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가짜 인질 시신’ 반환, 이스라엘 ‘격앙’... 가자 휴전 최대 위기
"엄마는 다른 사람… 휴전 합의 위반"
하마스 "공습으로 훼손된 시신 뒤섞여"
이스라엘 서안지구 대테러 작전 개시
1단계 휴전 종료 앞두고 풍전등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신원불명 시신을 '억류 중 사망한 30대 여성' 인질의 주검으로 속여 이스라엘에 반환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하마스는 인질(시신 포함) 인계 직전, 이스라엘을 모욕하는 듯한 공개 행사도 계속 열고 있어 이스라엘 사회가 격분하고 있다. 이스라엘 수도에선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의 테러 행위로 추정되는 버스 폭발 사건도 일어났다. 가자지구 전쟁 1단계 휴전 종료를 열흘가량 앞두고 이스라엘을 자극하는 사건이 잇따르면서, 가까스로 유지돼 온 휴전 국면이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이스라엘 "하마스, 엄마 시신 가짜 반환"
20일(현지시간) AP통신·뉴욕타임스(NYT)·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IDF)은 이날 하마스로부터 넘겨받은 인질 시신 4구 중 한 구가 신원불명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당초 하마스는 휴전 협정에 따라 이날 시리 비바스(2023년 10월 납치 당시 32세)와 그의 두 아들 아리엘(당시 4세)·크피르(당시 10개월), 그리고 평화운동가 오데드 리프시츠(당시 84세) 등 4명의 시신을 이스라엘에 보낸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검사 결과, 시리 비바스의 시신은 없었고 해당 주검은 다른 여성 인질의 유전자정보(DNA)와도 일치하지 않았다는 게 IDF의 발표다.
이스라엘은 "심각한 휴전 합의 위반"이라고 규정했다. IDF는 성명에서 "하마스는 당초 합의에 따라 사망한 인질 4명을 돌려보내야 했다"며 "시리를 당장 집으로 돌려보내라"고 요구했다.

하마스는 21일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의 공습에 시리 비바스의 시신이 다른 시신들과 섞인 것으로 보인다"며 가짜 시신 논란에 반박했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여러 인질들이 사망했을 당시 시리 비바스의 시신이 훼손됐으며, 가자지구 잔해 더미에 있던 다른 시신들과 섞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본인이 무차별 폭격 명령을 내렸고 그 결과 시리 비바스와 아이들이 사망했다"며 "전적인 책임은 네타냐후에게 있다"고 책임을 돌렸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넘겨 받은 다른 사람의 시신을 반환하라는 요구도 덧붙였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본토 기습 공격 때 납치된 '비바스 가족'은 가자 전쟁의 대표적인 희생자다. 크피르는 최연소 인질이었고, 엄마와 함께 강제로 하마스 차량에 태워지는 모습까지 공개됐다. 이달 초 석방된 시리의 남편 야르덴 비바스(35)는 그제서야 아내와 두 아이의 사망 사실을 알고는 오열하고 말았다. 영국 가디언은 이날 아내이자 엄마인 시리가 주검으로마저 귀환하지 못한 가족의 비극을 두고 "이스라엘인에게 가장 힘든 날 중 하나"라고 표현했다.
무대에 관 전시하고 인계 행사… 여론 격앙

시신 송환 과정에서 드러난 하마스의 잔혹성도 이스라엘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시신 인계 전 대규모 군중이 모인 자리에서 관을 들고 '행진 퍼포먼스'를 선보였고, 카메라와 군중이 지켜보는 무대에 관을 전시한 것이다. 배경에는 인질 4명의 생전 모습이 담긴 사진과 함께, 네타냐후 총리를 흡혈귀로 묘사한 합성 사진 현수막도 내걸렸다. 이후 시신을 넘겨받은 국제적십자사는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가자 휴전은 더 위태로워졌다. NYT는 "이스라엘 전역에선 분노와 혐오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휴전 협정 다음 단계가 가능할지 의문이 제기된다"고 짚었다. 당장 22일로 예정된 마지막 생존 인질 석방은 물론, 다음 달 초 1단계 휴전 만료 후 2단계 휴전으로 나아갈지도 가늠할 수 없다고 AP는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영상을 통해 "하마스를 제거할 것"이라며 "사랑하는 사람들의 피가 땅에서 소리치고 있고 우리에게 원수를 갚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텔아비브서 버스 3대 연쇄 폭발
가자 휴전 이후 IDF의 공격 장소가 된 서안지구도 위태롭다. 이날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에선 주차장에 정차돼 있던 버스 3대가 잇따라 폭발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상자는 없었지만 이스라엘 당국은 이를 테러 행위로 규정했다. 폭발물 잔해에는 '툴카렘으로부터의 복수' 문구가 적혀 있었는데, 툴카렘은 IDF가 지난달부터 군사 작전을 벌이고 있는 서안지구 내 지명이기 때문이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대테러 군사작전이 개시됐다"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주변 아랍국들은 자체적인 '가자 재건 계획' 구체화 논의를 시작했다. 사우디 국영 SPA통신은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21일 수도 리야드에서 바레인 쿠웨이트 오만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 지도자는 물론, 요르단 국왕 및 이집트 대통령 등을 초청해 비공식 회동을 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가자 소유·점령·개발' 구상에 대한 대응책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나주예 기자 juy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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