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학로 100년 지킨 학교도 강남으로... 신입생 줄어 운영난

김민기 기자 2025. 2. 26.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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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 배출한 동성중·고
송파 거여·마천 뉴타운 이전 추진

100년 가까이 서울 종로구 대학로를 지켜온 동성중·고교가 송파구로 이전을 추진한다. 학령인구 감소와 구도심 공동화 현상으로 학교 운영이 버거워지자 나온 대책으로 알려졌다.

25일 서울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학교법인 가톨릭학원은 작년 12월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진행한 ‘송파구 마천지구 중고등학교 용지(약 2만3678㎡) 분양’에 단독으로 접수해 지난달 매매 계약을 맺었다. 계약금은 12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가톨릭학원이 운영 중인 학교는 가톨릭대, 동성중고, 계성고(성북구), 계성초(서초구)인데, 이전하는 학교는 동성중고로 전해졌다.

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모교이기도 한 동성중고는 1907년 개교해 올해로 118주년을 맞았다. 1929년 중구 만리동에서 혜화동으로 이전해 현재까지 이어왔다.

100년 가까이 한 자리를 지켜온 학교가 이전을 고민하는 건 구도심인 종로구에서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2009년 자율형사립고로 지정된 동성고는 학령인구 감소와 문재인 정부의 자사고 폐지 정책으로 인기가 줄어 2020·2021년 모집 정원을 다 채우지 못했다. 2022년 결국 일반고로 전환했지만 인구 감소 여파는 계속됐다. 2000년대만 해도 한 학년이 400명에 달했는데, 지난해 신입생이 200명 안팎에 그쳤다.

가톨릭학원이 이번에 사들인 부지는 오랜 기간 방치됐던 곳이다. 2005년 정부가 마천 국민임대주택단지예정지구 지정 계획을 발표한 후 학교 부지로 땅을 확보했지만, 재개발 사업 지연 등으로 주인을 만나지 못했다. 용지 가격이 비싸 그간 학교 재단들도 섣불리 계약하지 못했는데, SH가 이번에 공급가 약 1240억원을 20년 분할 납부할 수 있도록 조건을 변경하며 가톨릭학원이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실제 동성중·고가 이전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학교를 이전하려면 서울교육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서울 성동구에 있던 덕수고는 2018년 이전을 본격 추진하기 시작해 2022년 서울 송파구 위례신도시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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