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령만도 못한 대통령 [직언직설]

2025. 2. 27. 04:3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핵심 사안이나 이슈에 대해서 정파적 진영 논리를 지양하며, 건전한 시민 사회가 공유하는 원칙과 상식, 합리를 바탕으로 해결책을 모색하고 논평합니다.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대령)이 13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 조성현 대령의 헌법재판소 증언을 보면서 '이렇게 정직하고 곧은 군인도 있었구나' 싶었다. 조 단장은 계엄 당일 밤 부하들과 함께 국회에 투입됐다. 할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을 나름대로는 구분했다. 계엄 해제 후 수사-증언 때 정직하게 진술했고, 진상파악에 주요 계기가 됐다. 속단은 이르지만, 그도 아마 처벌 대상은 될 것이다.

그는 "수방사령관에게 국회의원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윤 대통령 측에서 "조 단장이 의인 행세를 한다"며 트집 잡자 "저는 의인이 아니다. 거짓말을 해도 부하들은 다 알기에 일절 거짓말을 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단호했다. 계엄령 발동이나 병력 출동에 반대한 장성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몇몇 영관급 장교나 병사들처럼 '군인의 길'을 생각한 '별'은 없었다. 묻는다. 그 별의 무게가 부끄럽지 아니한가.

조 단장은 대통령이나 국회 측 신청 증인이 아니라 헌재가 직접 채택한 유일 증인이었다. 국회 군 투입이 대통령 주장대로 질서유지 차원이었는지 아니면 국회 무력화를 위한 것이었는지 가려, 계엄의 위헌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헌재가 직접 부른 것이다. 대통령 측은 "의원이 아니라 요원을 끌어내라는 거였다"고 강변했다. 요원과 의원이라니. 별로 유사하지도 않은 두 단어의 발음을 들어 '바이든-날리면'처럼 또 전 국민 듣기 테스트를 하겠다는 건가. 국회 본청 안에 의원들 말고 끌어낼 요원이 어디 있었는가. 국민 우롱이었다. 또 계엄 당일 주요 역할을 한 사령관들은 형사재판을 구실로 증언을 거부했다. 헌재로서는 현장 지휘관 증언이 꼭 필요했다.

조 단장은 "국회 본청 내부로 들어가 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명확히 증언, 가르마를 확실하게 탔다. 또 그 지시 후 상관에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도 아니고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라며 재고를 요청했다. 요청은 받아들여졌고 유혈사태 등 참극을 피할 수 있었다.

조 단장의 증언 태도는 늠름하고 똑 부러졌다. 의사표현 능력과 올바른 한국어 구사 능력, 진술 압축 능력 등은 호통치며 원하는 답을 듣기 위해 신경질적으로 압박하는 몇몇 변호인들보다 정확했고 뛰어났다. 증인 말 자르고 버럭 소리부터 지르는 국회의원들의 못된 버릇을 일부 변호인이 법정에서 답습했다. 한심했다. 오죽하면 재판관이 변호인을 제지했겠는가.

조 단장의 어조는 단호하면서도 국민과 공공에 대한 예의가 몸에 밴, 절도 있는 군인이었다. 대통령 측이 "의인 행세"라며 모욕하고 비아냥댔지만, 필자가 보기에 그는 행세가 아니라 의인이었다. 참군인이었다. 조 단장은 육사가 아니라 ROTC 출신이다. 하나회니 뭐니 하면서 육사 선후배가 모여 세 과시하고, "보직이건 쿠데타건 중요한 건 우리가 결정한다"는 그릇된 사고와 특권의식에 오염된 그룹은 아닐 것으로 추정된다.

조 단장이나 방첩사 윤비나 법무실장 등 일부 장교와 병사들이 상부 지시에 이의를 제기, 계엄령이 유혈사태로 번지는 걸 막는 데 일조한 걸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자신의 과오를 똑똑히 봐야 한다. 국민과 이 군인들에게 어떻게 책임지고, 어떻게 사죄하고, 어떻게 용서받을 것인가.

내란 모의자, 최상층 명령자는 법정 최고형으로 다스려야 한다. 그러나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었던 현장 투입 장병은 진상과 경중을 가려 구명하면 좋겠다. 누구의 아버지이자, 누구의 지아비이고, 누구의 자식이다. 앞날이 창창하다. 평생을 반란군 딱지 달고 살게 하는 건 과하지 않을까. 조 단장을 영웅화하려는 것이 아니다. 긴박 상황에서 하기 쉽지 않은 일을 했다. 기억은 하자는 것이다. 잊지 않고 기억해야 군인에게 군인다움을, 참군인을 요구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이강윤 정치평론가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