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대, 의대 교수 200명 늘려달라 했다가 전부 철회…왜?

정부가 추진하는 ‘국립대 의대 전임교수 1000명 충원’ 정책 과정에서 서울대가 ‘교수 200명 증원’을 희망했다가 돌연 ‘0명’으로 방침을 바꾼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25일 보건복지부와 각 국립대 설명을 종합하면, 정부는 올해부터 2027년까지 서울대를 뺀 지역거점국립대 의대 9곳의 전임교수 1000명을 확충할 방침이다. 정부는 서울대를 포함한 10개 국립대병원을 대상으로 했지만 서울대가 증원 신청을 했다가 철회하면서 최종 대상에서 빠졌다.
복지부·교육부 등은 지난 2023년 10월 지역·필수의료 강화 차원에서 국립대 의대 교수 증원 방침을 발표했다. 1년 등 일정 기간마다 병원장과 계약을 맺는 이른바 ‘기금교수’, ‘임상교수’ 등을 정년이 보장된 전임 교원으로 전환해, 실력 있는 의료진을 안정적으로 확보한다는 취지였다. 그해 11∼12월 복지부가 수요를 조사했을 때 서울대는 2025년 60여명, 2026·2027년 140명 등 200여 명 채용이 필요하다고 회신했다. 그런데 이듬해 4월 서울대는 돌연 정부에 ‘교수 증원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알려왔다. 서울대 총장단 등이 교수 증원 신청 여부를 회의한 결과 충원이 필요하지 않다는 결론을 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결국 서울대 몫이 빠진 9개 국립대병원 충원 예산안이 지난해 8월 확정됐다.
정부 실무자는 한겨레에 “대학 쪽이 교수 충원이 필요치 않다고 하면 재정 당국에 관련 예산을 신청할 근거가 없다. 서울대에 200명을 배정할 계획이었는데 무산됐다”고 설명했다.
서울대가 입장을 바꾼 배경엔 대학본부의 복잡한 셈법이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대는 교수 충원을 신청하지 않는 이유로 ‘다른 단과 대학과의 형평성’을 들었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다른 학과에도 전임 임용을 기다리는 강사 등이 많은 상황에서 의대에만 한꺼번에 많은 교수 정원을 늘려주기는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지난달 기준 서울대 의대 전임교원(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병원)은 347명으로 지금도 다른 단과 대학에 견줘 많은 편이다. 여기에 3년간 200명의 교수를 더 늘릴 경우, 의대 교수 숫자는 지금의 1.5배 이상으로 커지게 된다. 서울대는 이에 대해 “교원 인사행정 업무의 일환으로 세부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다른 국립대들도 비슷한 고민이 있었지만, 증원 규모가 한 대학 당 3년간 80∼100명 정도여서 서울대와 비교해 적은 편이었다. 오히려 모든 국립대가 동시에 신청하는 의대 교수 증원 예산을 받지 않을 경우, 다른 대학에 예산을 뺏길 것을 염려해 경쟁적으로 신청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서울대병원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전임교원으로 채용되면 이점이 있기 때문에 기피과라도 (근무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에서 일하는 의사들은 특정 질환 치료에 국내 최고 권위자임에도 여전히 겸임교수 신분을 받지 못 하는 경우가 많아 내부 불만 목소리도 작지 않은 상황이다. 서울대병원의 한 교수는 “기존에도 (의대 교수 증원 문제에 대해) 다른 단과대학 쪽에서 균형이 무너진다며 반대하는 목소리가 상당히 컸다”면서 “지금도 겸직을 받아야 하는데 15년 넘게 기다리는 분들이 진짜 많다. 이걸(교수 200명 증원) 받지 않았다니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필수의료 강화를 위해서도 국립대 의대인 서울대에 겸직교수 충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형준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중증질환 등을 보는 임상교수들이 대학병원에서 빠져나가는 결정적 요인 중 하나가 겸직교수로 갈 수 있는 숫자가 적기 때문이다. 그 정원을 늘려놓지 않으면 좋은 교수가 들어올 수 없다”면서 “국립대에서 이런 문제를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지민 기자 sjm@hani.co.kr,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윤석열, 끝까지 ‘불복’ 메시지…지지자 “유혈 혁명” 헌재 위협
- [속보] 검찰, 이재명 ‘선거법 2심’서 징역 2년 구형
- 이화여대 들어간 극우 “학생증 보여달라, 중국인이냐” 또 난동 [현장]
- “저는 계몽됐다” 김계리, 변론하러 와서 간증을 하면 어떡하나
- 명태균 “울며 살려달라던 오세훈, 시장 되자 날 먼지떨이 해…그 XX”
- 한 달치 비타민·루테인이 3천~5천원…다이소 영양제에 약사들 ‘부글부글’
- 1심 무죄 박정훈 대령 ‘해임 집행정지 신청’ 또 기각
- 김건희 “난 조선일보 폐간에 목숨 걸었어” 육성 공개
- 이수지 ‘대치동 맘’ 2탄 공개…“몽클레르 이어 고야드 제삿날”
- “아메리카노 말고 캐나디아노” 트럼프가 바꾼 커피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