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교 1년 선후배→흥국생명 ‘연자매’로 챔프전 우승 3회 합작...김연경 “연주 언니, 제가 먼저 갑니다”, 황연주 “후배지만, 대단하고 고마워”

남정훈 2025. 2. 22.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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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연주(1986년 8월생)와 김연경(1988년 2월생)은 원곡중-한일전산여고(現 한봄고) 1년 선후배 사이다. 중고교 시절 오랜 기간 함께 뛴 둘은 프로에서도 초창기에 함께 했다. 황연주가 프로배구 출범 후 첫 드래프트였던 2005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흥국생명 지명을 받았고, 김연경이 2005~2006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흥국생명 유니폼을 받아들었다.
‘좌 김연경, 우 황연주’, 팬들로부터 ‘연자매’로 불렸던 최강의 쌍포를 보유한 흥국생명은 V리그 초창기 최강팀이었다. 둘을 포함해 ‘흥국생명 7공주’라 불렸던 포지션별 빼어난 선수들을 앞세워 2005~2006, 2006~2007, 2008~2009시즌까지 세 번이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김연경이 21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현대건설과 흥국생명의 경기를 마친 뒤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김연경이 2008~2009시즌 챔프전 우승을 끝으로 일본 리그에 진출하면서 ‘연자매’는 해체됐다. 그리고 황연주가 2009~2010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어 현대건설로 진출했다. 김연경은 일본을 시작으로 튀르키예, 중국 등 해외 리그에서도 맹활약을 펼치며 세계 최고의 아웃사이드 히터로 군림했다. 177cm의 단신이지만, 특유의 점프력과 왼손잡이의 이점을 살려 토종 최고의 아포짓 스파이커로 활약한 황연주는 각종 기록을 보유하며 ‘기록의 여왕’으로 V리그에서만 6번의 챔프전 우승을 차지했다.
흥국생명과 현대건설의 경기에서 흥국생명 황연주
시간이 훌쩍 흐른 2025년. 황연주가 어느덧 한국 나이로 마흔이 됐고, 김연경도 서른여덟. 코트를 먼저 떠나게 된 것은 김연경이었다. 지난 13일 인천 GS칼텍스전을 마친 뒤 수훈선수 인터뷰에서 김연경은 “올 시즌 팀 성적에 상관없이 시즌을 마치면 은퇴하겠다”고 공식 선언을 했다.

V리그에서 뛴 것은 올 시즌을 포함해 8시즌이지만, 정규리그 MVP 트로피만 6개, 올 시즌도 가장 강력한 정규리그 MVP 후보인 김연경이다. 8시즌 MVP 트로피 7개(1개는 예정)라는 말도 안되는 수상경력이 보여주듯, 불세출의 슈퍼스타인 김연경의 은퇴 선언에 흥국생명을 제외한 나머지 6개 구단은 V리그 최초의 은퇴투어를 열어주기로 했다.

은퇴투어의 첫 번째 공식행사가 21일 수원체육관에서 현대건설과 흥국생명의 5라운드 맞대결 이후 펼쳐졌다. 은퇴투어 행사 이전에 열린 맞대결 결과는 흥국생명의 세트 스코어 3-0(25-18 25-15 25-17) 완승. 주전 전원의 고른 활약 속에 김연경이 공격 전면에 나설 필요도 없었다. 김연경은 11점(공격 성공률 47.83%)을 기록했다. 투트쿠가 블로킹 2개 포함 양 팀 통틀어 최다인 15점으로 팀 공격을 이끌었고, 피치가 블로킹 6개 포함 13점으로 코트 가운데서 빼어난 존재감을 뽐냈다. 김연경의 아웃사이드 히터 파트너 정윤주도 13점으로 힘을 보탰다. 주장 김수지도 블로킹 2개 포함 6점으로 제 몫을 다 해냈다.

반면 현대건설은 세트별 스코어가 보여주듯, 아무것도 해보지 못하고 패했다. 강성형 감독이 주전들을 자주 웜업존으로 불러들이면서 모마(카메룬)의 백업 아포짓을 맡고 있는 황연주도 지난 4일 IBK기업은행전에서 시즌 첫 출전을 이룬 뒤 가장 많이 코트에 섰다. 5점을 터뜨리며 만만치 않은 공격력을 뽐냈다.

경기 뒤 김연경의 은퇴투어 행사가 열렸다. 현대건설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들이 모두 도열한 가운데, 김연경과 오랜 기간 국가대표팀에서 룸메이트였던 절친한 후배 양효진이 김연경의 등번호 10번이 새겨진 현대건설 유니폼을 전달했다. 국가대표팀에서 수석코치와 선수로 함께 했던 강성형 감독도 꽃다발을 안기며 그의 은퇴투어를 축하했다.

기념품과 꽃다발을 받은 뒤 마이크를 잡은 김연경은 중고교 1년 선배인 현대건설 황연주를 돌아보며 “연주 언니, 제가 먼저 갑니다”라고 농담을 건넨 뒤 “준비해주신 현대건설 관계자 여러분들게 감사드린다. 현대건설도 저희도 아직 일정이 많이 남아있다. 현대건설도 저희 흥국생명도 응원해달라”고 현대건설 홈팬들 앞에서 과감한(?) 소감을 밝혔다.

은퇴 행사를 마치고 김연경과 황연주는 코트 위에서 만나 잠시 만나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 이후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황연주를 만나 무슨 이야기를 나눴느냐고 묻자 “(김)연경이가 ‘언니, 나 덕분에 1년 더 할 수 있겠네. 내가 일부러 튕겨준거야’라고 하더라고요”라며 웃었다.

이말의 사연은 이랬다. 이날 황연주가 올린 5점에는 김연경의 지분(?)이 컸다. 2세트 9-19에서 나온 황연주의 첫 득점도 세터 뒤로 돌아가 이동해 때린 퀵오픈을 김연경이 받아내지 못했고, 11-20에서 나온 득점도 김연경의 블로킹을 뚫고 해낸 득점이었다.

3세트에도 아포짓 황연주와 아웃사이드 히터 김연경은 코트를 두고 맞대결을 펼쳐야 했다. 12-21에서 때린 퀵오픈도 김연경의 블로킹을 지나가 엔드라인 앞쪽으로 떨어져 득점이 됐다. 13-21에서는 김연경이 황연주의 원 블로킹을 앞에 두고 공격을 성공시키기도 했다. 그러자 곧바로 황연주가 김연경의 원 블로킹을 두고 퀵오픈으로 터치아웃을 시키기도 했다. 이날 올린 5점 중 4점에 김연경의 지분이 있는 셈이다.

“‘언니, 제가 먼저 갑니다’라는 말을 들었을 땐 저도 가고 싶더라고요”라면서도 황연주는 현역 연장의 뜻을 밝혔다. 올 시즌 오랜 기간 재활하다 복귀 후 처음으로 여전한 공격력을 과시한 황연주는 백업 아포짓 스파이커로서, 더블 체인지로 들어가 전위 세 자리 정도는 충분히 소화해줄 수 있는 공격력을 뽐냈다. 황연주는 “후배지만, 대단한 선수다. 고맙기도 하다. 배구 발전을 위해 제일 많이 노력해줬다”라고 치켜세웠다.

수원=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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