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머리 [말글살이]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말은 돌려쓰기의 달인이다.
'머리 숙여 인사한다'에 쓰인 머리는 눈, 코, 입 포함 목 윗부분을 통틀어 하는 말이다.
머리카락의 상태나 '양'(!)에 따라 '더벅머리, 곱슬머리, 생머리, 대머리' 같은 말을 쓴다.
머리는 위치상 처음 또는 앞부분이고(들머리, 말머리, 머리말, 뱃머리), 그만큼 중요하니 두목을 '우두머리'라 한다(없을 때는 '웃대가리'). 머리통이 몸통 끝에 달려 있어서 그런지 '밥상머리, 책상머리'에서는 '가장자리'의 뜻을 가진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말은 돌려쓰기의 달인이다. 일인다역이자 팔색조. 망치 없는 집에 돌멩이가 망치 노릇 하듯, 단어 하나에는 뜻이 여럿 들러붙어 있다. 단어 ‘머리’의 쓰임을 볼작시면, 그 변신술이 신통하다.
(한겨레 ‘오늘의 스페셜’ 연재 구독하기)
‘머리 숙여 인사한다’에 쓰인 머리는 눈, 코, 입 포함 목 윗부분을 통틀어 하는 말이다. 하지만 ‘머리를 쓰다듬다’에서는 머리카락이 난 부분만 가리킨다. 코를 만지며 ‘머리를 쓰다듬는다’고 할 순 없다. ‘머리를 자르다, 깎다, 기르다’는 머리카락을 뜻하는데, ‘머리통’(head)과 ‘머리카락’(hair)을 나누는 서양인에게는 ‘교수형’이 떠오르리라. 머리카락의 상태나 ‘양’(!)에 따라 ‘더벅머리, 곱슬머리, 생머리, 대머리’ 같은 말을 쓴다.
머리통 속의 내용물(‘뇌’)을 가리키기도 한다. ‘머리 아프면 두통약 먹어.’ ‘검사 결과 머리는 이상 없대.’ 내용물의 성능에 주목하여 ‘머리가 좋다, 나쁘다’라고 하는데, ‘잔머리, 돌머리’ 따위에도 그 흔적이 보인다.
머리는 위치상 처음 또는 앞부분이고(들머리, 말머리, 머리말, 뱃머리), 그만큼 중요하니 두목을 ‘우두머리’라 한다(없을 때는 ‘웃대가리’). 머리통이 몸통 끝에 달려 있어서 그런지 ‘밥상머리, 책상머리’에서는 ‘가장자리’의 뜻을 가진다. 급기야 뽕나무밭이 바다로 바뀌듯이, 뜻이 닳고 닳아 ‘인정머리, 채신머리, 버르장머리, 얌통머리, 소갈머리 없다’고 하면 비아냥거리는 말맛을 더할 뿐이다.
‘공부머리’가 공부하는 방법이나 요령이듯이, ‘일머리’는 일하는 방법이나 요령이다. 일머리 있는 사람은 별다른 어려움이나 실수 없이 일을 매끄럽게 풀어간다(부럽다). 누구든 일머리 있는 사람을 곁에 두고 싶어 한다. 다만, ‘일머리’를 ‘복종’과 같은 뜻으로 쓰면, 언젠가 본인 머리가 나락으로 곤두박질칠 것이다.
김진해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명태균, ‘조기대선 태풍’ 조짐…국힘 “당 초토화 특검” 반발
- 최상목의 침묵…한덕수 탄핵심판 선고 전 마은혁 임명할 듯
- 이재명 “개헌 안 할 수는 없다”…윤 탄핵심판 뒤 방향 밝힐 듯
- ‘빌라 화재’ 중태 초등생, ‘위기가구’ 4번 통보에도 지원 못 받아
- 타이, 위구르족 40명 중국에 강제 송환…국제사회 비판 봇물
- 육사 졸업생들에 “헌법적 사명 기억하라”…국방장관 대행의 당부
- [영상] 변론의 품격…장순욱 “오염된 헌법의 말, 제자리로 돌려놓자”
- 명태균 USB 받은 조선일보 기자마저…김건희 격분에 “이해 안 돼”
- ‘하필’...3·1절 연휴 내내 전국 많은 눈·비
- 이수지 돌풍에 한가인도 주목…‘대치동 극성맘’ 솔직 해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