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과 요양병원 뿐인 선택지···노년층 돌봄공백 메워야”[노인의집③]
박재병 케어닥 대표(36)는 아버지가 마흔다섯에 얻은 ‘늦둥이’였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노인성 질환으로 고생하는 아버지를 지켜봤다. 해가 갈수록 아버지는 돌봄을 필요로 했다. 돌봄 부담이 온전히 가족에게 쏠리며 집안 형편이 어려워졌다. “시니어 업계를 조금이라도 바꿔야겠다”고 생각한 그는 2018년 시니어 헬스케어 플랫폼 ‘케어닥’을 창업했다.

케어닥은 ‘노인은 어디서 살아가야 할까’라는 질문을 따라 성장했다. 처음엔 노인들에게 요양시설을 찾아주는 플랫폼에서 출발했고, 요양보호사를 집으로 보내주는 서비스로 확장했다. 이제는 돌봄 서비스가 제공되는 실버타운(케어홈)을 직접 짓고 운영하는 단계까지 나아갔다. 집과 요양병원 뿐인 노인들의 선택지를 넓히고 싶다는 문제의식이었다.
최근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케어닥 사무실에서 만난 박 대표는 “집에 혼자 있긴 힘들지만 요양병원에 들어가기는 애매한 노인들은 돌봄 공백 상태에 놓여있다”며 “연속성 있는 돌봄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 더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2023년 기준 65세 이상 인구 대비 시니어 레지던스 비중은 0.12% 수준에 불과하다. 일본(2.0%)이나 미국(4.8%) 등 다른 나라는 물론, 노인주택에 살고 싶다는 노인 비율(4.7%·2023년 노인실태조사)보다도 낮다. 최근 시니어 레지던스 사업에 뛰어드는 기업과 정부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지만 박 대표는 “부동산 개발의 관점에만 주목할 뿐 노인들의 수요에 대해선 깊이 고민하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인주택 시장이 타깃으로 하고 있는 ‘젊은 노인’, 즉 1차 베이비부머 세대의 수요(1955~1963년생)를 두 가지로 분석했다. 본인들이 살 곳을 찾으려는 수요와 부모님을 모실 곳을 찾아야 하는 수요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많은 기업들은 노인들의 구매력이 이전보다 높아졌으니 고급 아파트를 지으면 들어와 살고 싶어할 것이라 생각한다”며 “문제는 현재 60~70대들이 본인들을 노인이라 생각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비용으로만 생각하는 기업들이 많지만, 지금 시점에선 돌봄을 해야 하는 자녀로서의 수요를 충족시켜주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대도시에 살던 고령자가 지방으로 이주해 적극적인 은퇴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은퇴자복합단지(CCRC)’를 설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일각에선 나온다. 은퇴자복합단지가가 고령화와 지방 소멸의 대안이 될수 있다는 기대지만, 박 대표는 “이 역시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은 미국처럼 퇴직 후 골프나 서핑을 즐기는 식의 은퇴 문화가 자리잡지 않았다”며 “문화적 맥락 없이 시설만 지어놓으면 고령자가 이주할 것이라 기대하는 건 공급자 중심적 사고”라고 말했다.
다만 은퇴자복합단지처럼 ‘연속성 있는 돌봄’이 제공되는 공간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건강 상태가 좋은 60세부터 일상적 도움이 필요해지는 70세, 집중도 있는 의료 지원이 요구되는 80세까지 한 곳에서 거주할 수 있는 시설이 지금보다 늘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요양병원과 달리 입주민의 자유가 보장되면서도 돌봄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집과 같은 시설’이 더 다양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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