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대통령 당선되면 재판 정지되는 건 다수설” 이재명 주장은 사실일까

김현지 기자 2025. 2. 25.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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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내란·외환죄 아니면 재직 중 형사소추 대상 아냐’ 놓고 법조계 해석 분분
법제처, 과거 형사소추를 기소로만 해석...“대법원이 결단해야” 견해도

(시사저널=김현지 기자)

지난 2월24일 오전 서울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이재명 대표가 박찬대 원내대표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형사사건으로 재판을 받다가 대통령이 되면 그 재판은 중지되는 것일까. 기존에 진행 중인 재판은 대통령 임기 5년 동안 멈추는 것일까. 현재 다섯 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한 방송에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재판이 정지되는 건 다수설"이라고 주장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대통령에게는 재직 중 형사상 불소추 특권이 있다지만, '당선 전 진행된 재판'에도 이를 적용할지와 관련해 해석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이 대표의 발언은 조기 대통령선거 국면에서 재점화한 사법리스크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만약 헌법재판소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최종 인용(파면)될 경우 60일 내 대선이 실시돼야 한다. 헌재의 결정 시기는 3월 중순경 나올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1심에서 당선무효형이 선고된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원칙대로라면 선거법 위반 사건의 대법원 선고는 오는 6월까지 나와야 한다. 법조계의 예측이 맞다면 5월 대선 일정과 겹친다. 이 대표로서는 대선에서 당선된다 해도 대법원 결과를 주목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된다면 기존 재판이 중지된다는 주장이 나온 배경이다.

李 선거법 위반 사건 6월 내 최종 마무리돼야

"소(訴)는 기소를 의미하고, 추(追)는 소송수행을 말하는 것어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재판이 정지된다는 게 다수설이죠." (이재명 민주당 대표. 2월19일 MBC 《백분토론》 中)

대통령 형사불소추 특권을 규정한 헌법 84조가 탄핵 정국에서 논란이다.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이자 형사사건 피고인인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 탓이다.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대통령이 되기 전 재판에 넘겨진 사건과 관련한 대목은 정확한 규정이 없다. 다섯 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될 경우 기존 재판의 정지 여부가 논쟁이 되고 있는 배경이다. 이 대표는 지난 19일 이와 관련한 질문이 오가는 과정에서 '재판 정지가 다수설'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로서는 최대 변수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다. 지난해 11월15일 1심에서 향후 10년간 선거에 나설 수 없는 형량(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은 사건이다. 현행법상 선거법 위반과 관련한 재판은 6·3·3 원칙(1심 6개월, 2심 3개월, 3심 3개월)이 지켜져야 한다. 그러나 이 대표의 1심 선고는 지난 2022년 9월 기소 후 2년여 만에 나왔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강조한 대로 선거법 사건 처리 시한이 지켜진다면 항소심은 3월, 대법원 결과는 6월까지 마무리돼야 한다. 항소심 선고가 대선 전 나온다 해도 최종심을 주목할 수밖에 없다. 대선 이후에 대법원 선고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 이 대표가 받고 있는 네 건의 재판(대장동·백현동·위례·성남FC, 위증교사, 대북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도 악재로 지목돼 왔다. 현직 대통령이 매주 법정에 서야 한다는 부담이 문제로 제기된 부분이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문제 삼는 목소리는 이를 토대로 나왔다. 이 대표가 '재판 정지설'이 설명한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해석됐다.

"문언대로 해석하면 재판 진행" VS "입법 취지 고려해 중지"

그러나 법조계와 학계 견해를 종합해보니 이재명 대표의 주장은 사실과 달랐다. 대통령이 되면 기존 재판이 정지된다는 게 정리된 '다수설'은 아니라는 것이다. 되레 형사소추의 의미를 문언 그대로 해석해 재판에 넘겨지는 기소로 봐야 한다는 입장, 그리고 입법 취지를 고려해 대통령이 형사 법정에 서는 일 자체가 없어야 한다는 것으로도 확대해야 한다는 설명이 맞서고 있다. "'피고인 대통령'을 전제로 헌법 조문이 마련되지 않아 명확한 규정이 없고, 이 문제가 쟁점이 된 지 오래되지 않아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만이 공통된 설명이었다.

장영수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문구상으로는 대통령이 재직 중 형사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돼 있으니 소추 외 재판은 여기에 해당이 되지 않고 계속 재판을 받아서 재판 결과에 따라 대통령직을 상실할 수 있다는 해석이 있다"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다만 "헌법 84조는 국가 원수인 대통령을 형사 소추해 법정에 서게 하면 국격 문제로 이어지는 것을 고려한 것"이라며 "이런 취지로 본다면 소추뿐만 아니라 재판 절차의 진행도 배제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례를 토대로 한 해석도 존재한다. 차진아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과거 헌법 제84조의 해석을 놓고 견해 대립이 있었던 건 형사상 소추받지 않는다는 문구와 관련해 소추만 금지되느냐 혹은 소추를 전제한 수사도 금지되느냐의 문제였다"며 "그래서 다수설이라고 한다면 형식적으로 공소 제기만 못 하는 게 아니라 공소 제기를 목표로 한 수사도 금지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역시 파면 이후에야 본격화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대통령 당선 전에 재판에 넘겨진 경우다. 현재 학계에서 정리된 입장이 없을뿐더러 이와 관련한 전례도 없다. 차 교수는 이를 상기시키며 "문언 그대로 해석하면 형사 소추의 의미를 '기소'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시에 "국정 수행의 안정, 대통령직에 대한 신뢰 확보, 국격의 확보 등 입법 취지를 존중한다면 대통령이 된 자의 형사 재판도 정지돼야 한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고 했다. 당선 전 기소됐다 해도 재판이 정지돼야 한다는 데 무게를 뒀다. 

다만 법제처가 지난 2010년 3월 발간한 헌법주석서에는 "헌법 84조에서 말하는 '형사상 소추'는 기소를 의미한다"고 돼 있다. 이미 기소된 사건은 제외된다는 게 법조계 인사들의 설명이다.

명확한 규정도, 전례도 없는 만큼 결국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건 대법원의 몫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넘겨받게 될 대법원이 결단해야 할 문제라는 취지다. 이 사건의 2심 선고는 3월 중 나올 것으로 예측됐다. 오는 26일 검찰 구형량과 이 대표의 최후진술 등을 듣는 결심공판이 진행된다. 법조계 예측대로라면 오는 4월 대법원 심리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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