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면하소서”…아버지와 할아버지 이어준 ‘손자의 채혈’

강인희 2025. 2. 24.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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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제주] [앵커]

최근 4·3 당시 행방불명됐다가 제주공항에서 유해가 발굴된 희생자 2명의 신원이 확인됐다는 소식 전해드렸죠.

70여 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는데, 이번 만남의 첫 연결 고리는 손자와 조카의 채혈이었습니다.

강인희 기자입니다.

[리포트]

4살 때 영문도 모른 채 헤어졌던 아버지의 유해를 75년 만에 마주한 아들.

1950년 6·25전쟁 발발 후 예비검속돼 섯알오름에서 희생당한 것으로만 알고 침묵 속에 살아온 세월을 견뎌 이제는 아버지를 목청껏 불러 봅니다.

[김광익/고 김희숙 씨 아들 : "정말 기분이 매우 좋습니다. 이 기쁨을 어떻게 표현할 수가 없는... 아버지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김 씨가 아버지의 유해를 찾는 데는 김 씨의 아들이 먼저 참여한 채혈이 단서가 됐습니다.

[김경현/고 김희숙 씨 손자 : "괜히 기대감이 있을 수도 있으실 것 같아서 그냥 저만 먼저 한 번 해보고 어떻게 되는지 좀 기다려보자고 생각하고 시작했습니다."]

이번 유전자 감식으로 신원이 확인된 유해는 모두 2구.

성산 오조리 출신인 고 강정호 씨는 1948년 제주 출신 9연대 군인들이 희생될 당시 행방불명됐다 제주공항에서 유해가 발굴됐고 조카의 채혈로 신원이 확인됐습니다.

유족들이 고령인 상황에서 조카와 손주의 채혈로도 신원확인이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강중훈/고 강정호 씨 조카 : "용서와 화해에 깃든 상생의 기운으로 샘솟습니다. 작은 아버님 부디 영면하십시오."]

2006년 제주시 화북동 유해 발굴을 시작으로 현재 발굴된 유해는 모두 417구.

이 가운데 147명의 신원이 확인됐습니다.

제주도와 4·3평화재단은 올해 국비 7억 원을 들여 안덕면 상천리에서 유해 발굴과 유족 채혈, 감식을 이어 갑니다.

대전 골령골 학살터와 경산 코발트 광산 등 다른 지역 암매장 유해를 대상으로 한 유전자 대조도 진행됩니다.

[오영훈/도지사 : "육지에서 행방불명되신 분을 포함해 마지막 단 한 분의 신원까지 반드시 확인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아직 이름을 찾지 못한 유해는 270구로 시간이 갈수록 감식 정확도도 낮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유족의 한을 풀고 역사적 진실을 밝혀나가는 과정인 유해 발굴과 신원 확인.

더 늦기 전에 최대한 많은 유족의 채혈이 보다 중요해졌습니다.

KBS 뉴스 강인희입니다.

촬영기자:부수홍

강인희 기자 (inhe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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