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만 벌면 그만? 까르띠에 배짱영업에 숨은 명품의 민낯 [추적+]
2월 가격 인상한 까르띠에
지난해 11월 후 3개월여 만
짧아지는 가격 인상 주기
까르띠에 운영사 리치몬트
역대 최대 매출 갈아치워
한국인의 지독한 명품 사랑
가방 · 의류에서 주얼리로
까르띠에 배짱영업의 배경
장애인 고용의무 낙제점…
기부금 국내 기업에 못 미쳐
결혼 예물로 인기가 높은 프랑스 명품 주얼리 브랜드 '까르띠에'가 4일 제품 가격을 6~7% 인상했다. 까르띠에가 마지막으로 가격 인상을 단행한 게 지난해 11월이란 점을 감안하면, 가격 인상 주기가 지나치게 짧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까르띠에의 배짱 영업에 또다른 이슈가 숨어 있다는 점이다.
![프랑스 명품 주얼리 브랜드 '까르띠에'가 1년에 수차례씩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사진|뉴시스]](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2/24/thescoop1/20250224092249203jfna.jpg)
"까픈런(까르띠에+오픈런)." 엔데믹(풍토병화·endemic) 전환 후 고물가·고금리 국면이 이어지면서 주춤했던 명품시장에서 모처럼 오픈런이 펼쳐졌다. 프랑스 명품 주얼리 브랜드 '까르띠에(Cartier·리치몬트코리아)'가 4일부터 제품 가격을 인상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그전에 제품을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이 매장으로 몰려갔던 거다. 온라인상에는 "백화점 개점 1시간 전부터 대기했는데 입장까지 3~4시간을 더 기다렸다" 등의 소비자들의 후기가 숱하게 올라왔다.
까르띠에의 이번 가격 인상폭은 주얼리 6%, 시계 7% 등이다. 이로써 인기 팔찌 제품인 'love 브레이슬릿'의 가격은 680만원(스몰·골드)에서 725만원으로, 1060만원(클래식·골드)에서 1120만원으로 인상됐다. 반지 제품인 '클래쉬 드 까르띠에 링'의 가격은 360만원(스몰·골드)에서 382만원으로, 493만원(미디움·골드)에서 525만원으로 올랐다.
물론 가격을 끌어올린 건 까르띠에만은 아니다. 최근 금 가격이 치솟으면서 '티파니' '프레드' '부쉐론' 등 다른 명품 주얼리 브랜드들도 2월 들어 줄줄이 가격을 인상했다. 그럼에도 짚어볼 건 있다.
까르띠에의 가격 인상 주기가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까르띠에는 매년 2차례 이상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해 4월 주얼리·시계 가격을 5%가량 인상한 데 이어 11월에도 시계 가격을 5~7% 올렸다. 그 후 불과 3개월 만에 가격 인상 카드를 또다시 꺼내든 셈이다.
이는 "최대한 가격 인상을 자제하겠다"고 밝힌 까르띠에 글로벌 본사 리치몬트그룹의 기조와도 다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해 11월 8일(현지시간) 리치몬트그룹 임원진의 말을 인용해 "최근 금값이 급등했음에도 가격 인상엔 신중할 것"이라면서 "(리치몬트그룹은) 향후 몇 달간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고 보도했다. 까르띠에가 글로벌 경영 기조와 달리 한국에선 배짱 영업을 하고 있다는 거다.
까르띠에가 이렇게 배짱을 부리는 배경엔 한국인의 지독한 명품 사랑이 깔려 있다. "가격을 올려도 살 사람은 산다"는 게 한국에 둥지를 튼 명품 브랜드의 공식이 된 지 오래다. 특히 가방·의류를 넘어 이젠 명품 주얼리가 소비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까르띠에가 한국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사진|뉴시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2/24/thescoop1/20250224092250714nzoc.jpg)

관세청에 따르면 한국의 주얼리 수입액은 2023년 11억2042만 달러(약 1조6000억원)에서 지난해 11억7189만 달러(약 1조7041억원)로 4.5% 늘어났다. 주요 수입 국가는 명품 주얼리 브랜드를 대거 보유한 프랑스(34.3%·2023년 기준)였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엔데믹 전환 이후 명품 소비가 위축됐다고 하지만 그렇지도 않다"면서 "최근엔 가방·의류보다 명품 주얼리의 인기가 높아지는 추세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소비자학) 교수는 "유동성이 풍부하던 팬데믹 시기에 명품 구매 경험이 쌓인 소비자들이 자신을 더욱 차별화하기 위해 명품 주얼리를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남들에게 과시하는 것에 치중하는 소비자가 늘어날수록 까르띠에와 같은 명품 브랜드들은 더더욱 배짱을 부릴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상황에서 명품 주얼리가 주력인 까르띠에로선 콧대를 꺾을 이유가 없다. 까르띠에를 운영하는 리치몬트코리아가 지난해(2023년 4월~2024년 3월) 역대 최대 매출액을 기록하기도 했다.[※참고: 매출액은 1조5013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3978억) 대비 7.4%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061억원으로 15.0%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줄었지만, 영업이익률은 7.0%로 팬데믹 이전인 2019년(5.9 %)보다 높았다.]
문제는 까르띠에가 배짱 영업으로 역대 최대 매출액을 갈아치우면서도 사회적 책임은 등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까르띠에는 수년째 장애인 고용의무를 지키지 않고 있다.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따라 상시근로자 300명 이상인 민간기업은 전체 근로자의 3.1%를 장애인으로 고용해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장애인 고용의무를 지키도록 장려하기 위해 의무고용률(3.1%)의 절반(1.55%)에도 미치지 못하는 기업 명단을 매년 공표하고 있다. 리치몬트코리아는 지난해 장애인 고용의무를 위반한 47개 기업(상시근로자 1000명 이상) 중 2번째로 장애인 고용률(0.14%)이 낮았다. 상시근로자가 1393명으로 장애인 43명을 의무로 고용해야 하지만, 실제 장애인 근로자는 2명에 그쳤다.

기업들이 사회 환원 명목으로 지불하는 기부금도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리치몬트코리아의 지난해 기부금은 5억7000만원으로 전년(2억5264만원) 대비 2배가량 증가했지만 비슷한 매출 규모의 국내 패션 기업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지난해 기부금은 14억원(이하 괄호 안은 매출액·1조3543억원), LF는 14억3300만원(1조9007억원), 신성통상은 12억2700만원(1조5425억원) 등으로 리치몬트코리아의 2배에 달했다. "명품 브랜드 까르띠에가 한국 시장에서 품격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까르띠에 운영사 리치몬트코리아 측은 "가격 인상이나 사회 공헌과 관련해선 답변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배짱 영업을 이어가는 까르띠에는 과연 품격을 찾을 수 있을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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