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의 사회심리학] 영원한 우울감·불행은 없다

많은 경우 '믿음'과 실제는 다르다. 예를 들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은 대부분의 측면에서 평균 이상이라고 굳건하게 믿는다. 예를 들어 대학 교수의 90%가 자신은 평균 이상으로 수업을 잘 한다고 믿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무엇이 건강에 좋거나 나쁘다거나 하는 믿음, 모든 사회 문제가 유색인종, 여성, 이민자 때문이라고 하는 많은 통념들 또한 실제와는 다를 때가 많다.
틀릴 때가 많지만 그래도 믿음이 중요한 이유는 진짜이든 아니든 때로는 현실보다 더 사람들의 감정과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자신의 개인적인 특성 예를 들어 성격, 지능, 감정, 나아가 대인관계 등에 대한 많은 믿음들 역시 비슷한 특성들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다른 행동을 보이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연구들에 의하면 자유의지란 환상에 불과한지 아니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인지에 대한 많은 갑론을박과 별개로 자유의지가 존재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자기통제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비슷한 수준의 지능을 가지고 있어도 지능이 선천적으로 결정되어 있는 것인지 아니면 변화할 수 있다고 믿는지 여부에 따라 노력을 덜 하거나 더 하기도 한다. 사람은 고쳐 쓸 수 없다고 믿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관계를 쉽게 포기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렇게 믿음 하나에 의해 많은 것이 달라지기 때문에 '할 수 있다는 믿음'인 자신감이나 '자신은 그럭저럭 괜찮은 사람이라는 믿음'인 자존감 또한 큰 관심의 대상이 된다. 모든 것을 다 가졌더라도 자신에 대한 믿음이 지나치게 부족한 경우 뭐 하나라도 이루겠다며 행동에 나설 확률이 낮기 때문이다.
많은 연구들에 의하면 개인 내적 '감정'에 대한 믿음도 실제 감정 경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엘리자베스 니랜드 예일대 심리학자 등에 의하면 사람에 따라 감정을 단단히 응어리진 고정적인 무엇으로 보거나 또는 상황이나 생각에 따라 유연하게 변할 수 있는 것으로 보는 개인차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우울감에 빠졌을 때 이 감정은 절대 움직이거나 바뀌지 않을거라고 믿는 사람이 있는 반면 오래된 감정 또한 바뀔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 있다. 니랜드등에 의하면 감정이 대체로 유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불안이나 우울 같은 감정에서 비교적 잘 벗어나는 편이다.
연구자들은 이전에 비해 삶의 불확실성과 복잡성이 크게 늘어나는 시기인 새내기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감정의 유연함에 대한 믿음과 우울감 등을 측정했다. 그 결과 학기 초에 감정은 유연하다고 믿은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 비해 우울감이 더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기초에 우울감이라는 감정이 유연하다고 믿은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 비해 자신이 처한 상황과 감정에 대한 재평가(이게 정말 우울할만한 상황인가?)를 자주 하고 부적 감정을 곱씹는 행동(예를 들어 '내가 왜 그랬지? 너무 우울하다. 나는 바보인 것 같아') 또한 덜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우울증이 심한 사람들의 경우 자신의 상황을 실제보다 더 훨씬 부정적으로 치우친 사고방식을 보이는 편이다. 예를 들어 삶의 한 영역에서 실패를 맛보았을 때 자신은 인생 모든 영역을 통틀어 패배자이며 앞으로도 절대 좋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반응하는 식이다.
모든 인간관계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갈등을 겪을 때에도 한 두 사람과 관계가 나빠진 사건을 통해 자신은 앞으로 영원히 그 누구로부터도 사랑받지 못할 것이라는 극단적인 결론을 내리기도 한다. 또한 어떤 극단적인 조건(예를 들어 모든 면에서 완벽할 것, 세상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것)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한 자신은 영원히 불행할 거라는 매우 경직된 사고방식을 보이기도 한다.
이렇게 우울증이 심한 사람들의 경우 뭐가 어찌 됐든 '영원히 불행할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는 탓에 우울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점 또한 커서 감정이 유연하다는 믿음, 지금의 깊은 우울감과 불행도 언젠가는 달라질 수 있다는 믿음이 우울감을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은 당연한 것 같기도 하다.
조금 달리 생각해보면 인생무상이라는 말처럼 세상에 영원한 것이 없다면 지금의 나나 내가 처한 상황, 내 감정 또한 영원하지 않은 것이 당연하다. 영원히 변치 않을 거라는 가정이 더 비현실적일 수 있음을 기억하자.
Kneeland, E. T., & Dovidio, J. F. (2020). Emotion malleability beliefs and coping with the college transition. Emotion, 20(3), 452–461. https://doi.org/10.1037/emo0000559
Kneeland, E. T., Dovidio, J. F., Joormann, J., & Clark, M. S. (2016). Emotion malleability beliefs, emotion regulation, and psychopathology: Integrating affective and clinical science. Clinical Psychology Review, 45, 81-88.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도록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듀크대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박진영 심리학 칼럼니스트 parkjy02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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