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마은혁 불임명, 위헌 행위···헌재 완성할 의무 있다”

김나연 기자 2025. 2. 27.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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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상 하자’ 없다면 헌법재판관 임명해야”
‘마은혁 즉시 임명’ 청구 등은 각하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가운데)과 헌법재판관들이 27일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린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 불임명 관련 권한쟁의심판 결정을 하기 위해 자리에 앉아있다. 문재원 기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은 국회의 권한을 침해한 위법한 행위라고 헌법재판소가 결정했다. 헌재는 최 대행이 헌법재판관 공백을 해소해 헌재의 심판이 원활히 진행되도록 할 헌법상 의무를 지닌다고 판단했다. 최 대행 측은 “헌재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마 후보자 임명계획은 밝히지 않은 채 “헌재 결정문을 잘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헌재는 27일 우원식 국회의장이 최 대행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 결정했다. 헌재는 “청구인(우 의장)이 선출한 마은혁을 재판관으로 임명하지 않은 것은 헌법에 의해 부여된 청구인의 재판관 선출을 통한 헌재 구성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헌재는 지난해 10월17일 이종석 전 헌재소장과 이영진·김기영 전 재판관이 퇴임하면서 두 달 넘게 6인 체제로 운영됐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재판관 후보자 3인을 선출하고 임명동의안을 의결했다. 그러나 최 대행은 마 후보자에 대해 “여야 합의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임명을 보류하고 나머지 두 후보자만 임명했다. 우 의장은 “형식적 임명권만 가진 최 대행이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임명을 거부했다”며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지난해 12월23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이날 헌재가 내린 결정의 핵심은 ‘재판관 후보자에게 법률상 하자가 없다면 대통령은 이 후보자를 재판관으로 임명할 헌법상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헌재는 “(최 대행은) 청구인이 재판관으로 선출한 3인이 헌법과 헌재법에서 정한 자격요건을 갖추고 그 선출 과정에 의회민주주의를 원칙으로 하는 헌법 및 국회법 등 법률을 위반한 하자가 없는 이상 이들을 재판관으로 임명해 재판관의 공석 상태를 해소해야 할 구체적인 작위의무를 부담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재판관 임명권 행사에 대해선 “헌재가 중립적 지위에서 헌법재판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할 헌법상 의무”라고 규정했다.

헌재는 ‘마 후보자에 대한 여야 합의가 없었다’는 최 대행 측 주장에 대해 “입증할 자료가 없다”고 판단했다. 심판 과정에서 최 대행 측은 윤 대통령 탄핵소추 이후 헌재소장 관련 논의가 진행되지 않자 더불어민주당이 일방적으로 국민의힘과의 합의 없이 마 후보자를 선출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국민의힘이나 대통령이 헌재소장을 추천한다’는 점에 동의하면 민주당에 후보자 2명 추천 몫을 주겠다고 했는데, 이에 대한 합의 없이 민주당이 마 후보자를 선출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헌재는 “정치적 상황이 급변하면서 헌재소장 임명에 대한 추가 논의가 진행되지 않았다”며 “이런 사정만으로는 국회가 어떠한 협의도 없이 재판관들을 선출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최 대행 측은 우 의장이 국회 본회의 의결 없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해 부적법하다고 주장했으나, 헌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헌법과 국회법 등에 “국회의장의 권한쟁의심판 청구에 대한 절차적 규제가 없다”며 별도 본회의 의결은 필요하지 않다고 봤다. 또 “(최 대행이) 권한을 침해했는지 확인해달라는 청구는 이미 지난해 12월26일자 본희의 의결로 이뤄진 국회의 재판관 선출에 기초한 것”이라며 “국회의장의 대표권 범위 내에서 적법하게 제기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본회의 의결과 관련해 정형식·김복현·조한창 재판관은 별개의견을 냈다. 이들 재판관은 “국회의 구속력 있는 결정은 선출된 의원 전체로 구성되고 의원 모두가 참여하는 본회의에서 내려져야 한다”고 했다. 또 본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사안들은 “필요한 경우에 한해 엄격하고 명확한 요건을 충족하는 때에만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지난 14일 국회가 본회의에서 우 의장의 이번 사건 청구를 지지한다는 결의안을 가결했기 때문에 추후 적법요건을 갖춘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헌재는 국회 측 청구 이유 중 ‘마 후보자에게 재판관 지위가 있다’ ‘마 후보자를 즉시 재판관으로 임명해야 한다’는 주장은 각하했다. 각하는 청구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헌재가 내용을 검토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할 때 내리는 결정이다. 헌재는 “헌재법에는 헌재가 권한 침해 확인을 넘어 일정한 법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결정을 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고 했다.

최 대행이 헌재 결정에 따라 마 후보자를 임명하면 헌재는 4개월여 만에 완전체를 이루게 된다. 헌재는 결정문 말미에 헌재법 66조 2항을 근거로 들면서 “헌재가 부작위에 대한 심판청구를 인용하는 결정을 한 때에는 피청구인은 결정 취지에 따른 처분을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헌재가 이날 권한쟁의심판을 인용함에 따라 최 대행이 마 후보자 임명을 해야 한다고 명시한 것이다.

최 대행 측은 이날 헌재 결정이 나온 뒤 “헌재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헌재 선고문을 잘 살펴볼 것”이라고만 밝혔다. 헌재가 최 대행이 재판관을 임명할 법적 의무가 있다고 결정했지만 그 임명 시기나 기한 등은 결정문에 없어 최 대행의 향후 임명 여부와 시기 등이 주목된다.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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