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압축된 근대성의 한계 극복해야 지속 성장 가능”
한국기업 독특한 경영 스타일 분석
스웨덴식 지배구조 참고할 만
저출산 해결위해 유휴노동력 활용을


● 한국 기업의 강점은 역동성
―한국 기업의 독특한 특성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연구자들은 한국의 독특한 기업 문화를 집단주의와 진보주의를 결합한 ‘역동적 집단주의(Dynamic Collectivism)’로 정의해 왔다. 특히 한국에만 존재하는 재벌의 기업 문화는 전통적인 집단주의에 기반을 두고 있다. 경쟁을 기반으로 한 진보주의는 환경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됐다. 재벌은 가족 중심, 평생 직업, 연공서열에 따른 급여 등의 전통적 가치를 토대로 강력한 내부 노동시장을 형성했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대규모 구조조정이 실시되면서 전통적인 가치가 약화됐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충성도, 헌신, 동기부여 등에서 과거에 없던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재벌이 한국 경제 성장에 기여한 역할을 어떻게 평가하나.
“재벌은 비관련 다각화와 그룹 내 거래를 토대로 한 회복력을 기반으로 한국 경제의 급격한 성장을 이끌었다. 외환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지배구조 개혁의 대상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오랜 세월 탄력성을 유지하며 경이로운 사업적 성공을 거뒀다. 정경유착의 비판을 받으면서도 3세대에 걸쳐 지배구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기술 및 조직 혁신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을 거뒀다.”
● 재벌에 대한 사회적 합의 필요
―재벌을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과거 대기업 총수의 처벌과 사면이 반복되는 것은 한국 정부와 재벌의 유착 관계에서 비롯한 독특한 현상이었다. 재벌은 막대한 부를 창출해 경제 성장에 기여한다는 명분으로 소유권보다 큰 통제권을 발휘해 왔다. 과거 정부는 재벌 개혁을 추진하는 한편 재벌이 창출한 지대의 일부를 공유함으로써 특정 가문의 부의 상속을 보호해 왔다. 이 같은 국가와 재벌의 유착 관계가 근본적으로 해소되지 않는 한 기업지배구조를 글로벌 기준에 맞게 개혁하려는 노력은 효과를 거두기 힘들 것이다.
한편, 재벌 가문의 3세대 리더십도 시험대에 올랐다. 능력주의와 경영 전문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현대자동차가 최초로 최고경영자(CEO)에 외국인을 임명한 것은 의미가 크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한국의 특성에 맞는 기업지배구조 개선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까.
“스웨덴의 기업지배구조 모델과 유사한 방식으로 소유자 가족의 책임을 강화하면서 이해관계자의 경영 참여 속에서 가족 소유와 상속을 합법화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소유권 집중을 합법화하고 상속세를 줄여 사유재산권을 보장하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재벌이라는 이유로 사면 등의 특혜를 받지 못하도록 하고 부패 자체를 법적으로 강력하게 처벌한다면 정부와 재벌이 결탁할 필요성이 사라질 것이다.”
● 유휴 노동력 활용이 관건
―저출산과 고령화가 경제 성장의 동력을 떨어뜨리는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데….
“기업 내부와 외부에서 유휴 노동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기업 내부에서는 여성 인력의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 한국과 일본은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기업 문화로 인해 여전히 여성 인력이 상위 직급까지 오르는 비율이 극히 작다. 외부 노동력으로 외국인 인력을 유치하는 것은 국제 무역과 외국인 직접 투자를 증가시킬 뿐 아니라 새로운 아이디어 및 지식 공유를 활성화함으로써 혁신을 촉진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한국 기업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는가.
“한국은 서구 국가들이 2∼3세기에 걸쳐 이룬 산업화를 불과 수십 년 만에 달성했다. 그 과정에서 경제, 정치, 사회, 문화적 변화가 극도로 압축적인 방식으로 이뤄지는 이른바 ‘압축된 근대성’이 비용과 리스크를 유발한 결과, 현재 국가의 지속가능성과 발전을 위협하고 있다. 교육, 복지, 노사관계 등 사회적 시스템의 약점을 개인과 가족이 보완하고 있는 것도 리스크다. 직업 윤리 또한 급격히 바뀌고 있다. 한국 경제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려면 이 같은 변화에 적합한 경제 및 사회 정책을 설계하고 민첩하게 적용해 나가야 할 것이다.”
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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