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지법 폭동 누가 옹호하나 [시사IN·한국리서치 공동조사]

이은기 기자 2025. 2. 25.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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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부지법 폭력 사태는 법과 질서를 중시하는 보수와 구분되는, 위법적·폭력적 수단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질서를 세우려는 극우적 행태다. 〈시사IN〉 조사는 그간의 통념과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
윤석열 구속영장이 발부된 1월19일 새벽,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법 청사에 난입해 폭동을 일으켰다.ⓒ락TV 화면 갈무리

〈시사IN〉은 한국리서치와 공동으로 ‘2025년 유권자 인식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255개 문항으로 이뤄진 웹조사를 통해 ‘윤석열 탄핵 반대 여론 30%의 실체’를 자세히 들여다봤다. 문항 설계와 분석에는 한국리서치 이동한 수석연구원과 이소연 연구원, 국승민 미국 미시간 주립대학 교수(정치학)가 함께했다. 조사는 2월3일부터 2월5일까지 실시했다.

‘극우’는 보수(우파)와는 다른 개념이다. 보수주의는 사회체제의 안정적인 발전을 추구하는 정치 이념이다. 보수주의자는 법과 질서, 전통과 관습을 중시한다. 기존 법과 질서에 의문을 던지는 진보주의자와 구분된다. 하지만 극우과 같은 극단주의는 정치 이념이나 사상이라고 볼 수 없다. 강경하고 격렬한 보수주의자가 곧 극우주의자는 아니다.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극단주의자들은 민주주의나 평등, 법치 등 사회가 합의한 보편적 가치를 부정한다. 정치학자 아담 쉐보르스키는 ‘민주주의는 제도화된 불확실성’이라고 정의한다. 예컨대 이번 선거에서 지더라도, 다음에 이길 수도 있는 불확실성을 감내하는 게 민주주의다. 극단주의자들은 이러한 불확실성을 거부한다”라고 말했다. 극우는 극단주의의 한 종류다. “극단주의 중에서도 특히 극우의 본질은 평등의 가치를 부정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보편적인 기본권 보장과 평등을 추구하는 쪽이 집권할 가능성을 제거하고 싶어한다.”

위와 같은 이론적 설명에 따르면, 지금 한국에선 극우 세력이 분명 존재하고 가시화되어 나라를 흔들고 있다. 1월19일 윤석열 구속영장 발부에 반발한 윤석열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난입해 폭력을 행사했다. 법과 질서를 중시하는 보수와 분명히 구분되는, 위법적·폭력적 수단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질서를 세우려는 극우적 행태다. 여기에 동조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또 규모는 얼마나 될까?

〈시사IN〉이 한국리서치와 공동으로 실시한 ‘2025년 유권자 인식 여론조사’에서 참여자들에게 ‘서부지법 폭력 사태(〈시사IN〉은 이 사건을 ‘서부지법 폭동’으로 명명하지만, 이번 기사에서는 조사 문항에 적힌 문구를 따른다)’에 대한 의견을 물어봤다. 서로 다른 두 주장을 제시하고, 어느 쪽에 더 공감하는지 물었다. 하나는 ‘법치주의에 대한 전면적인 부정이자 중대한 도전으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다른 하나는 ‘불법·무효인 구속영장 발부에 대한 국민의 저항권 행사’이다. 결과는 어땠을까? 응답자 중 70%가 서부지법 폭력 사태를 ‘용납할 수 없다’고 답했다. ‘저항권 행사’라는 답은 20%였다. 10%는 ‘모르겠다’고 답했다(〈그림 1〉 참조).

서부지법 폭력 사태 당시 현행범으로 체포된 피의자 90명 중 절반 이상(46명)이 2030 세대였고, 그 가운데 절대다수가 남성이었다. 2030 세대 윤석열 지지자들의 온라인 집결지로 알려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서부지법에 대한 폭력을 선동하는 글이 반복해 올라왔다. 2030 남성이 확실히, 특별히 극우화된 걸까? 대다수의 2030 남성이 서부지법 폭력 사태 가담자들과 같은 생각일까? 성과 연령을 나눠 서부지법 폭동에 대한 생각을 살펴봤다(〈그림 2〉 참조).

전체 남성·여성 응답자 각각 20%가 서부지법 폭력 사태에 대해 ‘저항권 행사’라고 판단했다. 20대(18~29세) 남성, 30대 남성의 답변 비율도 전체 평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대 남성 응답자 중 19%, 30대 남성 응답자 중 21%만이 서부지법 폭력 사태가 ‘저항권 행사’라고 답했다. ‘용납할 수 없다’는 데에는 20대 남성 응답자 중 65%, 30대 남성 응답자 중 67%가 동의했다.

성별 아닌 세대별 인식 차 두드러져

서부지법 폭력 사태를 옹호하는 답변은 70세 이상에서 가장 두드러졌다. 세대별 인식 차가 분명하게 나타났다. 70세 이상 응답자 중 37%가 ‘서부지법에 난입해 유리창을 깨고 기물을 파손하는 등’의 행동이 ‘저항권 행사’라고 답했다. 60대 28%, 50대 16%, 40대 11%, 30대 16%, 20대 13%가 서부지법 폭력 사태를 ‘저항권 행사’라고 판단했다. 최근 2030 남성 전체를 하나로 묶어 ‘극우 세력’으로 규정하거나 이들이 기존 ‘태극기 부대’와 세대 연합을 꾸렸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이번 웹조사를 통해서는 확인할 수 없었다. 오히려 서부지법 폭력 사태 가담자들이나 몇몇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일부 2030 남성의 목소리가 과대 대표된 것에 가까웠다.

지지 정당별로 살펴보자. 응답자 중 서부지법 폭력 사태를 ‘저항권 행사’라고 답한 국민의힘 지지층은 55%였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 3%, 조국혁신당 지지층 5%, 개혁신당 지지층 13%, 진보당 지지층 5%가 ‘저항권 행사’라고 응답한 것과 확연히 구분됐다. 서부지법 폭력 사태를 ‘용납할 수 없다’는 응답은 더불어민주당 지지층 94%, 국민의힘 35%, 조국혁신당 94%, 개혁신당 84%, 진보당 87%였다.

대통령 윤석열에 대한 탄핵 찬반 여부에 따라 서부지법 폭력 사태를 보는 시각도 갈렸다. 윤석열 탄핵에 찬성한다고 응답한 사람(전체 응답자 중 64%) 중 92%가 서부지법 폭력 사태를 ‘용납할 수 없다’고 답했다. 윤석열 탄핵에 반대하는 응답자(전체 응답자 중 29%) 중에선 33%만 서부지법 폭력 사태를 ‘용납할 수 없다’고 답했다. 57%는 서부지법 폭력 사태를 ‘저항권 행사’라고 봤다. 절반을 넘는 규모다.

12·3 비상계엄을 ‘정당하다’고 평가하는 이들(전체 응답자 중 18%)은 더 적극적으로 서부지법 폭력 사태를 옹호했다. 이들 중 76%가 ‘저항권 행사’, 17%가 ‘용납할 수 없다’고 답했다. 12·3 비상계엄이 ‘잘못됐다’고 답한 응답자(전체 응답자 중 73%) 중에선 6%가 ‘저항권 행사’, 89%가 ‘용납할 수 없다’고 응답했다.

탄핵 반대 세력 사이 분화도 포착됐다. 윤석열 탄핵에 반대한다는 공통점이 있더라도, 12·3 비상계엄 평가에 따라 서부지법 폭력 사태에 대한 인식이 선명하게 나뉘었다. 윤석열 탄핵에 반대하는 동시에 비상계엄이 정당하다고 응답한 이들 중, 서부지법 폭력 사태가 ‘저항권 행사’라는 응답자는 77%였다. 반면 윤석열 탄핵에 반대하더라도 비상계엄은 잘못됐다는 응답자 중 ‘저항권 행사’라는 응답은 25%에 그쳤다. 이들 중 67%는 서부지법 폭력 사태가 ‘법치주의에 대한 전면적인 부정이자 중대한 도전’이고 ‘용납할 수 없다’고 답했다.

보수 유튜브가 서부지법 폭력 사태에 대한 인식에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보수 성향 유튜브를 3개 이상을 시청한다는 응답자 중 61%가 서부지법 폭력 사태를 ‘저항권 행사’라고 답한 반면 1~2개 시청한다는 응답자 중 38%, 시청하지 않는다는 응답자 중 13%만이 그 주장에 동의했다. 하루 1시간 이상 시청 응답자 중에선 65%, 1시간 미만 시청 응답자 중에선 34%가 그랬다. 종교별로 나눠보면 개신교(신자) 27%, 천주교 19%, 불교 33%, 다른 종교 24%가 서부지법 폭력 사태는 ‘저항권 행사’라고 답했다.

 

■ 이렇게 조사했다

* 조사 일시 : 2025년 2월3~5일

* 조사 기관 : ㈜한국리서치

* 모집단 :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 표집틀 : 한국리서치 마스터샘플(2025년 1월 기준 전국 96만6505명)

* 표집 방법 : 지역별·성별·연령별 기준 비례할당 추출

* 표본 크기 : 2000명

* 표본오차 : 무작위 추출을 전제할 경우, 95% 신뢰수준에서 최대 허용 표본오차는 ±2.2%포인트

* 조사 방법 : 웹조사(휴대전화 문자와 이메일을 통해 URL 발송)

* 가중치 부여 방식 : 지역별·성별·연령별 가중치 부여(셀가중, 2024년 12월 행정안전부 발표 주민등록 인구 기준)

* 응답률 : 25.2%(총 9812명에게 발송, 7941명 접촉, 2000명 최종 응답)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은기 기자 yieu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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