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신공항, 생물다양성 위협” 국제 과학저널에 실린 호소

최원형 기자 2025. 2. 21.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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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환경 연구자·활동가들이 쓴 편지
‘사이언스’ 2월호에 실려…신공항 건설 문제 지적
새만금 수라갯벌을 다룬 황윤 감독 다큐멘터리 ‘수라’의 한 장면. 스튜디오두마 제공

국제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우리나라 새만금신공항 건설 계획이 생물다양성을 위협하고 있다고 호소하는 국내외 생태·환경 연구자·활동가들의 편지가 실렸다.

최근 발간된 사이언스 2월호는 “공항 계획이 한국의 간척지를 위협하고 있다”는 제목으로 박태진(미국 베이지역환경연구소)·최영래(미국 플로리다국제대학)·고예강(미국 오레곤대학)·김나희(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오동필(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나일 무어스(새와생명의터) 등 국내외 생태·환경 연구자·활동가들이 쓴 편지를 실었다. 이들은 편지에서 “2025~2029년 예정된 새만금신공항의 건설이 수라갯벌이 지원하는 생물다양성과 사회문화적 활동을 돌이킬 수 없이 손상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했다.

간척사업을 통해 조성된 전북 만경강 하구 새만금에는 현재 새로운 국제공항을 건설하는 계획이 진행되고 있는데, 이를 두고 생태계를 훼손한다며 반대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특히 올해 초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비행기가 ‘조류충돌’이 여러 원인 중 하나로 추정되는 사고가 벌어져, 조류 서식지 근처에 신공항을 건설하는 데 대한 위험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진 상황이다.

사이언스에 편지를 쓴 이들은 “새만금은 동아시아-오스트랄라시아 사이를 이동하는 철새들의 중요한 중간 기착지 구실을 하며 해마다 33만마리를 보호해왔고, 간척사업에도 살아남은 수라갯벌은 59종 국내 보호종과 27종의 세계적인 멸종위기종 등 철새들을 보호하고 있다”며 새만금이 지닌 생태적 가치를 강조했다.

국제 과학저널 ‘사이언스’ 2월호 가운데 새만금신공항을 다룬 기사 일부. 잡지 갈무리
새만금 수라갯벌을 다룬 황윤 감독 다큐멘터리 ‘수라’의 한 장면. 스튜디오두마 제공

이어 이곳에 공항을 짓는다는 계획은 “사회경제적 혜택”을 주장하지만, “예비타당성조사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예상되는 혜택이 환경적인 위험보다 더 크다는 것을 입증할 아무런 근거도 없다”고 지적했다. 새만금신공항은 2019년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에 포함돼 예비타당성조사가 면제된 바 있다. 이들은 또 “환경영향평가에서 수라갯벌의 보존 가치가 확인됐고, 조류 서식지 근처에 들어선 다른 공항들처럼 조류충돌로 항공 위험이 초래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고 짚었다. “신공항 예정 부지에서 1.3㎞ 거리에 군산공항이 있는데, 그 이용률이 낮다”며 신공항의 필요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다고도 주장했다.

유네스코는 2021년 충남 서천갯벌, 전북 고창갯벌, 전남 신안갯벌, 보성·순천갯벌 등 ‘한국의 갯벌’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한 바 있는데, 신공항 예정 부지인 수라갯벌은 이 지역으로부터 불과 7㎞ 거리에 있다. 편지를 쓴 이들은 신공항 건설이 “한국 갯벌의 탁월한 가치를 국제 사회에 인정받으려는 한국 정부의 노력을 훼손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우리나라가 2022년 유엔 생물다양성회의(COP15)에 참가해 전세계 생물다양성 손실을 중단하고 멸종위기를 막기 위한 조처를 취하기로 약속했음을 상기시키며, “정당화할 수 없는 공항을 짓기 위해 수라갯벌을 희생시키는 것은 환경적인 목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약속을 의심받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6일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이 전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항 건설을 강행하는 전북도를 규탄하고 있는 모습. 천경석 기자

한국 정부가 취해야 할 방향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 “철저하고 독립적인 타당성 조사와 환경영향평가가 이뤄질 때까지 공항 건설을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네스코와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신공항이 세계자연유산에 미칠 영향을 조사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과학 전문가들이 수라갯벌의 대체할 수 없는 사회문화적·생태적 가치를 입증하는 대안을 제공해야 한다거나, 생물다양성협약(CBD) 같은 기구들이 생태적으로 파괴적이고 위험한 프로젝트를 중단시킬 수 있는 국제법적인 수단을 만들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수라갯벌의 끔찍한 상황은 경쟁적인 개발 우선순위에 타협하는 등 정부의 호의에만 의존하는 주류 ‘보존’ 패러다임에 도전한다”고도 평가했다.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은 무안 제주항공 참사 뒤인 지난달 국토교통부의 ‘새만금신공항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서’(2021)가 새만금신공항의 ‘연간 예상되는 조류충돌 횟수’를 최소 9.4회에서 최대 43회로 예측했다고 밝힌 바 있다. 조류충돌로 인한 기체 손실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총 위험도’는 최소 0.01071에서 최대 0.04873으로 추정됐는데, 이는 참사가 일어났던 무안(0.00008)보다 610배 높은 수치라고도 주장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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