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연구원에 '오세훈 여론조사' 넘기고, '단일화 개입'도 확인한 검찰

전혁수 2025. 2. 21.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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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균 씨가 지난 2021년 국민의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지상욱 당시 여의도연구원장에게 오세훈 서울시장 관련 여론조사를 10차례 넘게 제공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더해 검찰은 명 씨가 지 전 원장을 통해 서울시장 단일화에 개입한 정황이 담긴 카카오톡도 확보했다.

명태균 씨가 여의도연구원에 직함이 있었단 사실은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았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명 씨는 2020년부터 여의도연구원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그 배경에는 지상욱 원장이 있었다.

'자문위원' 명태균, 여의도연구원에 오세훈 여론조사 '제공'하고 수시로 '자문' 

이 같은 사실은 명 씨가 2020년 12월 1일, 고령군수 공천 헌금 제공 의혹을 받고 있는 배모 씨에게 "오늘 지상욱 연구원장과 만나 여의도연구원 자문위원이 됐다"고 보낸 메시지에서 드러났다. 이로부터 1년여 뒤, 이번엔 명 씨가 배 씨를 여의도연구원 자문위원으로 위촉되게 해준다. 

'명태균 게이트' 검찰 수사보고서에는 명 씨가 2020년 12월부터 2021년 6월 8일까지 지상욱 원장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가 담겨 있다. 이를 통해 명 씨가 어떻게 오세훈 서울시장 선거에 개입했는지 일련의 과정을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 명태균-지상욱 카카오톡 대화가 담긴 검찰 수사보고서.

2020년 12월 14일 자 카카오톡, 명 씨는 지 원장에게 26장의 사진을 공유하면서 "비공표 여론조사라 보안유지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 사진은 서울시장 선거 여야 후보 선호도에 관한 조사로 추정된다.

명 씨는 2021년 2월 13일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여론조사' 질문지를 보내며 "원장님 내일 저녁에 설 민심 동향조사를 서울 지역에 할 예정"이라고 했고, 지 원장은 "네, 반드시 (김종인)위원장님과 승리하는 방법을 택하시고 제게도 알려달라"고 답했다.

지 원장이 언급한 '위원장님'은 김종인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명 씨는 김 전 위원장과 정치 현안을 논의하는 관계라고 주장한 바 있는데, 지 원장이 이들의 친분 관계를 이미 알고 있었다고 볼 만한 대목이다.

이틀 후인 2월 15일, 명 씨는 또 다른 여론조사 결과 자료를 지 원장에게 전송했다. 지 원장은 자료를 살펴본 뒤 "안철수가 아직도 상수로 나타나는 형태"라고 말했고, 명 씨는 "국민의힘과 단일화 전제가 내포돼 있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명 씨는 2월 19일, 20일 23일, 3월 4일에도 지상욱 원장에게 서울시장 여론조사 관련 자료를 전송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세훈-안철수 단일화 개입, '명태균-지상욱' 카톡에 구체적 기록 남았다 

오세훈 당시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후보의 단일화 협상이 한창이던 2021년 3월 11일 오전, 지 원장은 명 씨에게 단일화 여론조사 질문 방식에 관해 의견을 물었다.

○ 지상욱 : 1. 적합도 (중략) 2. 적합도양보안 (중략)  3. 경쟁력으로 할 경우.
3가지 방식으로 각각 샘플 500샘플로, 재질문 넣고, 즉 모름/무응답 없이.
ARS로 해야? ARS로는 재질문 대신 선택답을 1번2번 두개로?
이 내용에 대해서 그간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자료와 답을 줄 수 있나요?

● 명태균 : 네, 연락 드리겠습니다.
- 명태균-지상욱 카카오톡 대화 (2021년 3월 11일)

당적이 다른 후보가 단일화할 때 여론조사 질문에 당명, 기호 등의 포함 여부, 단어 선택 등에 따라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이에 대해 여의도연구원장이 명 씨에게 자문을 받은 것이다.

▲ 2021년 3월 13일 지상욱 당시 여의도연구원장이 명태균 씨와 서울시장 보궐선거 여론조사와 관련해 나눈 카카오톡 대화.

명 씨는 3월 11일부터 3월 14일까지 잇따라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한 여론조사 결과를 지 원장에게 보냈다. 명 씨가 실질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미래한국연구소가 머니투데이, 아주경제신문 등 언론과 함께 실시한 공표용 여론조사를 공표 전 미리 보낸 사실도 처음 확인됐다.

지 원장은 3월 14일 오세훈, 안철수 두 후보가 박영선 당시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양자대결을 벌일 경우 안 후보가 오 후보보다 더 큰 차이로 박 후보를 앞선다는 SBS 여론조사 보도를 명 씨에게 공유하면서 "안철수가 이걸로 맞불을 놓네"라고 말했다.

그러자 명 씨는 미래한국연구소가 아주경제신문과 함께 실시한 서울시장 여론조사 결과를 공유했다. 이 조사는 오 후보가 오세훈, 박영선, 안철수 3자 대결시 지지율이 가장 높다는 결과가 나온 여론조사였다.

이틀 후인 3월 14일 오전, 명 씨는 지 원장에게 오세훈-안철수 단일화 여론조사에 대한 의견이 담긴 메시지를 보냈다. 김종인 위원장에게 보냈던 것과 똑같은 내용의 메시지다.

● 명태균 : 위원장님, 안철수와의 단일화는 결렬되는게 최고의 상책이고, 만약 단일화 여론조사를 한다면 이 조건만은 꼭 관철시켜야 합니다.
1. 정당명과 기호가 적시 호명된 적합도 조사로 단일화 해야 합니다.
2. 유선전화 20%, 무선전화 80% 비율로 조사되어야 합니다.


- 명태균-지상욱 카카오톡 대화 (2021년 3월 14일)

그러나 사흘 뒤인 3월 19일 오 후보는 무선전화 100% 단일화 경선룰을 받아들였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지 원장은 "이렇게 됐다는데? 안 된다 했는데. 뭐들 하는 건지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명 씨는 "무조건 이긴다"며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답했다.

지 원장이 "(오세훈 측에) 안 된다고 했다"고 말한 대목에서 오세훈 측이 여의도연구원과 단일화 룰을 협의한 정황이 포착된다. 

▲ 2021년 3월 20일 지상욱 당시 여의도연구원장이 명태균 씨와 오세훈-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와 관련해 나눈 카카오톡 대화.

오세훈-안철수 단일화 여론조사가 시작된 3월 22일 오후, 지 원장은 명 씨에게 단일화 조사 일정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줬고, 이날 밤 여론조사가 끝나자 "방금 전 양 기관 조사 완료했다"고 알리기도 했다.

다음 날 오 후보가 안 후보를 꺾고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된 후에는 지 원장이 명 씨에게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오 후보와 안 후보의 구체적인 지지율 격차를 알려줬다. 두 후보의 여론조사 결과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공표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밖에도 단일화 협상 진행을 앞둔 3월 18일, 단일화 이후인 27일, 28일에도 명 씨는 지 원장에게 수차례 서울시장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태균 씨가 지상욱 원장을 통해 안철수-오세훈 단일화 과정의 시작부터 끝까지 관여한 사실이 이들의 카톡 대화를 통해 확인된 것이다.

▲ 2021년 3월 23일 지상욱 당시 여의도연구원장이 명태균 씨와 오세훈-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와 관련해 나눈 카카오톡 대화.

여의도연구원, 미래한국연구소에 깜깜이 기간 여론조사 맡겨

앞서 뉴스타파는 여의도연구원이 여론조사 공표금지 기간이 시작된 2021년 4월 1일 명 씨에게 사전투표 관련 용역을 맡기고 비용을 지급한 사실을 보도했다. 그런데 지 전 원장과 명 씨의 카톡 대화에 용역에 관한 내용도 담겨 있었다.

2021년 4월 4일 지 전 원장은 이 용역과 관련해 "언제쯤 끝나요? 어쨌든 일단 끝나면 주요 수치는 문자로 찍어서 보내달라"고 요구했다. 지 원장의 재촉에 명 씨는 서울시장 선거, 부산시장 선거 사전투표, 본투표의 예상 득표율을 지 원장에게 보내면서 "오세훈 후보가 14.9%p 차이로 당선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들의 대화를 정리하면, 명 씨는 국민의힘 여의도연구원에 오세훈의 서울시장 선거 전략 수립에 필요한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하고, 오세훈-안철수 단일화 과정에도 적극 개입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대가로 여의도연구원 용역까지 따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명태균 씨에게 도움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주장과는 오세훈 시장 측 입장과는 다소 배치된다. 지상욱 원장이 오세훈 시장 측이 전혀 모르게 명 씨의 도움을 받았을 가능성은 적어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 전 원장의 카톡 발언만 봐도, 오세훈 측과 여의도연구원이 교감하는 정황이 나온다. 더구나 오 시장이 국민의힘 후보였던 만큼, 여의도연구원이 선거에 개입한 것도 지극히 자연스럽다. 

뉴스타파는 지상욱 전 원장의 반론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와 문자를 했지만 통화할 수 없었다. 오세훈 시장 측은 "선거와 관련해 명태균의 도움을 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뉴스타파 전혁수 jhs0925@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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