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추동물 성분’ 포함 사료 수입 허용…비관세장벽 ‘흔들’
현지점검 거쳐 반입…농업계 “다른 비관세 조치에 불똥 튈라”

정부가 그동안 ‘소해면상뇌증(BSE·광우병)’을 이유로 막아왔던 ‘소 등 반추동물의 단백질 성분이 포함된 반려동물 사료’의 수입을 허용했다. 미국 정부가 비관세 무역장벽 중 하나로 지적해오던 보호 조치를 스스로 허문 것으로, 향후 무역협상 등에서 농업계의 다른 비관세장벽도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7일부터 ‘반려동물 사료 수입위생조건’(농식품부 고시)을 개정·시행한다고 밝혔다. 해당 고시는 올 1월14일 처음 제정됐다. 한국으로 수입되는 반려동물 사료의 동물성 원료와 생산조건, 제조시설 등에 관한 규정을 명시하고 있다.
개정된 수입위생조건에 따르면 국내로 들어오는 반려동물 사료에 사용할 수 있는 동물성 원료는 또 다른 농식품부 고시(‘지정검역물의 수입금지지역’)에 따라 수입이 허용된 지역에서 생산된 것에 한정된다. 문제는 BSE 발생으로 뼈·뿔 등 관련 품목의 수입이 금지됐던 지역의 소 유래 생산물도 반려동물 사료의 원료로 허용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2003년 미국에서 BSE가 발생한 이후 ‘사료관리법’ 등을 통해 소 등 반추동물에서 유래한 단백질이 포함된 반려동물 사료의 수입을 금지해왔다. 하지만 이번 고시는 미국 등 BSE가 발생했던 지역이라 하더라도 ‘국가별 쇠고기 수입위생조건’(농식품부 고시)에서 수입을 허용한 부위인 경우에는 한국 정부(검역기관)의 제조시설 현지점검 등을 거쳐 수출용 반려동물 사료의 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가 이같은 수입위생조건을 마련한 것은 미국 측의 요구와 무관치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해 발표한 ‘2024년 국별 무역장벽 보고서(NTE)’에서 한국의 수입 금지 조치를 ‘무역에 대한 위생 및 식물위생 장벽’ 중 하나로 지목하고 개선을 요구했다.
실제 미 농무부(USDA)는 이번 한국 정부의 조치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농무부 해외농업국(FAS)은 이달 19일 한국의 ‘반려동물 사료 수입위생조건’과 관련해 내놓은 보고서에서 “미국은 2006년 반추동물 성분을 포함해 반려동물 사료에 대한 시장 접근을 요청했지만 미국산 쇠고기 수출이 재개된 이후로도 사료 수출은 금지돼 있었다”며 “한국 정부의 이번 조치로 2003년 이후 금지됐던 사료 제품의 승인을 허용하는 절차가 마련됐다”고 분석했다.
수입위생조건 개정에 따라 반추동물 성분이 포함된 미국산 반려동물 사료 수입량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지난해 25억달러(3조5800억원) 규모의 반려동물 사료를 각국에 수출했다. 최대 수출 대상국은 캐나다(12억달러)였다. 이어 중국(2억9600만달러)·멕시코(2억3400만달러)·일본(1억1000만달러) 등이 뒤따랐다. 한국은 4500만달러(642억원) 상당을 수입했다.
관련 업계에선 우려를 나타냈다. 한 사료업체 관계자는 “정부는 사료 제조시설에 대한 현지점검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쇠고기 등 동물성 원료의 명확한 사용 실태까지 완벽하게 감시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농업계에선 미국 행정부가 각국의 비관세 무역장벽을 정조준한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스스로 미국에 빗장을 풀어주고 나선 것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월령 규제 등 다른 농업계 비관세 조치로 불똥이 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민경천 전국한우협회장은 “철강 등 제조업을 보호하기 위해 농업계 보호장벽을 허무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조치”라며 “미국산 쇠고기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는 것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를 대미 무역 협상 과정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서진교 GS&J 인스티튜트 원장은 “미국의 요구사항을 한국이 들어준 것이라면 추후 협상 국면 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진행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 검역정책과 관계자는 “국내 반려동물시장이 커지며 사료 다양성과 안전성을 확보하려는 차원에서 제도를 만든 것”이라면서 “동물성 원료와 제조시설에 대한 현지점검을 통해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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