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억원도 못 낸 회사가 50조원 투자?…전남 ‘세계 최대 AI 데이터센터’ 의구심
자회사 퍼힐스 재무·운영 등 구설…도 “일단 사업 추진”
미국 투자회사 ‘스톡 팜 로드(SFR)’가 추진 중인 세계 최대 규모의 전남 데이터센터 건립 사업을 놓고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최대 50조원을 유치하겠다는 SFR 측이 지난해 30억원 규모의 후원 행사도 제대로 치르지 못했고, 변변한 사무실도 없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잇따라 구설에 오르면서다.
SFR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에서 보도자료를 내고 “전남도에 세계 최대 규모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기 위해 김영록 전남도지사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전남도 등에 따르면 SFR 측은 지난해 12월 말쯤 전남도에 투자 의향을 밝힌 이후 지난 5일 관계자들이 전남을 찾아 MOU를 맺었다. 양측은 현지시간으로 오는 26일 김 지사의 미국 방문 일정에 맞춰 보다 진전된 합의각서(MOA)를 체결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SFR은 보도자료에서 “초기 프로젝트 규모가 100억달러(약 15조원)를 웃돌 것으로 전망되며 향후 350억달러(약 5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2025년 겨울 착공해 2028년 완공 방침으로 1만개 이상 일자리를 창출할 예정”이라고 청사진을 제시했다.
SFR 측 MOU 주체는 자회사인 ‘퍼힐스’다. SFR의 공동 창립자인 브라이언 구(한국명 구본웅)가 퍼힐스의 의장도 맡고 있다. 구 의장은 고 구자홍 LS그룹 초대 회장의 장남이기도 하다. 이에 데이터센터 건립 추진 소식은 국내 재계 및 지역사회 등에서 큰 화제가 됐다.
하지만 퍼힐스가 미 현지에서 재무·운영 문제 등으로 잇따라 구설에 오르며 데이터센터 사업 진행에 의문이 제기되는 중이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는 지난달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오는) 3월20일부터 23일까지 캘리포니아주 팔로스 버디스 골프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퍼힐스 박세리 챔피언십’이 계획대로 개최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국 현지 언론인 선데이저널은 대회 취소 사유로 “후원사인 퍼힐스가 지난해 대회 상금 200만달러(약 30억원)를 내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이어 “퍼힐스의 주소가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한 사무실 공유업체로 확인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구 의장이 150만달러(약 21억원)를 빌린 뒤 갚지 못해 미국 법원에서 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보도도 현지에서 나왔다.
전남도는 일단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김 지사도 미국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23일 전남도 관계자는 “재정이 어렵다는 것은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으며 여러 문제를 충분히 인지, 확인하고 있다”면서 “전혀 염려가 안 되는 건 아니지만 투자가 실현되면 역사적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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