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내부, 앵커 멘트 우려 목소리"감정보다 팩트에 기반해야"

윤유경 기자 2025. 2. 21.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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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에게 불리한 뉴스 잇따라 누락 유감" 지적도
비상계엄 당시 MBC 특보 타사보다 늦어, 내용도 부족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 MBC. ⓒ연합뉴스

MBC 내부에서 12·3 비상계엄 당시 뉴스특보가 신속성과 내용 모두에서 부실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앵커 멘트가 다소 감정적이라는 우려에 더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상대적으로 불리한 뉴스들이 잇따라 누락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민주방송실천위원회(이하 민실위)는 지난 19일 발행한 민실위 보고서에서 MBC가 비상계엄 당시 특보를 다른 방송사보다 늦게 시작했던 점을 비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MBC는 KBS와 JTBC보다 25분, SBS보다 19분 늦게 비상계엄 특보를 시작했다. 포고령 전달도 늦었다.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를 기해 발표된 포고령 1호를 MBC는 오후 11시37분에 보도했다. 이 또한 SBS와 JTBC에 비해 10분 가까이 늦었고, 오후 11시30분에 속보를 전한 KBS에도 못 미쳤다. 이밖에도 MBC는 이날 스튜디오에 취재기자가 처음 앉은 시각과 국회 현장 중계차 연결도 KBS, SBS, JTBC에 비해 늦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민주방송실천위원회가 지난 19일 발행한 민실위 보고서 갈무리.

민실위는 특보 내용 또한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민실위는 “비상계엄 선포가 법과 절차를 얼마나 중대히 위반했고 유례없는 국헌 문란 사건이란 것을 지적하는 데는 역부족이었다”며 “초기 특보 진행은 대통령의 담화만을 계속해서 반복해 내보냈고, 국회 상황을 단순 전달하는 데 그쳤다”고 비판했다. 구체적으로 민실위원들은 “특보시스템을 철저히 재저검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당시 특보에 참여한 현장 기자들 또한 “위헌·위법성 지적에 대한 몇몇 지시가 있었다면 즉각 반영할 수 있지 않았을까”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야 했다” “누군가는 법률적 내용을 취재해 특보해 반영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민실위는 사안의 중대함에도 저연차 직원에게 초반 특보 1시간30분 가량을 전적으로 맡겼다고 비판했다. 민실위는 “메인 앵커나 고참 아나운서, 데스크급 이상의 중견 기자를 신속하게 특보에 투입했어야 한다”며 “비상계엄에 대한 초기 판단이 어려웠다면 관련 전문가들을 급히 섭외해 전화 연결이라도 진행하면서 비상계엄의 위법성과 위헌성을 신속히 짚었어야 했다”고 했다.

이 같은 지적에 박범수 뉴스룸 국장은 “대통령실 측에서 대략적인 긴급 담화 발표 시간만 언급했을 뿐 내용 등에 대해 사전에 조금도 알려주지 않았다. 해당 부서의 확인이 늦어지면서 뉴스특보의 방영 결정도 늦어졌다”면서 “특보 시점이 늦었던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무겁게 받아들이겠다”고 사과했다. 박 국장과 아침뉴스 센터장, 정치팀장 등은 재발 방지 약속과 함께 자정 뉴스 부활을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박 국장은 “자정 뉴스 앵커를 연륜 있는 기자로 배치한다면, 늦은 밤 시간대에 비상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MBC는 지난 17일부터 심야뉴스 프로그램 'MBC 뉴스25'를 새로 시작했다.

앵커 멘트 우려 “감정보다 팩트에 기반해야”

내란 사태 초기 리포트와 자막에서 단정적이고 감정적인 표현이 다수 사용됐다는 비판도 나왔다. 가령 지난해 12월6일 리포트 <김어준·전 대법원장까지…“미친놈이구나 싶었다”>는 당시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 발언을 전달한 김병기 민주당 의원의 발언을 실었다. 김 의원은 “'미친 X로구나'하고 생각하고 그 다음부터는 메모를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라고 했고, 편집부는 'X'를 '놈'으로 단정해 자막을 넣었다. 같은 달 19일 리포트 <더 참혹했을 그날 밤…“탱크로 확 밀어” 발언했나> 역시 김용현 당시 국방부장관이 '탱크로 확 밀어버리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민주당 주장 한 줄로 자막을 뽑았는데, 민실위는 “선을 한참 넘은 제목”이라고 지적했다.

▲ MBC '김어준·전 대법원장까지‥

민실위는 뉴스데스크 앵커 멘트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박범수 국장 체제 이후 오프닝과 클로징, 각 리포트별 멘트에서 앵커들은 과거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있다. 사안에 대한 평론도 늘었고 논평 성격의 리포트도 많아졌다. 관련해 박 국장은 “팩트만 던지는 나열식 뉴스는 오히려 시청자들에게 내란을 정치적 대립의 사안으로 오인시킬 가능성이 있는 만큼, 기자가 더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필요가 있고 이에 따라 편집부 차원에서도 앵커멘트에 더 많은 내용을 담게 됐다”고 설명했다.

민실위원들 의견은 엇갈렸다. “MBC 뉴스룸이 내란 사태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적극 알릴 필요가 있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언론사의 논평은 감정보다 팩트에 기반한 문장으로 정교하게 구성돼야 한다” “계엄 이후 우리 뉴스에서 느껴지는 태도는 '분노'다. 앵커멘트 표현 하나도 정제되고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장 기자들도 “앵커멘트나 클로징은 센데, 정작 기사 내용은 밋밋하다” “리포트 내용이 아닌 앵커멘트로 날을 세우려 하는 것 아닌가”라고 우려를 전했다.

내란 보도에 집중하면서 다른 주요 뉴스들이 누락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특히 민실위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상대적으로 불리한 뉴스들이 잇따라 누락된 데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2심 일정이 나온 당일 뉴스데스크가 타사와 달리 관련 뉴스를 전혀 보도하지 않고 이 대표의 신년 기자회견 소식만 보도했다는 지적이다. 뉴스데스크는 지난 6일 이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대장동 일당에게서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2심에서도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는 뉴스 역시 누락했다.

이에 대해 박 국장은 “재판에 중요한 사실관계가 새로 나왔다거나 재판 일정의 중대한 변경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며 “메인뉴스의 한 자리를 차지할 만큼 중한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민실위는 “이 대표를 둘러싼 이른바 '사법리스크' 역시 국민들의 관심사인 만큼 보도 가치는 충분했다고 판단한다”며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뉴스룸은 철저히 국민적 시각에서 모든 권력을 감시하고 검증해야 한다. 뉴스룸 수뇌부의 보다 명확한 스트레이트 판단을 요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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