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희창칼럼] ‘예견된 실패’ 외국인 가사관리사
서울 이어 전국 확대 계획 무기 연기
3월부턴 이용 요금 월 300만원 육박
최저임금 적용 예외 특단 대책 절실
서울시와 고용노동부가 저출산 해결을 위한 돌봄 지원, 여성의 경력 단절 방지를 위해 도입한 외국인 가사관리사 사업이 좌초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9월 서울에서 돌봄서비스 시범사업을 개시한 후 현재 184가구에서 98명의 필리핀 가사관리사가 일하고 있다. 이달 말 종료 시한에 맞춰 시범사업이 1년 연장됐지만 ‘월 100만원대 가사관리사’라는 당초 약속과 거리가 더 멀어졌다. 올해 상반기 중 외국인 가사관리사를 전국에 1200명까지 늘릴 계획이었지만 지방자치단체의 수요가 저조해 무기한 연기됐다.

이런 와중에 3월부턴 이용 요금이 크게 올라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시간당 이용 요금은 1만3940원에서 1만6800원으로 20.5%나 인상된다. 월 사용료가 주 40시간 기준 292만3200원으로 지금보다 50만원가량 늘어난다. 1년 이상 일하면 퇴직금을 지급해야 하는 데다 서울시의 운영비·관리비 지원도 다음 달부터 끊겨서다. 서민층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그림의 떡’이 된 것 아닌가. 오죽하면 강남 고소득 가구들이 영어 잘하는 가사관리사를 저렴하게 이용하는 통로로 변질됐다고 하겠나.
1973년 이 제도를 가장 먼저 도입한 홍콩은 외국인 가사관리사 비용이 월 최소 83만원, 싱가포르는 월 48만∼71만원 선이다. 홍콩은 외국인 가사관리사 25만여 명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는다. 싱가포르는 외국인 가사관리사의 최저임금을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8개 파견국과 협의해 결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두 나라의 외국인 가사관리사들은 대부분 만족하면서 계속 일할 의향을 갖고 있다. 두 나라 모두 이용 요금이 이용 가정 소득의 20%를 넘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것이 제도를 오래 유지해 온 핵심인데, 서울시와 노동부는 사전 준비가 미흡했고 뾰족한 해법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월 300만원이면 국내 중소기업 평균 대졸자 초임과 비슷하다. 이용료를 대폭 낮추지 못하면 이 제도는 시장에서 존속하기 어렵다. 지방에선 외국인 가사관리사 고용에 월 150만원이 넘으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목소리가 크다. 그러려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은행이 대안으로 제시한 대로, 개별 가구가 외국인을 직접 고용하는 사적 계약으로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을 우회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20∼30대 가정이 이용하려면 최저임금 차등 적용 외에 답을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출산·육아 등의 사유로 직장을 그만둔 경력 단절 기혼 여성이 140만명에 달한다. 맞벌이 부부들이 고비용 때문에 외국인 가사관리사를 고용할 수 없다면 이 제도는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다. 서울시와 정부는 시범사업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하고, 원래 사업 취지를 회복해야 한다. 저출산 대책으로 시작한 만큼 전국에서 외국인 가사관리사 고용이 가능하도록 환경을 조성할 책임이 있다. 지금 이대로라면 이 사업은 1년 후 흐지부지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채희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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