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확률 90.9%' 골프 천재 김지아 "박세리 감독님처럼 명예의 전당 오르고 싶어요"

김인오 기자 2025. 2. 22.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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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골퍼 김지아, 지난해 11개 대회서 10승 달성
'1초 샷' 거침 없는 공격형 골프로 무더기 우승
존경하는 선수는 박세리.."명예의 전당이 목표"
"내 스스로 선택한 골프, 절대 포기는 없다"
지난해 초등학교골프연맹 대회에서 10승을 거둔 김지아가 베트남 하이퐁에서 전지 훈련을 하고 있다.

(MHN스포츠 베트남 하이퐁, 김인오 기자) 90.9%의 우승 확률. 그야말로 경이로운 기록이다. 11개 대회에 출전해 10차례나 우승컵을 들었다. 올해 초등학교 5학년이 되는 김지아(경주 나원초)의 지난해 초등학교골프연맹 대회의 1년 성적표다. 아마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도, PGA 투어 역대 최다승(82승)을 올린 샘 스니드도 어린 시절 경험하지 못한 대기록일 것이다.

'골프 천재'라는 표현 밖에 떠오르지 않는 김지아는 6살 때 골프에 입문했다. LPGA 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원조 천재' 김효주(5살 입문)보다는 한 해 늦었지만 걸어가는 길은 비슷하다. 김효주는 초등학교 시절 각종 대회를 석권하며 6학년 때 국가대표 주니어 상비군에 뽑혔다.

지난 18일 베트남 하이퐁에 있는 소노벨 골프&리조트에서 동계 전지훈련 중인 김지아를 만났다. 아직은 앳된 얼굴이었지만 키 160cm의 당당한 체격이 눈에 띄었다. 1시간 정도 눈을 떼지 못하고 스윙을 지켜봤다. 탄탄한 기본기에서 나오는 파워풀한 '샷 메이킹' 능력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경북 포항과 경주 지방에서 가장 규모가 큰 골프 아카데미인 'TEAM PSGA'를 운영하는 박상훈 원장은 연신 "좋아"를 외쳤고, 옆에서 지켜보던 어머니 윤미정 씨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지난해 초등학교골프연맹 대회에서 10승을 거둔 김지아가 베트남 하이퐁에서 박상훈 원장에게 지도를 받고 있다. 

골프를 시작한 계기가 흥미롭다. 여타 선수들과는 달리 본인의 의지로 골프에 입문했다. 김지아는 "우연히 골프연습장을 지나갔는데 왠지 모르게 배워보고 싶었다. 그런데 엄마는 반대를 하셨다. 오기가 생겨 거의 1년을 울며 매달렸다. '언니는 다 시켜주면서 나는 왜 안돼?'라며 졸랐다. 그렇게 허락을 받았"고 설명했다.

처음엔 어머니도 자신도 취미 정도로만 생각했다. 어머니가 내준 미션을 성공할 때마다 선물을 받는 게 마냥 즐거웠다. 그렇게 실력은 늘어갔고, 7살 때 박상훈 원장과 인연이 닿아 엘리트 선수의 길로 들어섰다. 현재는 350m 드라이빙레인지와 정규홀, 천연잔디 숏게임 연습장을 갖추고 있는 힐스카이 컨트리클럽에서 우수 선수로 선발돼 지원을 받으며 연습하고 있다. 

김지아는 "처음 아카데미에 왔을 때는 모두 언니, 오빠들 밖에 없었다. 훈련량도 엄청났다. 하지만 포기하기 싫었다. 뒤처지지 않으려고 하루도 쉬지 않았다. 지금도 나에게 쉬는 날은 없다. 그로부터 벌써 5년이나 흘렀고, 지치지 않도록 격려해주신 원장님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환하게 웃었다.

초등학교골프연맹 대회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4학년까지 참가하는 저학년부와 5, 6학년이 출전하는 고학년부로 나눠 치러진다. 김지아는 3학년 때인 2023년 한국 초등연맹회장배 골프대회에서 첫 우승을 거뒀다. 이후 1승을 더 추가했고, 지난해에는 11개 대회에 출전해 10승을 올렸다. 1개 대회는 준우승으로 아쉽게 전 대회 석권이 무산됐다.

김지아는 "처음에는 친구들보다 경력이 많다는 이유로 대회마다 우승 욕심을 냈다. 조바심 때문인지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 솔직히 자만했었다"며 "이후 마음 가짐을 바꿨다. 첫 홀 티샷부터 마무리까지 세분화해서 목표를 세웠고, 성적보다 그 목표만을 이루려고 노력했다. 그랬더니 어느새 우승이 막 찾아왔다. 이제 고학년부 경기 뛴다. 역시 성적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잘 하는 것에만 집중할 생각이다. 최선을 다했다면 만족할만한 결과가 반드시 올거라 믿는다"고 다짐했다. 

지난해 초등학교골프연맹 대회에서 10승을 거둔 김지아가 베트남 하이퐁에서 전지 훈련을 하고 있다.

이번 전지훈련의 목표는 드라이버샷 비거리 늘리기다. 김지아는 초등학생 중에서는 준수한 편인 180m에서 200m 사이를 보내고 있지만 부족하다고 느꼈다. 매일 아침 4시 30분에 일어나 쉬지 않고 땀 흘린 결과 이제는 안정적으로 200m 이상을 보낼 수 있게 됐다. 박상훈 원장은 "아직 어리지만 장타가 대세가 된 프로 대회 환경을 지아가 잘 알고 있다. 그 목표 역시 스스로 세운 것이다"고 말했다. 

김지아의 훈련을 지켜보면서 가장 놀랐던 점은 샷 속도다. 방향을 설정하고 어드레스에 들어가면 1초 이내에 지체없이 샷을 한다. 가장 신중해야 할 퍼트도 마찬가지다. 최근 각종 투어에서 '슬로 플레이'에 대한 징계 강화를 표방하고 있지만 김지아에게는 먼 나라 얘기처럼 보인다. 

김지아는 "원장님이 '가상의 연장선이 아닌 멀리 있는 목표를 보고 에임을 설정해라'라고 조언을 해주셨는데 그때부터 플레이가 빨라졌다. 처음에는 '이게 맞나?'라는 생각에 조금은 불편했지만 습관이 되면서 오히려 더 편하고 좋다. 공격적인 내 플레이 스타일과도 잘 맞아 대만족이다"고 밝혔다. 

지난해 초등학교골프연맹 대회에서 10승을 거둔 김지아가 베트남 하이퐁에서 박상훈 원장과 전지 훈련을 하고 있다.

가장 존경하는 선수에 대해서는 고민 없이 '골프 레전드' 박세리를 꼽았다. 그래서 목표도 LPGA 투어 진출로 잡았다. 훈련이 끝나면 곧바로 영어 학원으로 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지아는 "유명한 '맨발 샷'으로 박세리 감독님을 처음 알게 됐는데 골프 명예의 전당에도 오르셨더라. 그 분은 완벽한 골프 선수다. 나도 그 길을 따라가고 싶다. 그렇게 되면 내 모습을 보고 골프채를 잡는 아이들이 생기지 않을까. 상상만해도 즐겁다"며 밝은 미소를 지었다. 

김지아 선수와의 인터뷰 약속을 잡은 후 초등학생의 눈높이에 맞는 가벼운 대화를 생각했지만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성인 선수 못지 않은 표현력으로 자신의 골프 철학을 쏟아냈다.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가 되는 선수다. 마지막 얘기를 듣고는 어느새 팬이 되버렸다. "골프는 내가 하고 싶어서 선택한 운동이에요. 지금도 마찬가지에요. 절대 포기하지 않아요. 이름 석 자 잘 기억해 주세요."

사진=PSGA 골프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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