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가 전광훈과 참어른 윤병훈 [뉴스룸에서]
어른은 많지만 참어른 없는 시대
종교인 손길 기다리는 이들 많아

12·3 비상계엄 이후 '아스팔트 우파'의 정점에 선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원로목사. 그는 매주 광화문 광장으로 신도들을 불러모아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를 외치고 있다. 갈등과 혐오를 조장하는 음모론과 막말을 서슴지 않고 있지만, 이에 동조하는 여권 정치인들의 지지를 자양분 삼아 비주류에서 실세로 떠올랐다. 광장은 정치적 배설만 쏟아내는 곳은 아니다. 그는 집회 참가자인 '애국시민'들의 헌금을 종잣돈 삼아 언론부터 쇼핑·금융·통신까지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해 '전광훈 유니버스'를 구축했다. 종교인 감투를 정치 활동과 돈벌이에 노골적으로 활용하는 행태는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참된 종교인'의 모습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한국리서치가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지난달 발표한 ‘성직자와 종교 지도자의 사회 참여 인식’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시민들이 바라는 종교인의 역할을 엿볼 수 있다. 시민들은 사회적 약자 보호(83%), 인권침해 문제 해결(69%), 환경 문제 해결(67%), 사회 갈등 해결(59%), 지역사회 문제 해결(58%) 순으로 종교인의 역할을 기대했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지만 관심 받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들을 종교인의 선한 영향력으로 보듬어야 한다는 게 다수 의견인 셈이다.
다만 정치적 갈등 해결에 종교인이 나서야 한다는 응답은 31%에 불과했다. 종교인이 정치에 뛰어들면 해결사 역할은커녕 갈등과 증오만 키우기 때문에, 함부로 정치에 개입해선 안 된다는 경고로 읽힌다. 이런 기준에서 보면 전광훈 목사는 시민들이 가장 바라지 않는 종교인의 전형이다. 일흔을 바라보고 있지만, 그가 어른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선동과 분열의 아이콘으로 각인된 이유다.
어른은 많지만 믿고 존경할 만한 참어른이 없는 시대. 종교인 중에서 참어른을 찾길 바라지만 주변을 돌아봐도 그런 사람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이들이 많다. 그런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어른이 있다.
충북 청주에서 대안교육 특성화학교인 양업고를 설립해 2012년까지 교장을 지낸 윤병훈 신부는 보기 드문 참어른이다. 지난해 별세한 윤 신부는 생전에 말하곤 했다. "우리네 인생은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행로가 달라진다.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못난 어른을 만나 증오심을 키우며 살아야 하나. 아이들은 때론 아무 죄가 없다."
그는 성당에서 사목 활동을 하다가 1993년부터 가톨릭계 미션스쿨인 충북 음성의 매괴고에서 윤리교사로 있었다. '매년 중도 탈락 학생 10만 명 넘어.' 신문 기사를 읽은 그는 1996년 4월 청주교구장이었던 정진석 주교를 찾아가 "학교가 필요하다"고 청했다. "교회가 꼭 해야 할 일이군요." 정 주교의 승낙으로 우여곡절 끝에 학교는 설립됐지만, 입학한 아이들은 다짜고짜 담배를 꺼내 물었다. 머리채를 잡고 발길질과 욕설을 주고받았고, 학교를 안 다니겠다고도 했다.
그는 실망하지 않았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 아이들을 돌보는 것이야말로 자신 같은 종교인이 해야 할 일이라고 여겼다. "이제 남은 것은 우리 몫이다."
별세 전 고인은 지원자가 늘어나 학교 인기가 많아지는 게 고민이었다. 그는 후임 교장 신부에게 신신당부했다. "우리는 더 어려운 학생들을 입학시켜야 해요. 더 힘들고, 더 사랑이 절실한 친구들을 받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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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원 사회부장 str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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