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발찌 차고 잔혹한 살인…실시간 감시했지만 깜깜 왜

2025. 2. 22.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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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민의 ‘죄와 벌’] ‘전자감독’ 얼마나 효과 있을까
영화 ‘무도실무관’에서 전자발찌를 끊고 또 다른 범죄를 시도하는 메인 빌런 강기중. 배우 이현걸이 연기했다. [중앙포토]
대상자에게 전자발찌(공식 명칭은 ‘위치추적 전자장치’이다)를 채워서 감독하는 제도를 ‘전자감독’이라 한다. 전자발찌를 처음 고안한 사람은 1983년 미국 뉴멕시코주 앨버커키 지방법원의 판사였던 잭 러브이다. 그는 스파이더맨 만화를 보다가 스파이더맨이 악당의 몸에 뭔가를 붙여놓고 위치를 파악하는 것에서 착안해서 소년범의 몸에 전자장치를 부착해서 집에서 벗어나면 신호가 가도록 만든 기계를 개발해달라고 컴퓨터 판매원 마이클 고스에게 의뢰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장치의 이름이 ‘고스링크’였다. 당시는 GPS가 상용화되기 이전이었기 때문에 지금처럼 실시간 위치추적을 할 수는 없었고 단지 집에 설치한 단말기와 사람에게 부착한 장치의 거리가 멀어지면 경보가 울리고 감독자에게 신호가 가는 방식이었는데 그마저도 기술적 문제가 많아서 다섯 차례 정도만 사용되었다. 이후 미국 등에서 전자감독 시스템이 점차 발전하게 되었고 1990년대 후반에는 영국·프랑스, 스웨덴도 전자팔찌를 붙이는 전자감독을 실시했다.

정남규 같은 연쇄살인범 거의 사라져
우리나라에서는 1999년부터 법무부에서 전자감독 제도 도입을 검토했다. 지금이야 주로 발에 부착하는 전자‘발’찌가 활용되고 있지만 당시에는 팔에 부착하는 전자‘팔’찌를 중심으로 논의가 이루어졌다. 처음 전자팔찌 논의가 나왔을 당시의 여론은 아무리 범죄자라고 하더라도 전자팔찌를 채우는 것은 지나친 인권침해가 아닌가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사람에게 족쇄 같은 것을 채우는 것이 짐승이나 노예로 취급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었다.

부착장치에 휴대용 위치추적장치를 하나로 묶은 일체형 전자발찌. 2018년 9월부터 사용했다. [뉴스1]
그러다 전자팔찌가 필요하다는 쪽으로 사회 분위기가 급변한 데에는 2004년경 불거진 20명을 살해한 유영철 사건과 2006년경 불거진 14명을 살해한 정남규 사건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 밖에도 여성과 아이들에 대한 성폭행·유괴·살인 등의 범죄가 늘어가는 추세 속에서 2005년 박근혜 새누리당 대표가 성폭행범에게 전자팔찌를 채울 것을 제안했고 관련 법률 제정안이 발의되었다. 그러나 인권침해 소지로 인한 반대 등으로 별다른 진척이 없던 와중에 또 하나의 충격적인 사건이 터지게 되면서 전자발찌 제도화가 급물살을 타게 되는데, 그 사건이 바로 2006년 용산초등학생 성추행 살인사건(김장호 사건)이다.

이 사건은 2006년 2월 17일에 용산에 살던 11세 여자아이가 비디오테이프를 반납하러 갔다가 실종된 후 16시간 뒤에 의정부 공터에서 불에 탄 시신으로 발견된 사건이다. 특히 공분을 일으켰던 점은 김장호가 바로 5개월 전에 똑같이 자신의 가게에서 구경하던 5세 여자아이를 추행했다가 재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풀려난 지 5개월 만에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이었다. 이로 인한 사회적 공분으로 전자발찌 법안이 2007년에 통과되어 2008년부터 시행된 것이다.

이후 조두순 사건(2008년)과 김길태 사건(2010년) 등 잇따른 범행으로 사회적 공분이 거듭 일어나자 법 개정을 통해 전자발찌를 부착할 수 있는 대상 범죄가 미성년자유괴범죄(2009년), 살인범죄(2010년), 강도범죄(2014년)로 확대되고 부착 기간도 당초 5년에서 10년(2008년), 30년(2010년)으로 늘었다. 2019년부터는 가석방에도, 2020년부터는 구속 피고인의 보석 석방에도 전자발찌를 부착할 수 있게 되었다.

전국의 전자감독 대상자들은 서울과 대전의 중앙관제센터에서 관리하고 있다. 필자는 ‘알쓸범잡’ 촬영 때 서울의 중앙관제센터에 가보았는데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나오는 것처럼 커다란 화면에 지도를 바탕으로 5000여 명의 전자감독 대상자들에 대한 각종 정보가 종류별로 떠 있었다. 대상자가 학교나 유치원 같은 출입금지구역에 진입하거나 기타 준수사항을 위반하면 경고음이 울린다. 대상자가 이동할 때에는 이동 속도도 정확히 알 수 있기 때문에 걸어가는지 자전거를 탔는지, 차를 타는지도 알 수 있다. 수상한 곳으로 이동하고 있으면 전화를 걸어 보기도 하고 전화를 받지 않으면 5분 대기조가 출동한다.

전자감독 담당자들의 경험담에 따르면, 한번은 전자감독 대상자가 자동차를 탄 것처럼 빠른 속도로 야산 근처를 맴돌기에 관제센터 담당자가 수상해서 전화를 걸어보니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에 5분 대기조가 출동하여 확인해보니, 대상자가 칼로 여성 택시기사를 위협해 야산으로 가도록 해서 성폭행을 하려 하고 있던 상황이어서 피해가 발생하기 직전에 막을 수 있었다고 한다.

전과 14범으로 2021년 8월 전자발찌 훼손 전후 여성 2명을 살해한 강윤성. [중앙포토]
피해자의 위치도 파악되기 때문에 전자감독 대상자가 피해자의 반경 1㎞ 범위 안에 들어가게 되면 경고음이 울린다. 그러면 관제센터의 담당자가 대상자에게 전화를 걸어서 어디로 가는 길인지 묻고 피해자와 마주치지 않는 다른 방향으로 갈 것을 권고한다. 빅데이터로 대상자가 범행을 주로 저질렀던 시간을 파악해서 대상자가 그 시간에 외출해도 경고음이 울린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전자발찌도 점점 더 발전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는 대상자의 피부를 통해서 흘러나오는 체액을 분석해서 대상자가 음주를 얼마나 하고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전자발찌도 개발 중이라고 한다.

전자발찌를 부착하기 시작한 이후 기존에 비해 재범률이 확연히 떨어졌다. 살인의 재범률은 4.9%에서 0.1%로 떨어졌다. 말하자면, 기존에는 살인을 저질러서 교도소에 수감되었다가 출소한 사람들 20명 중에서 1명이 살인을 저질렀다면, 이들에게 전자발찌를 부착하자 1000명 중에서 1명만 살인을 저지른다는 뜻이다. 성폭력범죄도 기존에 14.1%에서 2022년 현재 0.73%로 감소했다. 무엇보다도 전자발찌 제도가 시행된 이후에는 유영철·정남규·강호순과 같은 연쇄살인범이 거의 사라졌다.

못 끊게 하려면 너무 두껍고 무거워져
앞서 범죄 원인으로서 범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손실보다 큰 경우를 예로 들면서 범죄를 통해 얻는 손실을 크게 만들기 위해서는 형량을 높이는 방법도 있지만 검거율을 높이는 방법도 있다고 했다. 이중 후자의 검거율을 획기적으로 높임으로써 범죄를 억제하는 방법이 전자발찌이다. 전자발찌를 부착하고 있으면 그가 현재 어디에 있는지, 과거에 어디에 있었는지가 실시간으로 파악되기 때문에 전자발찌를 부착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범죄를 저지를 경우 적발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전자발찌는 검정 띠에 아이들 주먹만 한 장치가 붙어 있는 형상이다. 검정 띠는 웬만한 절단기로 잘라도 끊어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전자발찌를 자르고 도망가는 사람들이 없지는 않다. 2021년에는 성범죄 등으로 징역형을 받은 강윤성이 교도소에서 출소한 후 3개월여 만에 40대 여성을 살해한 후 전자발찌를 끊고 도망갔다가 그로부터 이틀 뒤에 50대 여성을 또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법무부 범죄예방국 직원들은 그렇다고 해서 절대로 끊어지지 않는 것을 목표로 전자발찌를 제작하다 보면 띠가 너무 두껍고 무거워져서 실용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고 하지만 전자발찌를 끊고 달아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중대한 문제임을 부정할 수 없다.

전자발찌의 가장 큰 한계는 대상자가 어디에 있는지는 알 수 있지만 무엇을 하는지는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2019년 순천 아파트 강간 살인사건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이 사건은 내가 아는 가장 참혹한 사건 중의 하나이다. 범인 정모씨(1983년)는 이미 2007년에 강간상해죄로 징역 5년을 선고받아 형의 집행을 완료했고, 2013년에도 강간상해죄로 징역 5년을 선고받아 2018년에 전자발찌를 부착하고 교도소를 출소한 인물이다. 그는 2019년 어느 날 술자리에서 친한 직장 동료와 심하게 다툰 다음 그 동료의 약혼녀가 사는 아파트로 찾아가서 대화 끝에 성폭행을 시도했다. 그녀는 저항하다가 아파트 6층 발코니 창문 밖으로 떨어져 그 아래 화단에 추락했는데 피해자는 그때까지 살아 있었다. 그사이 정모씨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서 화단에 있는 그녀를 끌고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으로 돌아와서 또다시 성폭행을 시도하다가 잘 되지 않자 피해자의 목을 졸라 살해했다.

정모씨가 이렇게 끔찍한 강간살인을 저지르는 중에도 중앙관제센터는 그 사실을 알지 못한다. 오로지 대상자의 위치만 파악할 수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전자감독 대상자가 저지른 재범의 절반 이상이 이들의 집 반경 1㎞ 범위 안에서 일어났다는 것도 전자발찌의 이러한 한계를 잘 보여준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최근에는 전자감독 대상자가 있는 곳 인근의 CCTV를 연결해서 영상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지만 그래도 개인의 집 안에서 벌어지는 이런 범죄까지 볼 수는 없다. 이런 한계를 뛰어넘을 지혜를 찾아야 할 시점이다.

정재민 변호사·작가. 23년 공무원 생활 중 절반은 판사로, 절반은 법무부, 방위사업청, 외교부 등에서 일했다. 『보헤미안랩소디(세계문학상수상작)』 등의 소설과 『범죄사회』, 『혼밥판사』등 에세이집을 냈다. 현재 법무법인 예문정앤파트너스의 대표변호사로 형사사건을 주로 변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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