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옥의 말과 글] [394] 고독과 교류 사이

백영옥 소설가 2025. 2. 21.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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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Midjourney

헨리 소로는 27세에 홀로 월든 호숫가로 떠나 오두막을 짓고 밭을 일구며 2년 2개월을 지낸다. 그는 그때의 사유를 모아 ‘월든’을 썼다. 이 책은 물질문명에서 벗어나 삶의 본질에 집중하며 자연 속에서 사는 소박하고 충만한 삶을 노래한다. 은퇴 후 속세를 떠나 ‘나는 자연인이다’의 주인공을 꿈꿔본 적 있는 남자들의 로망인 삶이다. 하지만 월든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반전이 있다. 사실 그가 살았던 오두막은 깊은 숲속이 아니라, 30분만 걸어도 읍내로 나갈 수 있는 곳이었다. 그는 때때로 읍내로 나가 음식을 사 먹었고, 오두막에 방문하는 가족과 친구들도 만났다. 홀로 아름다운 월든 호수를 바라보며 ‘사유’했지만 ‘사교’도 멈추지 않았단 것이다.

‘월든’에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어쩌면 고립이 아닌 연결, 고독이 아닌 교류라는 생각이 든다. ‘오고 가고, 맺고 끊는 중용’의 기술을 배우는 것 말이다. 사찰에서의 ‘동안거’나, 성당에서의 ‘피정’은 번잡함에서 벗어나 마음이 차분해질 수 있는 좋은 방편이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면 도로아미타불이 되는 건, 우리의 선입견처럼 고독이 절간 같은 환경이 아니라 ‘태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도시인의 출퇴근도 성찰의 순례길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건 외부가 아닌 내면의 소음을 끄는 것이다. 시끄러운 카페나 번잡한 식당에서도 우리는 고독할 수 있다. 외부의 소음을 차단하고, 오직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먹는 것에 집중해 충만해지는 ‘고독한 미식가’처럼 말이다.

바람에도 꼿꼿한 나무는 죽은 나무다. 이어령 선생은 ‘마지막 수업’에서 나무는 끝없이 바람에 흔들리지만 곧 자신만의 중심으로 서 있다고 말한다. 한겨울 파도는 어떤가. 파도의 운동 역시 끝내 수평으로 돌아가기 위한 끝없는 눌림과 풀림의 과정이다. 세상 많은 것은 중심으로 다가서기 전 흔들린다. 월든 호숫가만 정답이 아니다. 흔들리는 내면의 수평을 찾아 지금 이곳에서 고요해지는 방법이 있다. 잠시 휴대폰을 끄고 명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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