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특별대우’ 원하지 마라”…최정상 女셰프의 일갈 [미담:味談]

채상우 2025. 2. 23.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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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주 터치더스카이 총괄셰프 인터뷰
최연소 조리기능장, 세계 3대 요리대회 금메달, 女 최초 터치더스카이 총괄셰프
“여성들 스스로 편견 만들지 말아야…꾸준히 노력하면, 언젠가 원하는 자리 올라”
음식을 통해 세상을 봅니다. 안녕하세요, 맛있는 이야기 ‘미담(味談)’입니다. 인간이 불을 집어든 날, 첫 셰프가 탄생했습니다. 100만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들은 음식에 문화를 담았습니다. 미식을 좇는 가장 오래된 예술가, 셰프들의 이야기입니다.
조은주 터치더스카이 총괄셰프. 국내 최연소 조리기능장, 세계 3대 요리대회 2개 부문 금메달, 여성 최초 터치더스카이 총괄셰프 등 그는 국내 최정상 셰프다. 채상우 기자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성공을 원하는 여성이라면, ‘여자니까 특별대우’를 원하지 마세요.”

여성에 대한 사회적 차별은 언제나 시끄러운 논쟁 거리다. 요식업계 역시 마찬가지다. 주방은 그 어떤 곳보다 남성 위주의 문화가 팽배하다. 불과 칼, 무쇠팬을 다루는 주방은 남성의 영역으로 여겼다. 이것은 가정의 부엌과는 다른 의미다. 셰프를 꿈꾸는 수많은 여성이 보이지 않는 차별 앞에서 좌절을 맛봐야 했다.

63빌딩 ‘터치더스카이’의 조은주 총괄셰프는 그런 역경을 뚫고, 국내 최정상급 셰프로 오른 입지전적한 인물이다. 30살에 당시 최연소 나이로 조리기능장 자격증을 취득하고, 여성 최초 63빌딩 수석·총괄셰프에 올랐다. 2016년에는 세계 3대 요리대회인 싱가포르 FHA 컬리너리 챌린지에 출전해 여성 최초로 금메달 2개를 수상했다. 그야말로 요식업계 살아있는 전설 중 하나다.

그런 그가 여성들에게 “특별대우를 원하지 마라”고 일갈했다. 조은주 셰프가 치열한 삶 속에서 깨달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터치더스카이에서 조은주 셰프를 만나 그의 인생 이야기를 들었다. 직접 만난 조은주 셰프는 ‘외유내강’ 그 자체였다. 첫 인상은 TV 속에서 본 온화한 모습 그대로였지만, 인터뷰를 하면서 ‘정말 강한 사람’이라고 느낄 수 있었다.

음식을 만들고 있는 조은주 셰프. 채상우 기자

조은주 셰프는 어릴적 공부를 곧잘 하던 학생이었다. 중학교때까지는 교내 최상위를 차지할 정도로 공부에도 소질이 있었다. 셰프라는 말도 생소하던 시절, 당시 TV에 출연한 구본길 셰프의 모습을 보고 요리의 매력에 푹 빠지고 말았다고 한다. 불 위를 날으듯 움직이는 팬과 화려한 음식들, 하얀 조리복을 입은 셰프의 모습이 그토록 멋있어 보였다. 대학 조리과에 진학을 하고, 1999년 1월 63빌딩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 스카이뷰에 입사해 요리사로 입문했다. 63빌딩에서 한 길을 판 그는 ‘워킹온더클라우드’ 수석셰프를 거쳐 2018년 터치더스카이 수석셰프로 발탁됐다.

이를 악 물고 버티고 살아온 20년, 조은주 셰프의 삶은 역경과 도전이 파도치는 거친 바다와 같았다. 모진 질책과 보이지 않는 차별, 남성과 신체적 차이에서 오는 체력적 한계에 몸과 마음이 부서질 것 같았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진급에 밀린 경험도 있다고 한다. 그래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여성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혜택을 바라지도 않았다. 오롯이 실력으로 자신을 증명해보이고 싶었다. 묵묵히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면, 자신이 원하는 셰프의 길에 올라설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요리는 정말 좋아했지만, 일은 힘들었어요. 체력적으로도 남자 직원들과 차이가 있었고, 그 당시 주방에서의 남성 중심적 문화도 존재했었고요. 그렇지만, 다른 혜택을 바라지 않고 오로지 실력으로 승부를 하고 싶었어요. 저들보다 더 치열하게 살고, 그들에게 없는 나만의 무기가 있다면 분명히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어요. 그 당시 저는 멈춰있으면 안 됐고, 언제든 달려가는 삶을 살아왔어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성화 봉송자로 나선 조은주 셰프. 한화리조트 제공

그가 어린 나이에 조리장 자격증을 취득한 것도, 세계 대회에 나가 금메달을 획득한 것도 전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2017년에는 호남대 관광경영학과 박사학위를 취득하기도 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그는 실력을 인정받아 국내 최정상급 레스토랑인 63빌딩 워킹온더클라우드와 터치더스카이 수석셰프로 올라섰다. 귀감이 되는 여성 리더로 인정받아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성화 봉송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조은주 셰프는 중학생 딸을 둔 엄마기도 하다. 그렇기에 워킹맘의 고충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는 아이가 어릴 적 제대로 돌봐주지 못한 미안함에 인터뷰 중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아이를 낳고 100일 만에 업무에 복귀를 했어요. 그때는 빨리 업무에 복귀하지 않으면, 내 자리가 사라질 수 있겠다는 두려움이 컸어요. ‘어떻게 일궈온 자리인데’라는 불안감에 집에 있을 수가 없었어요. 당시에는 탄력근무제 같은 육아 지원 프로그램이 전무했어요. 업무에 복귀하면, 사실상 육아는 포기를 해야 했지요. 저희 엄마가 아이를 전담해 돌봐주시곤 했어요. 하루는 아이가 아픈데 봐줄 사람이 없어 아랫층 이웃에게 부탁을 한 적도 있어요. 아이를 찾으러 갔는데,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먹었다는 거에요. 그때를 생각하면 아이에게 너무 미안하고 마음이 아파요.”

인터뷰 중인 조은주 셰프. 채상우 기자

조은주 셰프는 성공을 원하는 여성들에게 “여성이라서 특별대우를 받으려 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특히 성공한 여성 셰프들에게는 ‘스스로 편견을 만들지 말라’고 충고했다.

“여성에 대한 편견은 본인 스스로 만들어내지 않는 이상 존재하지 않아요. 제가 요리를 시작했을 때와지금은 많은 것이 달라졌어요. 육아에 있어서도 단축근무와 육아 휴직기간 등 다양한 제도가 생겼죠. 여자라서가 아니라 익숙치 않은 일이기에 힘든 것이에요. 열정을 가지고 꾸준히 노력하면 자신이 원하는 자리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지 않을까요.”

“셰프로서 꿈 이뤄, 앞으로는 좋은 셰프를 키우는 선생님 되고파”

조은주 셰프가 몸 담고 있는 터치더스카이의 전신은 1985년 문을 연 회원제클럽 ‘거버넌스챔버’다. 1년 회원비만 880만원에 달하는 국내 최고의 VIP를 위한 식당이었다. 내로라하는 국내 재벌 1~2세대들과 정계 인사들이 거버넌스챔버의 회원이었다고 한다. 그런 거버넌스챔버의 뒤를 이어 2006년 오픈한 터치더스카이는 회원제는 아니지만 여전히 VIP가 주 고객층이라고 한다.

“거버넌스챔버부터 터치더스카이까지 이 레스토랑은 사실 VIP 손님들과 함께 만들어온 공간이기도 해요. 거버넌스챔버가 사라질 때 레스토랑 자체 존폐가 논의되기도 했어요. 그때 VIP 손님들이 나서 직접 회장에게 레스토랑 운영을 계속 하도록 설득했다고 해요. 그래서 탄생한 게 터치더스카이고요. 손님들의 애정이 레스토랑 곳곳에 묻어나 있어요. 카펫이 우그러졌을 때는 손님이 사비로 카펫을 교체해주시기도 하시고요. 단골이셨던 기업 회장님은 레스토랑 직원들을 꼭 가족처럼 대해주시곤 했어요.”

조은주 셰프의 매생이 풍미의 전복요리. 조은주 세프 제공
조은주 셰프의 트러플 풍미의 돌문어 랍스터 전채요리. 조은주 셰프 제공

조은주 셰프의 꿈은 셰프로서 성공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길을 비춰주는 것이다. 고민하고 방황하는 학생들 또는 요리사들에게 등불이 되고 싶다고 한다. 조은주 셰프는 6년 전부터 현재까지 여러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터치더스카이 수석셰프가 됐을 때 저는 셰프로서의 꿈은 이룬 것 같습니다. 이후로는 제 이름을 널리 알리고 싶었는데, 그것 역시 감사히도 이뤄진 듯 하구요. 앞으로는 저의 기술과 노하우를 많은 후배들에게 알려주고 싶습니다. 그를 통해 더 훌륭한 셰프가 많아지는 것, 그것이 제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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