 대기실의 땅땅 소리를 결국 얘기해서 줄이긴 했는데. 잠시 뒤 또 키우는 바람에 다시 사정했다. 접수대 간호사들이 그러려나, 저 사람 왜 혼자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이쪽은 댁들이 왜 그러는지 모르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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