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 버리고 타인 이해하라" 40년 한센병 돌본 서울대 선배 졸업 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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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가진 지식이 최선이라는 오만을 버리고, 공동의 선을 찾아가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서울대 졸업식 축사 연사로 나선 '50년 선배' 김인권 서울예스병원장이 후배들에게 당부했다.
김 원장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이 최선이라는 오만을 버리고, 다른 사람들의 처지를 듣고 이해하며 서로 화합하여 공동의 선을 찾아가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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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화합 강조… "여러분이 '피스 메이커' 되길"
졸업생 대표 장세원씨 "그늘진 곳 밝혀나가자"

"자신이 가진 지식이 최선이라는 오만을 버리고, 공동의 선을 찾아가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서울대 졸업식 축사 연사로 나선 '50년 선배' 김인권 서울예스병원장이 후배들에게 당부했다. 40여 년간 한센병 환자 등 약자를 돌봐 온 그의 삶이 담긴 조언이다.
김 원장은 26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체육관에서 열린 제79회 학위수여식에서 축사를 위해 연단에 올랐다. 김 원장은 40여 년간 한센병 환자 등 의료 약자에게 헌신해온 의료인으로, 2016년 졸업식에 이어 두 번째로 모교 졸업식 축사 연사에 위촉됐다.
꼭 50년 전인 1975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김 원장은 의사 인생 대부분을 한센병 환자 곁에서 보냈다. '무의촌(의료취약지역) 6개월 근무'라는 전공의 취득 요건을 채우기 위해 1977년 찾은 국립소록도병원에서 한센인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그곳에서 일하면서 교수의 꿈을 내려놨다. "나를 더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곳이 나에게는 더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 소록도에서 3년간 공중보건의로 근무한 뒤 1983년 한센인 전문 여수애양병원에 자리를 잡았다. "월급은 다른 곳보다 많이 줄 수 없지만, 원하는 환자에게 치료비를 마음대로 경감해 줘도 된다"던 당시 병원장의 말이 계기가 됐다. 김 원장은 여수애양병원 정년퇴직 후 현재는 서울예스병원에서 환자들을 만나고 있다. 과거 돌봤던 한센병, 소아마비 환자들이 지금도 그를 찾아온다고 한다.
김 원장은 조언에 앞서 경험담을 꺼냈다. 여수애양병원 근무 초반 만났던 환자 이야기였다. 척추결핵을 앓던 환자는 수혈이 포함된 수술이 필요했지만 종교적 이유로 수혈을 거부했다. 김 원장이 "수혈 없이는 수술을 할 수 없다"고 잘라 말하자, 환자는 "그 수술이 최선인 것은 알지만, 내 사정을 들어주면서 '차선'의 수술 방법을 사용할 수는 없냐"고 되물었다고 한다.
김 원장은 이때 오만을 자각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저 자신의 지식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며, 환자의 처지는 생각하지 않고 그 '최선'을 일방적으로 제공하려 한 오만함이 몸에 배어 있는 것을 이 환자를 통해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환자의 뜻에 따라 수혈 없이 가능한 옛날식 수술을 집도했고, 다행히 치료에 성공했다고 한다.
김 원장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이 최선이라는 오만을 버리고, 다른 사람들의 처지를 듣고 이해하며 서로 화합하여 공동의 선을 찾아가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러분으로 인해 주위가 화평케 되는 '피스 메이커(peace maker)'가 되도록 애쓰라"고 당부했다.

졸업생 대표 연설은 영어교육과 19학번 장세원씨가 맡았다. 장씨는 재학 내내 청소년 멘토링, 한국어 교실 등 다양한 봉사를 해 봉사시간이 350시간에 이른다. 장씨는 지체장애로 전동휠체어를 타고 연단에 올랐다. 대학 초반 '세상은 왜 이렇게 불공평한가'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지만, "어쩌면 저보다 훨씬 더 불공평한 세상 속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이들이 있으리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봉사를 시작한 계기를 밝혔다. 이어 "무한한 가능성을 잊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길 위에서 반짝이는 빛이 되어 세상의 그늘진 곳을 밝혀나가는 우리가 되고 싶다"고 졸업생들을 독려했다.
김나연 기자 is2n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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