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부지법 난입 서울대 증권맨 “구경 갔다 휘말려”... 경찰 “신빙성 없다”
지난달 19일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과 함께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에 불만을 품고 서울서부지방법원 청사에 들어간 혐의로 현행범 체포, 이달 초 기소된 서울대 출신 여의도 증권사 임원 A(37)씨가 ‘서부지법에 구경갔다가 붙잡혔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으로 26일 알려졌다.
A씨는 “동생과 단순 호기심으로 서부지법에 구경 갔다가 인파에 휘말렸는데 경찰 오해로 누명을 썼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부지법 난동 사태는 당시 새벽 3시 이후 발생했다.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서와 검찰 구속영장 청구서, 실명(實名) 공소장, 탄원서 등 4건의 문건엔 “A씨가 불상의 다수 피의자와 함께 (서부지법) 후문으로 들어가 청사 1층 출입문 안쪽으로 들어갔다”고 적혀 있었다.
◇경찰 “A씨, 불상의 다수 피의자와 건조물 침입”
A씨는 지난달 19일 오전 3시 32분쯤 서울 마포구 서부지법에서 공동주거침입 혐의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오전 5시 22분쯤에는 서울서부경찰서 형사당직실로 인치됐다가, 낮 12시 6분쯤 서부경찰서 유치장에 구금됐다. 서부경찰서는 체포 하루 뒤 A씨에 대해 폭처법상 공동주거침입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이 작성한 A4 5매 분량 구속영장 신청서를 보면, 경찰은 “피의자는 19일 3시 15분쯤 서부지법 부근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것에 불만을 품고 이에 항의하기 위해 불상의 다수 피의자들과 함께 후문으로 들어가 청사 1층 출입문 안쪽으로 들어갔다. 이로써 피의자는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며 불상의 다수 피의자들과 공동해 관리하고 있는 건조물에 침입했다”라고 적시했다.
경찰은 A씨의 구속 필요 이유에 대해 ‘혐의의 상당성’을 들었다. 경찰은 “윤석열 대통령 구속영장을 발부한 판사에 대해 격분하여 항의를 한다거나 아집을 가지고 경찰들의 통제를 뚫고 내부로 들어가는 등 법원 관계자들과 전혀 합의되지 않은 출입 및 행동으로 인해 유지된 평온을 해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썼다.
이어 “A씨는 현장에서 법원 건물 내부에서 밖으로 나오는 것을 경찰관이 목격하고 검거하려 하자 도망하려고 몸을 뿌리치는 등 항거해 경찰관 4명이 합세해 검거했다고 경찰관이 진술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의자는 계속해 동생을 구하기 위해 법원 외부 출입문으로 들어간 것이며 자신은 집회와 연관이 없다며 계속 부인하고 법원에 도착하게 된 경위에 대해 신빙성 있는 진술을 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검찰은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같은 날 법원에 청구했다. 검찰은 A씨 등에 대해 “공동주거침입 피의사건에 관해 현행범인으로 체포하고 구속영장신청이 있는 바, 그 사유가 상당하다고 인정되므로 위 피의자를 서부경찰서 유치장에 구속하기 위해 구속영장의 발부를 청구한다”고 했다. 서부지법은 이틀 뒤 영장을 발부했다. A씨는 구속된 상태로 검찰에 송치돼 조사를 받았다.
A씨 측은 지난달 28일 구속적부심사를 청구했다. 구속적부심사는 피의자가 구속의 적법성과 필요성이 있는지 법원에 다시 한번 판단을 구하는 제도다. 청구는 서울중앙지법에 했다. 본래 관할은 서부지법이었지만 이 사건에서 서부지법이 ‘피해 당사자’이기 때문에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앙지법은 A씨의 구속적부심 청구를 기각했다.
◇제대 후 서울대 학사 편입...“잠자는 시간 줄여 공부했다”
A씨는 2009년 서울의 한 사립대에 입학했다. 이후 군 복무 기간 서울대 학사편입을 준비했다고 한다. 그는 한 대학 언론 인터뷰에서 “잠자는 시간을 줄여서 시간을 쪼개려고 노력했다”며 “군 복무하는 동안 밤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 책을 읽고, 영어공부를 했다. 5시 반에 기상해서 7시까지 운동하고, 아침밥을 우유로 대신하면서 그 사이에도 공부했다”고 했다. 그는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간다’는 프랑스 소설가 앙드레말로의 글귀를 좌우명으로 삼았다고도 했다.
A씨는 제대 후 서울대 학사편입에 성공, 한 학과의 12학번으로 입학했다. 당시 학사편입학으로 1명을 모집한 서울대 해당 학과엔 5명이 지원한 것으로 파악된다. 서울대는 타 대학과 달리 일반편입을 실시하지 않고, 학사편입 전형만 운영한다. 4년제 학사학위 소지자만 지원할 수 있고 선발인원도 비교적 적은 편이다.
서울대를 졸업한 A씨는 졸업 한 달 전 증권사에 입사했다. 그는 졸업 2년 뒤 학과 졸업생 인터뷰에서 “시장의 본질을 꿰뚫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며 “‘어떤 길을 가도 전공을 써먹을 수 있겠다’”는 마인드로 어디서든 두려움 없이 앞으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후배들에게 조언하기도 했다. 같은 해 그는 학과 소식지에서도 자신을 희소성 있는 인재라는 취지로 소개했다.
◇서울대 동기 “평소 정치색 없어” 지도교수 “말하고 싶지 않아”
A씨와 서울대 전공 수업을 함께 들었다는 정모(46)씨는 “10년 전쯤인데도, A씨가 당시 너무나도 성실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아직도 기억이 난다. 한 학기 수업 내내 진지하게 임하는 모습이었다”라고 했다. A씨와 같은 과 한 학번 후배는 A씨에 대해 “성격은 유쾌한 편이었고 동생들에게도 스스럼없이 편하게 대해줬다”며 “형, 동생 하며 지내던 사이였다”고 했다.
그는 “서로 정치적인 입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기억도 없고, 형이 강한 정치적 색깔을 가지고 있다거나 정치 현안에 관심이 있다고 느꼈던 기억이 없어 소식을 듣고 당황스러웠다”라고 했다. A씨를 가르친 서울대 교수는 “졸업 후 2년 정도만 연락이 닿아 가끔씩 안부를 나눴고 그 뒤 근황은 잘 모른다”고 했다.
◇경찰 땐 “증권사 임원” 검찰선 “일반 회사원” 진술...공소장엔 ‘13번째’로 이름 올려
A씨는 지난 10일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특수건조물침입 혐의로 A씨 등 63명을 무더기로 기소했다. 공소장에는 A씨가 13번째 피고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52쪽 분량의 공소장에서 A씨는 3쪽, 36쪽, 39쪽에 언급된다.
검찰은 “다수의 성명불상 집회·시위 참가자들은 19일 오전 3시쯤 윤석열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는 소식을 듣고 이에 항의한다는 명목으로, 일반인들의 출입이 제한되고, 경찰에 의해 엄격하게 출입이 통제되고 있던 법원의 후문을 강제로 개방해 그 무렵 무단으로 법원 경내로 들어갔다”며 “피고인은 그 무렵 위와 같이 법원 경내로 들어간 다음, 법원 건물 1층 출입구 앞까지 진입했다”고 A씨 혐의를 적시했다.
A씨는 검찰 조사 때 자기 직업을 ‘일반 회사원’이라고 진술했다. 앞선 경찰 조사에서는 ‘증권사 임원’으로 자신의 직업을 밝혔었다. 경찰은 A씨 혐의를 ‘공동주거침입’으로 판단했지만, 검찰은 형량이 더 높은 ‘특수건조물침입’으로 변경했다.
◇흉흉한 여의도... 前 직장 동료들은 답변 거부, 여의도 오피스텔엔 우편물·택배 가득
조선일보 취재진은 24일 오전 그의 직장이었던 여의도의 한 증권사 건물을 찾았다. 증권사에서 본지와 만난 직원 3명은 ‘A씨를 아느냐’고 묻자 답변을 피하며 자리를 떴다. 그가 거주하던 오피스텔은 2023년 9월 입주를 시작한 고급 신축 주거지다. 총 49층짜리 건물이고, 박씨가 살던 호수는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200만원 정도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고 한다. 관리비는 월 35만원가량이다. A씨가 구속된 지난 1월 관리비 부과 명세서는 겉봉이 뜯기지 않은 채 그대로 우편함에 있었다. 현관 앞에도 열리지 않은 택배 두 상자가 있었다. A씨 월급은 800만원대로 알려졌다.
◇A씨 측 “우발적으로 집회 방문했다가 오해로 체포”
본지는 A씨의 반론권을 보장하고자 A씨 측 변호인과 접촉했다. A씨 측은 윤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 이후 동생(35)과 함께 일대를 구경하기 위해 서부지법을 찾았다가 경찰의 오해로 체포됐다는 입장이다. 변호인은 “형제가 우발적으로 집회 장소 근처에 방문한 상황에서 오해로 인해 체포된 것으로 보인다”며 “A씨는 단지 동생의 안전을 걱정하다가 경찰 오해로 붙잡혀 혐의를 억울하게 뒤집어썼다”고 했다. A씨 동생은 “선처를 베풀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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