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우크라이나에 5천억달러 요구…연간 광물 수익의 450배

김원철 기자 2025. 2. 23.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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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각)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연설에서 "우크라이나와의 광물 협상을 조속히 마무리해야 한다"고 밝힌 가운데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수정 제안한 광물 협정이 우크라이나가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이유로 거부했던 초안과 거의 동일하며, 일부 조항은 오히려 더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뉴욕타임스가 이날 입수해 보도한 2월 21일자 협정 수정안을 보면, 우크라이나는 석유·가스·광물 등 천연자원의 수익뿐 아니라 항만 및 기반 시설에서 발생하는 수익의 절반을 미국에 양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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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우 광물협정 협상…안보보장은 미포함
폴란드 대통령 안제이 두다와 우크라이나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 지난달 15일 폴란드 바르샤바의 벨베데레 궁전에서 회담하고 있다. 바르샤바/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광물 수익의 절반을 미국에 넘기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양국간 광물 협정이 타결 초읽기에 들어갔다. 미국의 요구사항은 우크라이나의 지난해 천연자원 수익 11억 달러의 450배를 넘는 50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협정은 가치를 기반으로 했던 미국의 대우크라이나 지원의 성격을 상업적 거래 관계로 바꾸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각) 메릴랜드주 옥슨힐에서 열린 2025년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연설에서 “우크라이나와의 광물 협정 (서명)에 꽤 가까워졌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21일 밤 영상 연설에서 미국과 우크라이나 협상팀이 합의 초안을 마련하기 위해 작업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협정은 우리 관계를 강화할 수 있다. 효과를 보장할 수 있도록 세부 사항을 조율하는 게 핵심”이라며 “공정한 결과가 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막판 조율이 여의치 않다는 소식도 많아서 실제 타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가능성도 있다. 시엔엔(CNN)은 이날 협상 내용을 잘 아는 인사를 인용해 “젤렌스키 대통령이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라며 “수정안을 협상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보도했다. 아에프페(AFP) 통신도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의 점증하는 압박에도 불구하고 이런 협정에 서명할 준비가 되지 않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국회의장 루슬란 스테판축은 24일부터 협정 마무리 작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광물 협정에는 우크라이나가 고심을 거듭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가 이날 입수해 보도한 ‘2월 21일자 협정 수정안’을 보면, 우크라이나는 석유·가스·광물 등 천연자원의 수익뿐 아니라 항만 및 기반 시설에서 발생하는 수익의 절반을 미국이 전적으로 통제하는 기금에 투입해야 한다. 우크라이나는 기여액이 5000억 달러에 달할 때까지 수익의 절반에 기금에 투입해야 한다. 지금까지 미국이 제공한 지원 금액의 4배가 넘는 규모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기존의 군사 및 재정 지원에 대한 보상으로 요구하는 것인지, 향후 지원을 조건으로 내건 것인지는 불분명하다”며 “우크라이나가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이유로 거부했던 초안과 비슷하며, 일부 조항은 오히려 더 강화됐다”고 전했다.

미국의 지원을 우크라이나의 천연자원으로 교환하자는 아이디어는 우크라이나가 먼저 제안했던 방안이었다. 하지만 미국이 우크라이나 광물 및 에너지 자원 수익의 50%를 요구한 데다 명확한 안전 보장 약속이 포함되지 않은 점 때문에 아직 최종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블룸버그는 “‘과거 식민지적 행태를 연상케 하는 요구’라는 비판도 나온다”라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협정을 통해 양국이 경제적 동반자 관계가 되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사실상의 안전 보장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마이클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전날 “미국과 경제적 파트너십을 맺는 것보다 더 나은 안전 보장이 어디 있겠느냐”고 말했다. 한 미국 관리는 이날 시엔엔에 “협정을 통해 양국이 더 긴밀히 연계되고, 미국은 중국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핵심 자원에 접근하게 된다”라며 “자원이 (미국으로) 흐르기 시작하면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보호할 더 큰 동기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유럽 최대 규모의 티타늄(항공·해군 합금 제조 필수), 리튬(배터리 핵심 소재) 그리고 약간의 희토류(첨단 기술·군수 산업 필수)를 보유하고 있다. 다만, 이 자원을 개발하려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고, 매장지 일부가 러시아 점령 지역에 위치해 있다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풍부한 광물 자원은 미국에 여전히 매력적이다.

지난주 미국은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을 키이우로 보내 광물 협정 초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를 즉각 거부하면서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됐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을 “독재자”라며 공개 비난했고, 젤렌스키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의 허위 정보에 갇혀 있다”고 반박하며 갈등이 커졌다. 그러나 이후 키이스 켈로그 미국 우크라이나 특사가 키이우를 방문해 젤렌스키 대통령과 면담을 진행하면서 협상이 진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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